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고전인 [삼국지연의](나관중 저)가 한국 법정에서 6년간 송사에 휘말렸다가 지난 11월 1일,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의 60권 대작 [전략 삼국지]가 대현 출판사를 통해 한국에 출판된 것은 지난 1993년 3월이다.
셋트 판매로 출판 유통된 이 작품의 판권은 김 씨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후 1999년에 68권 올 컬러로 허웅 작 [슈퍼 삼국지]가 나왔다. 이 책을 본 김씨는 표절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1심에서는 '전체적으로 표절한 것으로 인정이 되나 등장인물이 확연히 다르므로 표절이 아니다'라고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다. 2심에서는 '두 작품이 모두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원작으로 한 2차 저작물이며 피고가 삼국지의 등장인물들에 관해 독창적인 시각적 묘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컷 나누기, 대사, 배경 배치 등 주변 상황의 묘사에 있어서는 원고의 작품을 상당 부분 모방한 것이므로 원고의 출판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대법원으로 올라간 상황에서 '원작 만화와 그림 스타일이 서로 달라 표절했을 가능성이 낮다면 저작권법상 출판권자의 침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즉 상고심 판결은 2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3부의 주심, 이규홍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감정촉탁 결과 슈퍼 삼국지는 스토리 전개 및 연출 방식에서 전략 삼국지를 표절했을 가능성은 높지만 그림체에서는 전략삼국지를 표절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되어 있는데도 이를 심리해 보지도 않고 출판권 침해라고 판단한 원심은 부당하다'고 했다. 즉 '저작권법 상 원작과의 동일성을 손상하는 정도로 원작을 변경해 출판한 때에는 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에 해당할지언정 출판권자의 출판권 침해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심 재판 이후에, [슈퍼 삼국지]는 [전략 삼국지]를 표절한 것이 아니라 그 두 작품보다 먼저 발표된 중국의 만화 [삼국연의 연환화]의 복식과 배경을 참고했다는 증언이 나와 새 국면을 맞기도 했다. [전략 삼국지]는 흑백 극화만화이고 [삼국연의 연환화]는 사실적 그림 아래 설명이 들어간 형식이고 [슈퍼 삼국지]는 CG로 그린 올컬러 만화인데 한국이 일본 만화를 베낀 것이 아니라 일본이 중국 만화를 베끼고 한국도 그 중국 만화를 참고했다는 주장이 나온 셈이다. 그러니 소송은 점입가경이 됐다. 말 그대로 한중일 삼국이 등장하는 '소송 삼국지'이다.
그런데 판결에서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1심에서 다른 부분이 비슷하지만 인물 얼굴이 다르니 무효, 2심에서는 얼굴이 다르지만 다른 부분이 비슷하므로 유효, 3심에서는 다른 부분은 비슷하지만 그림은 다르니까 무효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말장난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우선 소송에 걸린 두 작품 모두가 2차 저작물이다. 원작인 고전을 두고 만화로 각색한 저작물이다. 원작을 'A'라고 한다면 2차 저작물은 '가', '나', '다', '라' 무수히 많을 수 있다. A와 각각의 가나다라 사이에는 2차 저작물 작성권이 적용이 된다. 그리고 가나다라 사이에는 각자가 원작을 2차로 각색하여 만든 새로운 저작물들이 된다. 그래서 '출판권 침해'라는 소송 제기 사유로는 저렇게 판결이 날 수밖에 없다. 2차 저작물임을 제외하고 판결을 본다면 '베끼더라도 그림이 다르면 된다'거나 '얼굴만 고쳐서 그리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 고법으로 돌려 보내진 상태이다. 표절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모호해질 수 있는 이 사건의 여파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베끼고 얼굴을 고치면 되는가? 얼굴을 달리 그려도 창작의 범주인 칸 나누기, 배경, 복식, 연출 등이 보호받을 수 있는가? 표절하는 사람들의 잔머리가 법보다 한 발쯤은 늘 앞서 있게 마련이라 법의 명쾌한 판결이 중요하다.
2005. 11. 7.
주 모씨.
나는 표절이란 것을 '창작의 범주에 해당하는 그 무엇을 베낀 것'이라 정의한다. 그것이 만화로 치자면 스토리와 캐릭터 묘사뿐 아니라 칸 나누기 연출, 배경 구도, 대사 연출, 어떤 이를 연상시킬만한 작화 방식까지.
