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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와 기자

오늘 모 방송에서, 김치 파동으로 다시 도마에 오른 언론의 선정성과 폭력성, 그리고 무책임성을 생각했다.


쓰레기로 만든다는 만두, 독극물로 범벅이 된 골뱅이 통조림, 먹으면 암 걸리는 송어, 기생충이 버글거리는 중국 김치로 이어진 먹거리 공포특집이었다. 방송 내용은 '불량 음식'이 선정적인 표제어를 붙이면서 막 나갔고 그 통에 해당 업계의 부도와 붕괴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사후에 관련 부서가 재조사 발표를 하고 언론이 정정 보도를 하지만, 속된 말로 죽은 자식 부랄 만지기다. 그래서 언론은 파문의 업체들을 간접살인자라 불렀지만 정작 그들 자신이 살인 도구였다.

예전에, 인터넷이 없을 때는 '외신'이라는 이름으로 보도되는 특정 사안들의 특정 방향을 객관적으로 수용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언론이 보도하기를 '어느 나라에서 우리 나라를 이렇다고 하더라'하면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또는 거대 언론의 사설이라면 그게 '독립선언서'쯤의 무게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머리가 좀 크게 되면 국가가 금지하는 루트를 통해서 우리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게 되고 그 정보란 것은 드러난 언론의 정보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매번 경악케 하는 내용들이었다. 미국의 한 지방지 귀퉁이에 실린 기사를 '미국 유수의 언론 ** 지가 발표하기를'이라고 일반화시키거나 심하게는 실리지도 않은 기사를 만들어 인용 형식으로 사기를 치기도 한 언론이다. 그러면 대중은 그 의견에 우르르 동조했다. 지금이라고 별다르지 않다. 정보가 넘쳐나고 있지만 여전히 언론이 저 쪽이다 하면 대부분 그 쪽으로 달려가기 바쁘다. 그러다 한 놈이 '여기가 아닌가벼~'라고 소리친 것이 바람결에 운좋게 들리기라도 하면 대번에 방향 전환이 되기도 한다. 줄맞춰 쭉 날아가는 철새가 오히려 꿋꿋하다.

언론은 공기이다. 밥공기도 아니고 떠도는 바람도 아니라 공적인 도구라서 공기다. 검사는 개인으로 사법기구이듯이 기자는 개인으로서 언론이다. 검사가 육법전서 암기 능력으로 뽑힌다면 기자는 언론고시(?)를 통해서 뽑힌다. 중앙지 입사가 지방지 입사보다 어려운 것은 중앙지가 더 파급력이 큰 매체라는 이유도 작용하는 것이다. 중앙지의 기사 그리고 언론의 새로운 강자인 인터넷 포탈 사이트 뉴스 검색 결과에 블로거의 글이 동일한 무게로 게재되는 시대가 왔다. 야후 검색은 블로거의 글을 동일하게 취급한다고 했고 한겨례는 어제 날자로 네티즌의 글을 기사로 싣기로 했다. 물론 다음 포탈이 시도했던 일이긴 하다.
이글루스 피플 선정자들은 연락을 받았겠지만 그 인터뷰들이 외부 언론의 연재 기사로 나갈 예정이고 새롭게 등장하는 온라인 언론사들은 블로거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을 감추지 않는다. 1인 미디어 시대에 90%가 펌 족이라지만 나머지 10%는 자체 생산자이니 당연한 흐름이기도 하다. 인터넷 이용이 그저 메일 주고받기에서 검색으로, 끼리끼리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이젠 1인 미디어 정도로 흘러왔으니 이 흐름에 동조했든, 의도했든 블로거들의 글이 기사화되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라 볼 수도 있다. 게다가 기사을 소비하는 입장들이 정통 저널의 기사보다 인터넷 흘려 쓰기식 기사 또는 극단적 요약 기사를 더 쉽게 이해하는 현상도 개입됐다고 볼 수 있다. 월간 신동아에서 원고지 1200매 분량의 기획으로 '북한의 사회'를 다뤘다고 하자. 그 전문을 보는 이보다 '북한 아가씨와 채팅했어요'라는 게시글 제목이 더 많이 읽히는 세상이다.

다만, 기사라는 것이 1인 미디어 게시판이 아니라 매체라는 것에 실리면 그것은 공기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저널이다. 담 넘어 춘향이가 뛰던 널이 저널이 아니라 사실과 진실에서 고민하면서 써야 하는 글이 저널이다. 기자의 주관적 의사까지 담긴 새로운 저널리즘이 일반적인 요즘, 블로거의 글은 공기의 글보다 훨씬 주관적이다. 기본 글이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지고 그 글의 방향이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형성된 주관이어야 최소한의 조건에 부합된다. 블로거의 글을 기사화하는 것이 흐름이라면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모색되리라 본다. 그 모색이 없으면 언론의 부정적 폭력이 강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블로그라는 말이 나온 지 2년 남짓에 블로거들 간의 자생적 언론화, 규모화, 집적화가 진행되고 동시에 기존 언론의 블로거 흡수가 진행되고 있다. 기자의 문턱이 한참 헐거워진 세상이다. 어제 무슨 드라마에서 주인공(한예슬 분)의 가정사를 캐묻는 장면이 나왔든데 그 기자(재연배우로 출발한 낯 익은 분)가 하필이면 '주 기자'였다. 물론 극중이지만. 그런데도 드라마 속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장면이 아니어서 '주 기자, 나가세요'라는 대사는 '죽이자'처럼 들렸다. 혹시 '주씨 통신'에 가해지는 기존 언론사의 억압이 아닐까라는 정신질환틱 생각을 하면서 키득 웃었다.

2005. 10. 29.
키득키득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10/29 02:05 | 만화말고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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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미리내 at 2005/10/29 07:42
매우 공감가는 글입니다.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10/29 14:22
미리내 님/좋은 글 많더군요, 종종 들리겠습니다^^
Commented by 골룸 at 2005/10/29 15:30
언론의 가장 기본은 사실확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면 주류언론이나 블로그나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겠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10/29 16:00
골룸 님/예, '사실'이 가장 기본 요건이죠. 그런데 '공기'라면 '사실'에 '진실'을 더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 먹다 체한 정치권 실세가 '국민은 나를 원한다'고 말했다면 이것은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니죠. 이를 분별해야겠지요. 게다가 '데이터'도 편향적으로 수집하면 '악의적 거짓'이 되는 판이구요. 사적 감정의 보도->근거있는 사실 보도->진실을 밝히고 전달하는 지점이 언론 자세인데 블로거 개개인에게 이를 기대하기란 무척 난제일 터입니다. 그래서 그 거리를 소멸시킬 '무엇'이 필요한데 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번 흐름에 별로 보이지 않았더군요. 기발한 고민도 아니니 방법이 강구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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