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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학습만화에 얼마나 몰렸을까?

얼마 전 개인의 이름으로 단행본을 발표한 작가와 무명이지만 평균 십 년 정도 실제 작품을 그렸던 작가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현재 그리고 있는 만화에 대한 조사를 했다. 인원이 570여 명이 모인 곳인데 그 결과 60% 정도가 '학습만화'라고 불리는 분야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의 집계로 일반화하기가 어려워 검증 차원에서 다른 방법으로 집계를 해 봤다. 그 방법이란 것이 개인이 할 수 있는 것 중에 카클 등 만화계 구인구직란이 있는 3개 사이트를 뒤지는 것이다. 기초설문조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간단한 막노동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2005년 6-7월 2개월을 대상 기간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상위에 랭크된 분야는 이렇다.



해당 사이트들의 구인 관련 글에서 중복되는 내용을 제외하면 159건이 남는다.

학습만화 분야 56건(35%)
50건은 칼라 나머지는 홍은영 문하생 1건과 기타 4건

단행본 분야 42건(27%)
문하생 구인으로 신일숙, 박수영, 임재원, 양선모, 박찬섭, 고진호, 고야성, 김동제, 김영오, 이유정, 하승남 작가 등.
구인하는 대표 작가 미표시는 웹진 및 잡지 연재, 순정만화 단행본 분야로 명시되거나 미표시.

공동화실 모집 18건(11%)
창작 분야가 표시되지 않은 구인.

모바일 분야 11건(7%)
성인용 스토리, 포토샵 칼라 구인

기타 32건(20%)
대본화실의 서브 스토리 작가, 뎃생 작가, 만화강사, 디자이너, 캐릭터, 삽화, 어시스트, 톤 파트 타임 구인 등

위 데이터에서 공동화실 건과 기타 건에서는 분야 구분이 모호하다. 단행본 분야와 학습만화 분야, 모바일 분야가 명확히 구분될 뿐이다. 그러므로 유추하자면 모호한 분야의 구인이 뚜렷한 분야에 포함되어 집계되는 것이 목표하는 자료에 가깝다.
그 경우 학습만화 35%, 잡지와 단행본 분야의 27%, 모바일 분야의 7%는 각각 증가할 것이다. 물론 명확한 분야의 우선순위에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일괄 증가를 적용하여 0.5배를 하면 결과는 학습만화 53%, 단행본 및 연재분야 40%, 모바일 10%가 된다. 그러나 우선순위라는 추세를 고려한다면 학습만화 시장의 참여도는 더 높아 질 것으로 본다. 결국 처음 언급한 작가 사이트에서 자체 집계한 것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대략 60% 정도가 학습만화 시장에서 만화작가의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는 말의 신뢰도가 높아진 것이다.

다만 학습만화 시장에서는 누가 그렸는가를 독자가 주목하지 않으며 또한 이 시장의 창작형태가 팀 단위의 공동작업인 경우가 많아 팀 명으로 명시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알았던 최근 십 년 전후의 중견 작가들이 만화를 접은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바쁘게 만화를 그리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에는 만화방용 대본소 화실로 복귀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그 역할을 현재는 학습만화 시장이 대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증거로 몇 년 전까지 가장 왕성한 시장(인력의 참여라는 면에서)이었던 대본만화의 경우 박봉성 화실의 B팀에서 올린 구인이 유일할 정도로 현재 새로운 인력의 유입은 거의 사라진지 오래다. 반면에 해외 진출로 인한 이유정, 하승남 작가의 문하생 구인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현재 시대의 대세는 역시 학습만화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학습만화'에 대한 정의, 혹은 시선에 대해서는 일부 수정해야 할 것이 있어 보인다.
처음에는 학습만화였을지 몰라도 이제는 그 범위로 한정하기에는 어려운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새롭게 제기된 명칭은 기획단행본만화로 현재는 이 명칭이 그나마 범위를 포괄하고 있다. 그러므로 초기의 학습만화 시장에 진입한 작가의 경우 곁길로 잠시 외도한다는 외부 시선과 동시에 자신도 그런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인식이 많이 사라져 보인다. 출판만화에 학습만화를 포함해야 하느니 말아야 하느니 하는 논란이 있었던 것이 불과 2-3년 전임을 감안할 때 이 시장의 급성장은 결국 전체 만화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전체 파이를 증가시키는 주요 동력이 됐다.