음악은 4소절이 같으면 표절이라는데 만화는 도대체 그 규정이 정확치 않다. 페이지에서 4페이지가 같으면 표절이라고 단순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 페이지를 베꼈다면 그게 표절이다. 수많은 연출 중에서 유사한 연출이나 칸 나누기가 우연히 발생할 수 있고 캐릭터와 스토리에서도 하다보면 유사한 것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봐주기 쉽지 않은, 너무나 확연한 베낌이 드러날 때가 있다. 그 경우에도 전체적으로 베꼈지만 그 부분보다는 직접 창작한 부분이 더 많다는 이유라거나 가장 중요한 주인공 면상이 다르기 때문에 표절보다는 창작이라고 인정해 주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한대를 때렸건 백대를 때렸건 폭행은 폭행이지 한대라고 폭행이 안되는 것이 아니다. '한대는 천원, 백대는 백만원'처럼 처벌이 달라지는 것은 이해되지만 죄의 유무로 갈리는 만화 표절 분쟁은 참 이해 불능이다.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의 60권 대작 [전략 삼국지]가 대현 출판사를 통해 한국에 출판된 것은 지난 1993년 3월이다.
셋트 판매로 출판 유통된 이 작품의 판권은 김 씨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후 1999년에 68권 올 컬러로 허웅 작 [슈퍼 삼국지]가 나왔다. 이 책을 본 김씨는 표절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1심에서는 '전체적으로 표절한 것으로 인정이 되나 등장인물이 확연히 다르므로 표절이 아니다'라고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다. 2심에서는 '두 작품이 모두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원작으로 한 2차 저작물이며 피고가 삼국지의 등장인물들에 관해 독창적인 시각적 묘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컷 나누기, 대사, 배경 배치 등 주변 상황의 묘사에 있어서는 원고의 작품을 상당 부분 모방한 것이므로 원고의 출판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대법원으로 올라간 상황에서 '원작 만화와 그림 스타일이 서로 달라 표절했을 가능성이 낮다면 저작권법상 출판권자의 침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즉 상고심 판결은 2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3부의 주심, 이규홍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감정촉탁 결과 슈퍼 삼국지는 스토리 전개 및 연출 방식에서 전략 삼국지를 표절했을 가능성은 높지만 그림체에서는 전략삼국지를 표절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되어 있는데도 이를 심리해 보지도 않고 출판권 침해라고 판단한 원심은 부당하다'고 했다. 즉 '저작권법 상 원작과의 동일성을 손상하는 정도로 원작을 변경해 출판한 때에는 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에 해당할지언정 출판권자의 출판권 침해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심 재판 이후에, [슈퍼 삼국지]는 [전략 삼국지]를 표절한 것이 아니라 그 두 작품보다 먼저 발표된 중국의 만화 [삼국연의 연환화]의 복식과 배경을 참고했다는 증언이 나와 새 국면을 맞기도 했다. [전략 삼국지]는 흑백 극화만화이고 [삼국연의 연환화]는 사실적 그림 아래 설명이 들어간 형식이고 [슈퍼 삼국지]는 CG로 그린 올컬러 만화인데 한국이 일본 만화를 베낀 것이 아니라 일본이 중국 만화를 베끼고 한국도 그 중국 만화를 참고했다는 주장이 나온 셈이다. 그러니 소송은 점입가경이 됐다. 말 그대로 한중일 삼국이 등장하는 '소송 삼국지'이다.
그런데 판결에서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1심에서 다른 부분이 비슷하지만 인물 얼굴이 다르니 무효, 2심에서는 얼굴이 다르지만 다른 부분이 비슷하므로 유효, 3심에서는 다른 부분은 비슷하지만 그림은 다르니까 무효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말장난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우선 소송에 걸린 두 작품 모두가 2차 저작물이다. 원작인 고전을 두고 만화로 각색한 저작물이다. 원작을 'A'라고 한다면 2차 저작물은 '가', '나', '다', '라' 무수히 많을 수 있다. A와 각각의 가나다라 사이에는 2차 저작물 작성권이 적용이 된다. 그리고 가나다라 사이에는 각자가 원작을 2차로 각색하여 만든 새로운 저작물들이 된다. 그래서 '출판권 침해'라는 소송 제기 사유로는 저렇게 판결이 날 수밖에 없다. 2차 저작물임을 제외하고 판결을 본다면 '베끼더라도 그림이 다르면 된다'거나 '얼굴만 고쳐서 그리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 고법으로 돌려 보내진 상태이다. 표절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모호해질 수 있는 이 사건의 여파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베끼고 얼굴을 고치면 되는가? 얼굴을 달리 그려도 창작의 범주인 칸 나누기, 배경, 복식, 연출 등이 보호받을 수 있는가? 표절하는 사람들의 잔머리가 법보다 한 발쯤은 늘 앞서 있게 마련이라 법의 명쾌한 판결이 중요하다.
