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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되고 이 작가는 안되는 것 딴지 거는 글

어제 방송에서 언어의 마술사 김**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늘 기사가 떳다.
그러니까 표절 분쟁에서 승소했다는 것이다. 뭐 당연한 소식이니 여기까지야 그렇다고 하자. 표절은 유괴범과 같은 뜻이니까.

그런데 기사 내용으로만 보자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판결문 전체를 확인하지 않았기에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기자가 어련히 핵심을 정리했을 것이라고 믿고 살펴보려니 이해 불능.

우선 이 사건은 MBC에서 2001년 10월-2002년 4월까지 방송한 '여우와 솜사탕'이 김 작가가 대본을 쓴 1991년 초대박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시청률 자체 집계 70% 상회)를 표절했다고 고소당한 내용이다.
이 사건의 판결문을 보니...


'여우와 솜사탕' 대본은 '사랑이 뭐길래'의 대본을 근거로 쓰여졌지만 구체적인 전개, 등장인물의 상호 관계 구도에 있어 적지 않은 부분이 추가돼 있어 드라마로서의 독특한 부분이 상당 부분 인정되나 MBC와 '여우와 솜사탕' 작가 2명은 3억 66만 원씩 총 9억 198만 원을 김수현 씨에게 배상하라는 것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는 이희정 작가의 판결문 때문이다. 이 판결문을 비교해 보자.
드라마 '두근두근 체인지'는 만화 '내게 너무 사랑스러운 뚱땡이'를 근거로 쓰여졌지만 구체적인 전개, 등장인물의 상호 관게 구도에 적지 않은 부분이 추가된 각색을 통해 드라마의 독특한 부분이 상당 부분 인정되고 이미 드라마도 종영됐으니 이희정 작가의 고소를 기각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같은 이유로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을까? 이희정 작가의 경우는 판결문으로 확인을 했고 김수현 작가의 경우는 지금 나온 기사의 내용만 참조했다. 그러나 판결 기사라는 것이 주요 쟁점에 대한 판결 이유를 요약하는 것이므로 이 내용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판결문 전체 요지도 같을 것이다. 그러니 이해 불능.

김 작가는 되고 이 작가는 안된다는 것일까?
혹시 다른 까닭이 있을지 몰라 아직은 유보한다.

2005. 9. 16.
주 모씨.

덧글

  • 스노우워커 2005/09/16 01:32 # 답글

    법이 있더라라도 결국 사람이 결론을 내는것이지요
    사람은 갈대와같은 존재

    솔로몬의 선택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변호사 여럿이 같은 내용을 가지고 완전히 각기다른 판결을 내린경우가 많았습니다
  • 스노우워커 2005/09/16 01:34 # 답글

    변호사의 가치관이 사건의 해석관점에 많은영향을 주는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 쥬피터 2005/09/16 01:44 # 답글

    워커 님/김수현 작가의 승소 판결이 나기 전에는 만화의 드라마 '각색'에 대한 부분이 쟁점이었는데 이번 판결을 보니 이건 '각색'이 문제가 아니라 만화는 찌그러져 있으라는 무언의 협박처럼 들립니다. 같은 사안의 다른 판결로 비춰지는 것은 저의 오해일까요? 흠...
  • 쥬피터 2005/09/16 01:45 # 답글

    유젠님/이젠 접속을 감시까지? 파하하~ 자정에 들어 와 음주 모드지만 감시에 부응하여 잠시... 쿨럭. 접속하겠습니닷.
  • 산왕 2005/09/16 01:50 # 답글

    만화는 찌그러져 있으라는 거 맞군요 --
  • 쥬피터 2005/09/16 01:54 # 답글

    산왕 님/판결문을 자세히 봐야겠기에 아직 추임새는 유보 중이지만 저로서는 그렇게 밖에 이해 못하겠네요. 혹시 다른 해석이 가능할런지 몰라도요. 만화가 잘 되려면 그저 '머를 마이 멕에야지' 영도력을 추종해야 하는건지 이거야 원... 참.
  • 오거 2005/09/16 01:57 # 답글

    바람의 나라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 지는군요.
    쳇, 어디 의사나 판사 검사 변호사출신 만화가 하나 나오면 그 작품에는 저런 헛소리는 못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Myggol 2005/09/16 02:46 # 답글

    물끄러미 보다가 저 두 개의 판결문이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정되나... 배상하라..?' '인정되고...기각한다...?'
    혼자 이상해, 판결이 이상해,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굳이 그 단어가 아니더라도 이상한 것은 사실이고요.-_-;; 저게 전부는 아니지만요.)