학습만화는 기존의 단행본 출판만화와 다른 시장의 특징을 지녔다. 만화는 혼자 그려야 한다는 고전적 관념을 팀 단위 작업 개념으로 바꿨으며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의 어느 일방이 종속적 관계가 아닌 동반자 관계로 변화됐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칼라 원화이고 시리즈 형태로 서점과 대형 유통공간,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 위주로 배포되어 한국 만화시장의 대여문제에서 빗겨나 있다. 이보다 중요한 특성은 기본적으로 기획으로 창작되는 만화 개념이다. 한 작품이 대박을 치면 한 달 사이에 같은 소재의 만화가 20여 종이 나오긴 하지만 그 유행을 이끄는 첫 작품과 틈새를 공략한 후발 성공작은 당연히 기획의 결과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기존의 메이저 만화출판사들이 출판만화의 인식에서 진입한 학습만화는 참으로 용감(?)하다. 이 시장에서 메이저 만화출판사라거나 유명 만화가라는 기득권은 없으며 기존의 단행본 밀어내기식 수법이 통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기획단행본 시장의 베테랑들은 이 회사들의 시장 진입을 보고도 경계하지 않는다.

향후 이 시장의 성장이 정보와 교양, 그리고 교육적 목적에 한정되지 않고 포괄적 개념의 기획만화로 자리잡게 된다면 부가적인 만화계 이득도 예상된다. 만화 소비자뿐만이 아니라 모든 대중문화의 소비자 시장은 새롭게 유입되는 소비자와 기존 소비자를 더 오래 묶어 두려고 치열하게 노력한다. 만화의 경우라면 아동 독자의 지속적 유입과 성인 독자의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 기존의 만화 시장에서 어린이 소비자는 명랑만화의 상실과 함께 TV 애니메이션으로 빼았겼고 성인독자는 이제 만화방용 성인만화, 그리고 그 만화들의 연재지면인 스포츠 신문만화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기획단행본 만화는 어린이의 출판만화 친숙도와 성인들의 만화구매 시장을 부활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다만 여전히 떨치지 못하는 우려는 잡지 연재 후에 단행본으로 나오는 기존의 출판만화 시장이 점차 줄어 들어 교양과 교육, 그리고 정보성을 위주로 한 기획만화시장으로만 치닫는 것이다. 캐릭터와 작가의 이름으로 만화를 고르던 기존의 선택 방식은 이제 불필요한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는 보수적 독자의 우려이기도 하다. 그것은 문정후의 만화를 오래 기다려야 하고 십 년 전, 왕성했던 작가들의 이름이 박힌 새 작품을 보지 못하는 오늘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바라건데, 출판사가 기획한 만화의 스토리를 받아서 팀 단위로 그림을 그려 자기 이름을 명시하지 못하고 매절한다고 해도 다시 자기의 이름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이 구상한 캐릭터로 창작하여 독자에게 보여주겠다는 구상을 견지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 희망이다. 만화를 보면서 교양을 쌓을 수도 있고 정보를 얻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처음 만화를 대할 때 받았던 감동과 웃음이 담긴 이야기를 다시 대하고 싶기 때문이다.

2005. 8. 3.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08/03 21:31 | 만화가 코너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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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산왕 at 2005/08/04 03:59
모 작가의 문하생으로 구르고 있는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8/04 04:04
산왕 님/몸은 구르고 있되 머리에 목표한 바가 있다면 오늘이 무의미한 것은 아닐테지요. 문하생 친구분이 그 방향을 포기하지 않기를 저도 바랍니다.
Commented at 2005/08/04 12:0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8/04 13:07
반갑습니다. 추가해 두겠습니다. 그런데 항상 켜두지를 않고 대부분 파일 주고 받을 때만 켭니다. 켜두면 일이 안되기도 해서요^^;; 조만간 거기서 뵙지요.
Commented by Sino at 2005/08/05 02:02
만화계 첨 입문했을때 같이한 친구들이 떠오르네요
하지만......지금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중 한녀석은 떠나면서 저주섞인말(만화는 이제 비젼이 없어!)까지 내뱉고 가서 상처받기도 했는데...
요즘들어 서로 힘을 북돋아줄 사람이 없는게 아쉬워 이젠 그들이 그립네요(미운사람들,좀만 더 버텨보지 그랬어! 나 심심해)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8/05 02:35
여럿이 출발하여 길을 걷다가 혼자가 되면 갑자기 '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밀려 오지요. 소수의 사람은 신념으로 더 나아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은 흔들리기 쉽지요. 이렇게 가던 길에 혼자 남게 되면 걸어 가는 이도 힘들지만 도착점에서 목빠지게 기다리던 사람들도 허망해지겠죠. 그나마 계속 출발하는 이들이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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