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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적(敵)

만화가 주는 즐거움을 쫒아 가다 보면 만화 이야기의 폭이 '만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만화와 그 주변까지 이야기하게 된다. 그렇게 '만화계'를 이야기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시기가 지나면 만화계 이야기를 하기가 점점 어려워 지고 다시 '만화'만 이야기하게 된다. 그 배경은 거창할 수도 있겠지만 소심하게 이유를 들자면 남에게 해서 좋을 이야기가 아니라는 '가리기 위함', 안 좋은 이야기일 때 그 주인공들이 가까운 사람이라는 '모른척 하기 위함'에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는 몇 가지 사례들은 '만화 즐기기를 어렵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한다. 기존 학설(?)은 외부 요인에 의한 핑계가 정통 교리처럼 주장됐다. 그 폐악들이란 심의니, 규제니, 인식이니, 유통이니 하는 것들이 잘못이고 왜곡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근래에 와서는 불법 행위의 소비자 행태가 대표적 폐악으로 부상하여 타도 척결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만화의 '안' 보다는 '밖'이 문제요, '우리' 보다는 '저것들'이 문제였다.

하지만... '우리'라고 한다면, '안'도 봐야할 때가 있다. 게다가 '안'이 더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무엇인가 잘 못되거나 미래가 암울하다면 그것은 '우리'의 문제로 고스란히 남는 것이고 '남들'은 지나치는 뉴스꺼리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그저 그런 현상일 뿐이다. 그래서 만화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남들'을 탓하는 삿대질만큼 자성이 요구된다.

최근 공개적으로 말하긴 정말 어렵지만, '돈! 날로 먹기 사건'이라 부를만 한 일이 터졌다. 만화 외부에서 만화에 투자한 자금이라면 만화계는 그 돈을 활용하여 만화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만화계가 부르짖는(?) 만화 펀드니, 창작 지원금 증액이니, 만화산업 지원이니 하는 소리들이 씨가 먹힌다. 기존의 결과를 보면 그저 유입 자금의 활용 결과, '성공 모델이 별로 없음'이라 할 만 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악의적이지는 않다. 해 보다가 안 된 것이니.
하지만 이번 '일'은 그저 만화에 투자한 돈을 '눈먼 돈'으로 봤거나 '쌈지돈'으로 봤거나 '지금껏 그리 해 왔으니 이번에도 그리하고 다음에 또 투자나 지원하라고 하지 뭐' 정도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십 억 가까운 돈을 흔적도 없이 쓰는가? 100억에 10억을 그리해도 기가 찰 노릇인데 겨우 십 몇 억 투자받고 유치해서 그 중 십 억 가까운 돈을 그리 쓴다면 이걸 일부라고 해야 하나? 거의 전부라고 해야 하나? 일의 전말을 보니 정치판처럼 누가 그 돈을 슬쩍해서 땅을 사랑했거나(?) 정선 카지노에 날린 것도 아니다. '우리' 안의 그 무엇을 위해 '세이브'했다는 것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추론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참으로 근시안적이 행태이다.  십 억을 부풀려서 백 억을 만들 생각은 애초에 없었던 듯 하다. 오히려 십 억에서 몇 억을 돌려 놓을까를 고민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듯 하다. 이런 개차반 상황을 보니 '이런 경우는 성공 모델을 꼭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던 지난 날이 참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럽다. 앞으로 누가 만화계를 믿고 만화에 투자할 것이냐?

최근 공개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만화! 아무렇게나 돌려~'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전에도 자주 이야기했지만 요즘은 만화를 쓰고자 하는 여타 분야들이 증가했다. 단순히 증가라는 단어로는 어감이 미약하게 느낄 정도로 확대됐다. 그 바탕에는 '콘텐츠의 시대'라는 화두가 깔려 있다. 이 화두를 잘 풀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경로'가 바른 모습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데 현실적 경로인 CP의 문제를 듣다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깊이 느낀다. 물론 '경로'라는 의미를 CP로만 대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만화콘텐츠 매니지먼트'라는 현실적 경로를 지금 찾으려니 딱히 일반화된 그 무엇이 없으므로 CP의 문제로만 이야기한다.
책으로 나온 만화 콘텐츠를 온라인에 공급하는 업무가 대부분이고 영화나 드라마, 해외 수출도 '만화콘텐츠 매니지먼트' 분야들이 담당한다. 당연히 각 분야와 단계에 저작권이 개입된다.
그런데 포탈을 비롯한 온라인 서비스 사이트에 A, B, C 작가의 작품이 무더기로 서비스된 지 몇 년이 지나서 우연히 작가가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그러한 사실을 원 계약자(모두 출판사로 책을 내고 그 출판사 계열의 CP, 또는 다른 콘텐츠 도매상 입장의 CP들)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는 것, 무단 서비스 사이트에 따져 보니 CP로부터 정식 계약으로 공급받았다고 오히려 화를 내는 상황, CP 쪽은 담당자의 퇴사를 이유로 아는 바 없다는 태도(일부는 자사 잘못이라며 상식적이며 양식있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등이다. 더 나아가 정식 계약을 한 서비스 사이트(이 중에는 당연히 대형 포탈 사이트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런 저작권 침해 건에 연루된 것 자체가 짜증나며 '만화 콘텐츠 빼버릴까?'라는 뉘앙스를 감추지 않는다. 허술한 저작권 관리 상황에서 마구 돌린 만화 콘텐츠 분쟁이 새로운 만화 콘텐츠 서비스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극단적으로 '만화 콘텐츠 제외'(제외의 현실성은 높지 않다.)의 작은 움직임을 낳고 있다. 이런 악순환은 끊어야 할 일이다.