2005. 11. 7.
주 모씨.
나는 표절이란 것을 '창작의 범주에 해당하는 그 무엇을 베낀 것'이라 정의한다. 그것이 만화로 치자면 스토리와 캐릭터 묘사뿐 아니라 칸 나누기 연출, 배경 구도, 대사 연출, 어떤 이를 연상시킬만한 작화 방식까지.
음악은 4소절이 같으면 표절이라는데 만화는 도대체 그 규정이 정확치 않다. 페이지에서 4페이지가 같으면 표절이라고 단순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 페이지를 베꼈다면 그게 표절이다. 수많은 연출 중에서 유사한 연출이나 칸 나누기가 우연히 발생할 수 있고 캐릭터와 스토리에서도 하다보면 유사한 것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봐주기 쉽지 않은, 너무나 확연한 베낌이 드러날 때가 있다. 그 경우에도 전체적으로 베꼈지만 그 부분보다는 직접 창작한 부분이 더 많다는 이유라거나 가장 중요한 주인공 면상이 다르기 때문에 표절보다는 창작이라고 인정해 주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한대를 때렸건 백대를 때렸건 폭행은 폭행이지 한대라고 폭행이 안되는 것이 아니다. '한대는 천원, 백대는 백만원'처럼 처벌이 달라지는 것은 이해되지만 죄의 유무로 갈리는 만화 표절 분쟁은 참 이해 불능이다.
덧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기를~! ^ ^
그나저나 예전보다 훨 쉬워진 군 생활이라지만 그건 상대 비교이구요 개개인에게는 여전히 힘든 시기일 수 있습니다. 몸 건강하게 제대하는 것이 충성이고 효도이겠죠. 최소한 위장병 고치고 규칙적 생활 습관이라도 건질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나누면서 아잣~
그러니까..
'캐릭터'만 다르면 다 베껴도 괜찮은 겁니까~ 아니면 구성 등을 다 베껴도 그림체만 다르면 괜찮은 겁니까? --;
그리고 현실에서 만화보다 더 웃기거나 재미있는 것들이 많더군요. 이것도 재미(?)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웃기는 건 맞지요. 하하흐흐 에휴...
그리고 신작 구상에 감동의 물결이 밀려 옵니다. 전 '터네미이터' 시리즈를 써야겠습니다. 이름 조금 바꾸고 살인은 씨앗 심기로 바꿔서 쓰는 거죠. 이미 '터보레이터'라는 전설의 AV가 있긴 하지만 뭐 그까이꺼 좀 더 복잡하게, 짜임새가 좀 다르게 하면 된다는 거잖아요? '이건 우리 둘만 되는겨...'--;;(라는 명대사가 떠오릅니다)
1. 스토리 전개 및 연출방식에서는 표절 가능성 높지만 그림체가 다르다.
2. 다른 작품으로 그려진 것이라 2차적 저작물작성권 침해는 되지만 출판권자의 출판권 침해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 두가지가 요점인데요, 문제는 표절작품을 2차적 저작물로 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출판권 침해소송이 성립되지 않고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로 봐야 한다는 아리송한 의견입니다. 이 의견에 의해서 대법원은 2심이 출판권 침해소송으로 처리한 것이 부당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법의 맹점이기도 한데 우선 다른 장르에 비해서 개념이 불명확한 만화 장르의 표절과 2차적 저작물에 대한 이해 차이가 만화계와 법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지적하신 내용이 대법원 판결의 배경으로 보입니다. '소장이 출판권 침해로 되어 있으니 저작권 침해로 소송하려면 소장부터 다시 써라'는 말인 셈이죠.
21세기 한국 만화계를 주도할 참신한 인재들의 등용문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이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합니다. 미래 출판만화를 이끌어갈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된 제7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 역량 있는 초,중,고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본 공모전 입상시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애니메이션 고등학교 등 상급학교 진학시 특전이 부여됩니다.)
자세한 요강은 홈페이지 http://www.kcomics.net 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