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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국해의원

방금 형사소송법의 공소시효 연장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몸사리기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는 중에 전화가 왔다.
수요일에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행사와 오찬(이렇게 말하면 엄청 청와대스럽다)에 참석해 주십사는 모 의원실의 전화였다. 전화를 받고 나서 잠시 국회의원, 그리고 국해(國害)의원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노는 바닥이 그래서인지 주로 알게 되는 의원은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이 되기 싶다. 게다가 정책 입안에 이런 저런 연결로 참여나 조언을 하게 되니 의원들 또는 보좌관들의 명함을 받게 되고 행사에서 만나게 된다.
 
방송 출연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었던 김 모 의원은 그 곱상한 외모가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책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정책에 반영해 보려는 노력이 쉽게 감지된다. 정 모 의원은 날카로운 눈매가 그 성향을 엿보게 한다. 젊은 나이에 정치적 어법이 3선 같이 들리거나 날카로움을 상쇄하기 위해 목젖에서 한번은 머물렀다 나오는 듯한 말투는 실제보다 원숙한 이미지로 포장된다. 이 모 의원은 점퍼만 입으면 재래시장 자전거꾼처럼 편안한 아저씨 모습인데 겉으로는 유하지만 속으로는 남다른 칼이 보인다. 그 정도 의지가 되니 험한 정치판에서 살아 있는 것이리라. 박 모 의원은 그 대중적 유명세를 정치적 생명력으로 잘 이어가고 있다는 인상이다. 말이야 워낙 또박또박하지만 가끔 정책 제안에서 실책을 보이기도 하여 그간 쌓았던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삐끗한 대안제시로 새기도 한다. 민 모 의원은 기대를 안고 찾아간 사람들에게 '이제는 잘 모르지만 말만 하세요, 열심히 돕겠습니다'라는 말로 듬직한 인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 모 의원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에서는 절대 지지 않는다. 그것이 이리 저리 휘둘릴 자리인 의원의 위치에서 자신을 보듬어 주는 기둥으로 삼는 듯 하다.
 
몇 안되는 샘플 의원들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초선이라는 것이다. 초선이란, 물리적으로 정치판의 한계를 덜 경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 결과, 아직은 가슴이 뛰는 의원이라는 것이다. 반면 초선(5선이라고 다를 것 없지만)의원들의 한계도 보인다. 의욕은 전방위요 앎은 자기 경험 범위라는 어쩔 수 없는 제한이다. 이 제한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보좌관제이지만 몇 명의 보좌관을 둔다고 하여 전방위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제한은 늘 유효하다. 결국 제한의 극복은 해당 분야의 현장과 여하히 연결하느냐가 관건인데 지금까지의 전적은 10전 전패이다. 10번의 사례에서 모두 현장의 시선이 의원의 주장으로 대변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 차이의 배경이 한국어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닐 터이다. 형식적 연결이나 관행적 과정 이행 버릇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책 발표에서는 '몇 차례의 국민 의견 청취과정을 거쳐 수립된 정책'이라지만 해당 분야의 백성들은 '뭔 소리래? 첨 듣는데.'라고 반응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반면 국민의견이란 것이 무슨 창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매번 전국민투표로 물을 수도 없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경로를 통하게 되는데 그것이 왜곡되거나 자기들만의 '국민'으로 호도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에 더해서 적지 않은 배경은 몰이해 자체이다. 의원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문제 의식이 실제 당사자의 문제의식과 한참 떨어져 있는 경우이다.
 
사람이 의지가 있다고 모든 것을 이루지는 못한다. 의원도 사람이라 가슴이 뛰고 눈이 똘망해도 그 결과는 띨빵할 때가 있다. 보통 위의 이유들로 이런 경우가 반복되기 때문에 국해의원이라는 별칭이 나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냥 국해의원이라고 삿대질할 수도 없다. 국민 대신 망치를 두드려 달라고 보낸 것이고 미우나 고우나 다음 선거에서는 또 누군가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 망치질에 국민의 삶이 달려 있다.
 
이런 까닭에 국민은 국해의원을 국회의원으로 다그쳐서라도 몰고 가야 하지 않을까? 입법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인 과정을 밟고 이것을 근거로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자라고 우기는 국해의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말을 못하도록 합법적인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로비도 좋지만 합법적 과정에도 제대로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하는 분야는 계속 국해의원과 노닥거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스스로에게 돌아 온다. 의원은 시골 동네에 물길을 내는 것을 읍사무소에 모여 이야기할 사람을 뽑아서 보낸 것과 같다. 그런데 이 사람이 물길을 커녕 화전만 일구던 사람이라 잘 모르면 동네 사람들이 물길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이 상식이고 동시에 그 사람은 동네 사람들에게 어떤 물길이 좋은지 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쌍방의 당연한 과정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면 물길은 산으로 치닫고 동네는 가물고 그 대표는 동네 말아먹은 놈이 되는 것이다. 개념적으로 물길 회의로 읍에 모인 화전꾼이나 국회의원은 같다. 물론 화전꾼은 걸어서 가고 의원은 에쿠스 타고 가지만.
 
2005. 11. 14.
산골 촌놈이라 오찬이 다섯가지 반찬인 줄 아는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11/14 16:34 | 만화말고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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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코믹뱅 at 2005/11/14 22:21
야~ 엄청 세다!
국회의원이 다 불러 주고....
다녀와서 기사 한 꼭지 부탁함다.
다섯 가지 반찬이면.... 적어서 불만이유, 많아서 탈이유?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11/14 23:27
코믹뱅 님/그 오찬은 젓가락이 엄청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 '에너자이저 엄청 세다'가 아니라 어중이 떠중이인 셈이죠. 그러면서 슬쩍 글 하나 떠넘기는 저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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