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9월 07일
[백의천] 흔적이나마 그를 기억할 수 있다면.
잡지 후기에 간단히 언급된 '과로사'와 필명 '백의천' 만으로 이 죽음을 넘기기에는 고인의 열정이 너무나 깊었다.아는 이 하나 없어 물어 물어 찾아 간 신 모 작가의 홈에 글자로 남겨진 그의 육성을 이곳에 옮겨 두는 것으로 오래도록 기억하려고 한다. '고인이 웹상에 남긴 글과 프로필을 남겨 그를 기리고자 한다'는 원 글 작성자 신 작가의 말처럼.
출처는 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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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원 출처의 글이 삭제되거나 해당 블로그가 폐쇄되기라도 하면 이 절절함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기우 같은 생각에 아래에 '복사'해 둔다. 아래는 복사의 의미이므로 내용은 위의 원 출처를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볼 수 있도록 알려준 전문만화인님과 이 글을 기록해 주신 신 작가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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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준철(崔埈徹) -필명 백의천(白議川)
향년 33세 (1973.6.6 ~ 2005.08.16)
사인 :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
유작 : <손영기(영챔프)>
2. 신 작가의 고인 회고 글
너무나도 건강한 녀석이였길래 믿어지지 않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삶을 너무나도 치열하게 살아가던 평소 그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연재 직후 지금까지 하루에 3-4시간만 자면서 일을 한다고 말하던, 지독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매일 땀복을 입고 4-5km씩 전력질주를 하면서 심신을 혹독히 단련시키던 놈이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현재 스토리를 담당하는 <손영기> 외에 준비 중이던 작품과 갑자기 뒷수습을 맡아 이름 없이 맡고 있던 작품까지 합하면 도합 5개의 작품을 하게 됐다고 말하던 그였다. (이젠 그 작품들은 볼 수 없다.)
살인적인 작업량에 입을 다물지 못하던 나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형, 이 정도는 해야 우리 가족 먹여살려요."
창작하는 놈은 가난해야돼. 내지는 궁핍함을 인내하며 창작해야 한다는 다소 낭만적인 문화건달들(날 포함한)에게 그는 창작인이기 전에 삶에 충실한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을 몸소 보여준, 인생의 선배였다.
...하고 싶은 말은 해변가의 모래알처럼 많지만, 더이상 쓰면 넋두리가 될까 싶어 이만 줄일까 한다.
다만 그가 웹상에 남긴 글과 프로필을 남겨 그를 기리고자 한다.
3. 고인의 흔적-'想念의 辯'
(2005.02.26 03:47:00 활동 동호회의 싸이월드에 올렸던 글)
33년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도
지나간 것에 얽히지 않고... 눈은 항상 내일만을 바라보며 산다.
글을 쓴다는 일이 너무도 힘이 들어서,
내 안의 미숙함을 훌렁 벗고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워서...
일부러 혹은 애써서 외면하던 시간도 있었다.
직장을 다니고... 회사를 차리고,
제법 많은 돈과 성공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이었을 진 몰라도,
그 또한 하나의 고통이었음을 고백한다.
최준철이라는 사회인의 이름과
스토리작가 백의천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
어느것 하나 쉽지 않은 두 이름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해봤지만...
결국은 다시 돌아오고 만 것이다.
수잔 스태빙의 말처럼...
'정열은 눈을 멀게 만든다'라는 말이 분명한 진리일지라도,
나의 어리석은 천성은 항상 정열 쪽을 택하게 만들고...
이제는 그것만을 품고 살아가리라 스스로 다짐하곤 한다.
휴가나온 군인들마냥 아침부터 용산역앞 감자탕집에 부시시한 몰골로 틀어박혀
그림작가와 소줏잔을 기울이며 살아간들 어떻고...
살아가기 깝깝한 원고료가 찍힌 통장을 보며 한숨이 나온들 어떻겠는가...
내장을 홀랑 태워서라도 만족할 만한 스토리를 뽑을 수 있다면...
하고싶은 만화와 함께 평생을 뒹굴거리며 살아갈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문득 '잘 보고 있습니다'라는 격려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난 잘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을...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을...
그럴 수 있을 것을...
- 꼴찌로 마감을 끝내고 아침부터 소주를 들이부었더니...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아서 끄적입니다.
그냥 두서없이 갈겨댄 말이니...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은 용서하고 넘어가시길... 내용은 더더욱 용서하시길...ㅎㅎㅎ 모두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議川-
4. 고인이 작성한 프로필
(현재 폐쇄된 고인의 싸이월드 홈에 올렸던 글)
- IMF 이전... 춘천에서, 꼬임에 넘어가서 저질만화를 다수 제작
- 무책임의 국가대표로 남의 작업에 손대고 도망가기 다수
- 인간화를 꿈꾸며, 다른 직업에 몰두 했으나... 주변에서 만류
- 2004년 제버릇 개 못준다는 속담을 실천하기 위해, 만화판 컴백선언... 역시 주변의 반응은 냉담
- 출판사에 술먹고 들어가서 연재를 따내는 일에 성공
- 다른 출판사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연재를 따내는 일에 성공
- 좌우명을 '술 속에 길이 있다'로 바꿈
- 소시적부터 고도의 삽질 및 복싱 등으로 다져온 체력이 고갈되어 현재 건강을 조금은 걱정하고 있음(걱정만)
- 윗 글을 프로필로 불러도 되는가 하는 문제로... 현재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음
- 가훈 : "하루 한 병!! ㅡㅡb"
- 곰탱이 같은 마눌이와 딸을 상대로 매일 2차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감
- 만화에서 시작해서... 만화로 끝날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議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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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05. 9. 7.
죽음에서도 요절은 더 슬프다.
요절한 죽음은 더 안타깝다..... 주 모씨.
# by | 2005/09/07 01:52 | 만화와 사람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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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하생시절 선생님이 마감때만되면 나 이러다 죽을거같애란 말을 반복하는게 듣기싫었는데 나중에 제가 작업중 이대로 있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저절로 들면서 같은소리를 하게 되더군요.
뭐...어쨋든 모두 행복하게 만화를 그릴수있는 만화천국을 꿈꿔봅니다
건강조심하세요 쥬피터님
그것도 젊디 젊은 나이에... 무심하기도 합니다.
남아있는 분들의 아픈 가슴은 어찌 수습하라고...
'지금 남의 말 할 처지가 못 될텐데?'.... 랍니다... ㅡ ㅡ;;;
저도 살아서 내년을 맞이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ㅡ ㅡ;;;;;
쥬피터님도 안타까운 마음 추스리시고 건강에 유의하세요... ㅡ ㅡ;;;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끔 만화가 뭐길래 수많은 젊은피를 원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