    덧, 링크 신고합니다. ^^;
  • 쥬피터 2005/09/16 03:12 # 답글

    오거님/ 제가 알기로 ‘태왕사신기’ 드라마는 아시다시피 급조했다는 의심이 드는 몇 장짜리 시놉시스만 가지고 먼저 제작 발표회를 한 것이죠. 유명한 외주제작 프로덕션이 선수를 치는 ‘바람’에 김 작가가 진행하던 것이 물거품이 되었고 그 때부터 분쟁이 시작됐지요.
    여기에서 문제는 ‘시놉시스만 가지고도 표절이 뻔하게 보인다’는 우리의 주장과 ‘드라마 대본도 안 나왔는데 뭔 표절이냐’는 저쪽의 응대가 창과 방패로 사용된다는 것이죠. 이게 어려움의 핵심인데, 표절을 문제 삼을 구체적 저작물(즉 대본 같은 형태)이 없으니까 소송 진행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구체적인 대응 저작물(드라마의 실제 방송)이 있고, 그것이 만화를 베꼈다고 인정된 이희정 작가의 소송이 기각된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러니 대응 저작물이 구체적이지 못한 ‘바람의 나라’는 쉽게 소장을 제출하기도 쉽지는 않게 된 것이죠. 그래서 더 억울한 것이죠.
  • 쥬피터 2005/09/16 03:15 # 답글

    ...그래서 그 대응물이 좀 더 구체적인 형태일 때 소송을 걸어야 하는데 그게 대본이 되겠지요. 그런데 처음 제작 발표회 이후에 이쪽이 문제 삼는 부분을 계속 수정하면서 달리 발표하고 있는 드라마 제작자 측의 행태로 볼 때 구체적 대응물은 표절 분쟁을 비껴갈 내용이 될 것이 충분히 예상됩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어려운 것이지요. 물론 이에 더하여 만화보다 더 큰 분야와의 소송에서 번번히 밀리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하게 만드는 판례의 반복도 우려를 깊게 만들지요. [바람의 나라]는 간단치가 않습니다. 에휴...
  • 쥬피터 2005/09/16 03:34 # 답글

    마이꼴 님(?)/그 이상한 걸 저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지요. 이상과 전혀 맞지 않는 이상한 것이지요. 정말 이상하고도 이상하죠? 아, 머리가 이상해 지려고 합니다.
    이상, 리플이었습니닷!
  • 0얀0 2005/09/16 05:33 # 답글

    재판에서 배상에대한 판결을 내리는 핵심 요소는, 그 저작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먹었는냐, 하는 점이래요.
    즉, 손해를 얼마나 보았느냐죠. (아마 다들 아시겠지만.)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김수현씨는 돈 많이 벌 수 있는걸 딴놈이 가로챘으니 배상해야 마땅하고, 만화로 벌어들일 돈이야 먼지만큼밖에안돼니 닥치고 찌그러져 있어라. 이거죠.
    .......이렇게 밖에 해석이 안되는 제가 삐뚤어진건가요. =_=
  • Myggol 2005/09/16 06:23 # 답글

    쥬피터님/ 오, 제대로 읽어주셨네요. 대부분은 미꼴이라고 대뜸 하시던데...; 그런데 쥬피터님 덧글에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할 따름입니다. -_-;

    이상, 답 덧글이었습니다. ^^;;
  • 서하 2005/09/16 10:50 # 답글

    울컥, 하게 만드네요.
  • capcold 2005/09/16 12:54 # 삭제 답글

    !@#... 힘있는 의뢰인이 비싼 변호사를 사서 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울컥스럽기는 하지만) 그리 드문 일이 아니죠. 게다가 이번 건은 타매체가 아니라 동일 매체라는 점도 작용했을 듯 합니다. 즉 '유사성=표절=직접적 손해를 끼침'의 공식이 훨씬 더 쉽게 와닿죠. 뭐 시대의 흐름(...)속에서 유사한 사례에 대해서 한층 더 전향적인 판결이 떨어진 것은 득이면 득이지, 해될 것은 없죠. 항소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이번 판례가 "내사랑뚱" 진영에도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 적어도, 변호사가 기본 정도는 해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만약 이번 판결이 먼저 나오고 내사랑뚱 판결이 나중에 나왔다면 정말 분노할 일이지만, 지금의 순서라면 오히려 좋은 찬스가 생긴 것에 쾌재를 불러야죠.
  • 쥬피터 2005/09/16 15:08 # 답글