최근 공개적으로 지목하기는 참 난감하지만, '트랜스포머 사건'도 도마에 올랐다. 방송을 본 이들 중 어떤 이는 게시판을 통해서 직접 비아냥 어투로 항의 글을 올리기도 하고 정부 관계자는 메일을 통해 '이걸 어쩔까요?'라고 물어 온 걸 보면 나만 황당해 한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애초에 저작권 침해 대응이 아니라 합의금 유도가 목적이라는 것은 이미 드러난 정황이고 거기에 연루된 만화판이 어디 판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현재, 이를 다룬 방송에 그 실무자가 '이런 일은 참 개탄스럽죠.'라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은 참으로 보는 눈을 의심케 했다.
취재한 기자가 저간의 사정을 잘 몰랐으니 인터뷰 대상을 누구로 해야 할지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니 내밀한 사정만 아니라면 방송 구색은 갖춘 셈이다. 그런데 아는 눈으로 보자니 이건 '변신'이랄 수 밖에. 법무법인의 고소 남발 상황의 정리는 '결자해지'가 정확한 해법이다. 위임에 의한 법적 대리인의 행위가 문제가 있다면 그 위임을 한 이가 풀어야 한다. 물론 개별 작가가 이를 예상하고 위임한 것이 아니라 단체가 '그리 하자'니 '뭐 그러지요~'하고 끄떡인 셈이라 '결자'는 단체라고 해야 맞다. 그러니 '해지'도 단체가 깔끔하게 해야 하는데 이뭐병... 그러더니 이젠 '변신술'까지 발휘했다. 정말 요즘 말로 '만화야, 지못미'다.
콘텐츠 시대 또는 저작권 관련하여 몇 몇의 신문이 기획기사로 다룬게 올 해 초이다. 이런 기획기사에도 불구하고 만화저작권이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그 모양새인 것은 대응 방식의 비효율성 때문이다. 그 비효율성은 '안'에서 비롯되었고, '우리'로 결집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모 출판사의 승진 인사가 화제다. 긍정적 의미의 화제가 아니라 냉소적 의미로서 그 내용이 정치판의 재현이라는 뒷 말 때문이다. 정황은 그렇지만 주고 받은 서류를 까 보자고 할 수도 없으니 그저 정황일 뿐이다. 그럼에도 작은 출판사 하나의 승진 인사에도 정치적 역학관계가 작용을 하는 만화판이 놀랍다고 해야 하나 그저 '허 참~' 하고 웃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 '여당'이 되지 못한 베테랑 만화편집자 몇은 새 우물을 찾아야 하는 지 고민하고 있다.
이 회사와 상관없이 만화계에 있는 '자리'에 대한 뒷 모습의 일부에서 음습함이 포착된다. 향후 '600억 짜리 벽돌 건물'의 책상에 앉기 위해 '형님 허벅지 잡기'나 '줄서기' 정도는 애교로 봐야 할 것이다. 적어도 정치판 처럼 돈 상자를 건네지는 않으니까 비교적 인간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최소한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부가적으로 허벅지를 잡거나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역량보다는 부가적인 것으로 사는 것, 그렇게 사는 이에 의해서 정책이나 방향, 만화의 내일이 영향을 받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밖에.

최근 이 밖에도 일반화시켜 다루기에는 지엽적인 '안'의 일들로 인해 씁쓸함이 커진다. 관련된 이들이 대부분 아는 분들(그래서 본문을 흐리멍텅하게 표현했다.)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본질적 문제는 '안에도' 문제가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다. 그 동안 '밖'의 문제를 이야기하면 '우리'가 되고 '내 편'이 되는 인간 사회의 속성이 만화계에도 작용해 왔지만 정말 '우리끼리'는 '안'의 문제를 따지고 고쳐서 '보다 나은 내일'을 꿈꿔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지금도 원고와 씨름하고 있는 만화가와 그의 만화를 좋아하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일부겠지만, 만화를 위한다는 포장으로 오히려 만화를 등쳐먹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2008. 3. 28.
주 모씨

by 쥬피터 | 2008/03/28 02:21 | 딴지 거는 글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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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산왕 at 2008/03/28 02:39
트랜스포머 사건이 참 orz.......
Commented by YaWaRa군 at 2008/03/28 10:13
저도 방송보고 저분이 어떻게 저런말씀을 ......! 이라고 남이 들으면 진짜인줄 알겠어요. 이것이 방송의 힘!
Commented at 2008/03/30 00: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8/04/02 23:39
오... 님/아, 기억합니다. 잘 계시죠? 그 건의 이후 진행이 잘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늘 건강하시구요^^
Commented at 2008/05/25 01: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8/05/29 00:22
김... 님/아, 그러시군요. 좋은 곳에 계시면서 아마도 님을 보고 계실 것 같습니다. 아버님과의 기억은 참 맑은 색채로 기억됩니다. 그 기억처럼 ...님도 맑은 삶을 소유하시길 기원합니다. 힘 내시고 우연히라도 뵈면 인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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