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04일
자세히 보면 달라요?
하루 건너 한 번씩 표절 이야기가 나온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표절[剽竊, plagiarism]이란 다른 사람의 글을 취하여 자기가 쓴 것처럼 행세하는 행위로 이러한 사기행위는 일반적으로 저작권법 위반이 된다. 그러나 단지 똑같은 사상(思想)이 다른 어구로 표현되었을 경우에는 계약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아주 똑같은 표현일지라도 그것이 독자적으로 얻어졌다는 것이 입증될 경우에는 침해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표절 논란에는 몰라서 그랬다기보다 교묘하고 오만함으로 치장되어 있어 더 악의적이다.
음악에서 논란이 일면 '샘플링'이라고 하고 방송에서는 '참조'라고 하는 기사들이 최근 검색을 통해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전적 의미를 풀이하자면 '사상'이 아니라 '표현'이 같은가를 따지고, 같더라도 '우연'일 수 있으므로 '훔쳐 볼 수 있었느냐'를 따지는 것이 표절의 핵심이다. 이 기본을 두고 방송사의 최근 대응 논리-랄 것도 없는- 중 하나를 보면 이해불가 수치가 높아진다.
1. "표절을 하려는 의도는 절대 없었다."(?)
미필적 고의나 과실치사나 우연이라거나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베낄 의도는 없었다는 말인데 그 다음 말들을 들어보면 베낀 과정을 자인하는 셈이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의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슷하게 만들어진 듯 하다."
"새로운 교복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본 게임들도 참고 했던 것은 사실이다."
표절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는 것인가? 좋게 말해서 참고하려고, 실제는 베낄려고 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2.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스커트나 소매 부분 등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테일하게 살펴봐서 그것도 같으면 그건 '표절'을 넘어 '복사'라고 한다.
원작에 나온 방을 그대로 묘사하면서 디테일하게 살펴 보니 휴지가 두 장 많고 침대 시트가 조금 길다고 하여 다르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제3자가 방에 들어가서 다른 호텔의 방과 같이 느낄 정도면 그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표절한 것이 된다.
자세히 따지는 것은 굴다리 밑에서 싱하형과 만났을 때나 생각해 볼 일이다.
3. "문제가 된 의상은 3회까지만 방송된다. 이후에는 하복으로 교체된다." (?)
그래서 뭐가 달라진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성폭행은 세 번만 할 것이고 이후에는 유흥업소만 들리겠다...'는 것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법무팀이 사내에 번듯한 조직으로 있는 거대 방송사들의 이 같은 표절 논란에 대한 답변, 그리고 답변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인식이 오히려 놀랍다.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이런 행위가 법적으로 따지게 된다면 의거성(참고했다고 인정했으므로)이니 실질적 유사성(사상이 아니라 교복 디자인이고 그것도 디테일하게 봐야 다른 구석이 조금 있다고 인정했으므로)이니 하는 구체적 판단 근거에 저촉이 된다. 그 정도는 알텐데 왜 저런 대응을 하는 것일까? '뭉개자'는 정신일까? '어디 감히'라는 흥분일까?
2차적 저작물로서 드라마가 만화를 1차 저작물로 삼는 것은 그 반대의 경우라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그것은 당연한 이용이고 권장할 이용이다. 더 많아져야 좋은 것이다.
또한 만화가 드라마로 실사화되려면 필수적으로 각색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만화적 상상력을 재현하기가 실사로서 곤란할 때가 많다. 이 작품만 하더라도 원작에서 교사는 허구헌 날 코피를 쏟아야 하고 여학생은 그라비아 스타일에 당돌함까지 겸비하고 있다. 당연히 교복은 코스프레를 한다고 해도 완전히 재연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드라마에서 패션을 코스프레이처럼 할 것이 아니므로 현실과 타협해서 적절히 원작 분위기가 나는 교복을 찾을 수 있고 그것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당연한 행위에 펄쩍 뛰며 되지도 않는 답변을 하는 것의 뒷편에 무엇이 있는걸까? 그것이 궁금하다는 것이다.
2007. 8. 4.
[교과서엔 없어] 강추하는 주 모씨.
# by | 2007/08/04 13:54 | 딴지 거는 글 | 트랙백 | 핑백(3)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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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미한(남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 일부일 때는 아예 문제가 되지도 않겠지요. 아무도 모를 정도니까요.
아마도 일류 세대(?)가 방송국 실무자가 되기엔 충분한 시대라서 그럴지도 모르죠--; 단지 부끄럽지 않게 지일을 하던가 극일을 하던가 하면 좋겠는데 가끔 도일(盜日)를 하고 모르쇠 놀이를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쿨럭.
정말 멋진 표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