    서하 님/...울컥하자고 올린 글인걸요--;;
  • 쥬피터 2005/09/16 15:15 # 답글

    캡 님/그래서 이번 판결문을 제대로 정독해 보면 항고에 기여할 문장들이 꽤나 널려 있을 듯 합니다. 이 작가 소송 건에서는 '각색'을 별개의 작품으로 보는 활당한 주장이 근거가 됐더군요.
    뭐... 이 작가의 변호인이야 엄청 공부했을테니 우리가 아는 상식(?)보다 한참 높은 수준에서 이번 판례를 이용하겠지요.
    그나저나 울컥한 이유는 이번 승소가 무슨 새로운 판례를 남긴것도 아니고 당연한 결과인데, 이 당연함에서도 뚱땡이는 예외였다는 것이 이유였지요. 흠.
  • 쥬피터 2005/09/16 15:24 # 답글

    작은 동그라미 사이의 얀 님/예전에는 저작권 분쟁에서 침해한 사람이 얼마를 벌었나를 따져서 그걸 되돌려 주는 방향이었죠. 그랬는데 요즘에는 그 침해자가 얼마를 벌었냐보다는 원저작권자가 얼마나 손해를 봤냐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만화를 불법 스캔해서 무료로 인터넷에 올린 사람이 이를 통해 얻은 이득이 겨우 사이버 아바타 팬티 두 장이라고 해도 작가의 피해가 30만 원이라면 30만 원 청구가 가능합니다. 물론 그 30만 원의 근거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하겠지만요.
    법이 상식의 최소한이라면, 피해자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살인자가 한 사람을 죽임으로써 얻은 이득이 살인의 쾌감뿐이었다고 피해보상을 엑스타시 한 봉지로 할 수는 없지요. 당한 사람의 고통은 그 범인을 두 번 죽여도 풀리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 심정을 법정 형량으로 정해 놓는 것을 보면 피해자 기준이라고 보입니다. 저작권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죠.
  • 0얀0 2005/09/16 17:14 # 답글

    얀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이글루에 한글자 아이디가 등록이 안돼서....(쿨럭;)
  • 무표정분재 2005/09/17 14:16 # 삭제 답글

    법조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법관들은 김수현이든 이희정이든 다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판결문 전체를 보지 않고 단순히 결론만 보면 우습지만, 뒤에서 얼마나 오갔느냐를 아시면 둘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실 수 있으실듯.
  • 쥬피터 2005/09/17 14:45 # 답글

    무표정분재 님/물론 재판이란 것이 양 쪽의 주장이 얼마나 객관적인 증거자료로 입증되느냐의 문제겠지요. 판결 주문을 보면 왜 그랬는지 장문의 글로 설명이 되어 있을 터이구요. 다만 법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에서 그렇다는 것이지요.
    간혹 보면 핵심은 '가'인데 소장을 '나'에 집중하여 흐지부지 된 소송도 있고 주장은 강력한데 입증 자료가 난감한 소송도 많더라구요. 신이 아닌 이상 법이란 것이 지닌 한계가 입증일테고 법적 개념이 인정하는 억울함이냐가 중요하겠지요.
    그럼에도 판결 주문을 보면 별반 두 사건이 다르지 않더랍니다. 그래서 의아함이 큰 것이고 이것을 만화 쪽에서는 부당함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사건 하나만이 아니라 유사 사례들이 꽤 있는 만화쪽이라 더 증폭된 의아함이기도 하지요. 무표정분재님의 지적도 옳지만 우리의 입장도 현실에서 그리 황당한 외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성숙이겠지요. 법적인 조언이 필요한 만화계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 스노우워커 2005/09/18 16:46 # 답글

    쥬피터님 그리고 여기오시는 모든분들 추석 잘보내세요~(-_-)@
  • 쥬피터 2005/09/18 21:24 # 답글

    저도 늦었지만 당일에 드리는 '메리 추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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