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 로그인  


내 목숨을 한 번 살려준 이의 강제 트랙백

크리티컬 10문 10답을 배우다...

이 질문의 첫번 문항은 '이성에게 들었던 가장 황당한 말'인데 이에 대한 답변이 '여자였어?'란다. 그런데 그 질문을 처음 말 건넬 때 나도 한 말인데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 뭐 다른 일에 대한 무마의 증거로 운동장 열 바퀴 뛰긴 했지만 여하튼 이런 극악한 말에 분노하지 않은 분의 트랙백 지목이라 순명의 자세(?)로 임한다.

1.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성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황당한 말은?

'가운데 니가 자라' 사건.
스무살 초입에 동해로 놀러갈 일이 있었는데 처음엔 여자애들 몇이 계획했던 일에 덜컥 내가 낀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이 친구들은 시골에서 남녀 공학으로 함께 12년 이상 지냈던 친구들이라 목욕탕이야 구별했지만 스스럼 없기도 한 관계였다. 그래도 그 나이면 나올 거 다 나오고 들어 갈 땐 다 들어간 혈기방장한 시기 아니더냐? 여자 아이들끼리 해변을 가기가 뭣했는지 가이드 삼아 한 놈을 포섭하기로 했나보다. 거기에 걸린 놈이 나. 결국 4인용 텐트 하나로 하루를 버티게 된 상황이고 아무리 해변이라도 술 마시다가 새벽에 잠깐 눈을 붙이려면 텐트에 누워야 한다. 바로 그 상황.
그래도 잠자리라고 난 모래 위에 그냥 잔다고 했더니 이 친구들이 하는 말이 저 말이었다. '야야! 나도 남자라구!!' 젠장.

2. 동성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황당한 말은?

(6번 문항으로 통합)

3. 지금까지 받았던 성적 중 최악의 점수는?

대학 2학년 때 통계학(D), 이를 만회하기 위해 4학년 때 재수강 했더니 교수님이 그것도 안면이라고 B+ 주셨다. 대학 땐 그래도 권총 한자루도 받아 보지 않았으니 다행이지만.

4. 다른 사람의 꿈에 나타날 수 있다면 누구의 꿈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겠는가?

아련한 사람(?)이 본드섬 앞에 비키니 차림으로 선탠 하고 있을 때, 오일 발라주는 놈으로--;;

5. 엄청나게 증오하는 사람이 지금 당신 앞에 있다. 하루 동안 그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그런 사람은 없지만 불공대천의 원수 정도로 이성의 범위를 넘은 증오라면, 일단 한적한 곳으로 모신 뒤에 '신시티'에 나온 온갖 수법을 링거 주사 맞혀 가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흐흐흐.

6. 동성에게 고백을 받아 본 적이 있는지? 없다면 받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니 입술을 다오' 사건.
놀랍게도 있다. 때는 바야흐로 1990년대 초반. 어느 정도 얼굴 피부가 탱탱은 아니더라도 땐땐할 시기였는데 그 때 내 집은 남현동이었다. 사당 사거리에서 남태령과 낙성대 방향 중간의 오르막길에 먹자골목과 러브모텔 밀집 지역이 있는데 이것이 내 귀가로였다. 그 초입 우측에 작은 술집이 있었는데 이곳이 퇴근길에 한잔하는 단골이었다. 주인이 둘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는 젊은 남자아이가 혼자 보는 시간이 많았다. 얼굴도 알고 그냥 지나치다가 마주치면 몇 마디 인사를 주고 받는 그런 정도였는데...
어느 날인가 밤 11시 경에 그 가게에 들렸다. 한 테이블에 손님이 있고 내가 마시는 상황에서 다른 손님이 나갔다. 그런데 이 녀석(그래 봐야 나랑 5살 정도 차이)이 같이 한잔 하자고 한다. 그럴 수도 있는 거니 당연히 합석. 서너 잔이 오간 뒤에 이 자식이 아예 문 닫고 마시자고 2단계 작전을 편다. 아, 그 때 이 녀석의 목젖 넘어가는 신체적 반응을 눈치챘어야 했는데 이 방면의 문외한이 무엇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당시는 이제 막 대중매체에서 '게이'와 '성 정체성'을 조금씩 보도하기 시작한 시기였으니 한 우물(?)만 파던 일반인들이 어찌 그 세계를 알리오.
그렇게 가게 밖에 있던 입간판의 불이 꺼져 안으로 옮겨지고 간판불도 꺼지고 문은 잠겼다. 어째 분위기 심상치 않다 싶었더니 그 이후부터 이 녀석이 자신의 신세 한탄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남의 이야기 들어 주는 건 내가 거절하지 않는 것 아닌가?
듣다보니 자기의 성 정체성이 어쩌구 하더니 결론은 당신은 이런 나를 비난할 수 있는가? 로 울먹이기에 '아니 뭐 그렇다기 보다는 그건 당신의 취향이지 남이 뭐라 할 수 있는게 아니야'라고 동조를 했지요. 아뿔싸, 이것이 그에게 용기를 줬는지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지더군요. '많은 사람을 만나 왔는데 당신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 걸 어쩔 수 없었어요. 당신의 입술을 한 번만 허락해 줘요' 꾸웨엑!!!!!!! 취향도 특이한 넘.
그 날, 아마도 마신 술값보다 더 많은 돈(거스름돈 받을 경황도 없었으니까)을 탁자에 휙 던지듯이 하고는 가게를 나왔다. 물론 내 입술을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사실 난 같은 남탕에게 아무런 감정이 일지 않는 성향이다. 웃기는 것은 그 길이 아니면 집으로 가는 길이 한참 돌아서 가야 한다는 것인데 이후의 내 귀가 코스는 사당에서 안 내리고 낙성대에서 내린 뒤에 까치고개를 넘어 터덜터덜 걸어서 가게 된 것이다. 그 날의 사건 이후 참 특이한 성격을 가진 녀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쿤타킨테 같은 입술을 탐하는 한국 녀석이라니. 그리고 한 달 뒤, 그 가게는 다른 가게로 바뀌었다.

7. 자기 자신이 정말로 사랑스러울 때는?

이글루스 피플 인터뷰에 동일한 질문이 있으므로 그것으로 대치.

8. 호감 정도 갖고 있는 이성이 갑자기 키스하려고 한다면?

현재 유부남이기 때문에 그 이성에게 "사전에 '내용증명'을 보내서 키스해도 되냐고 물어 보라고 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요!!!!! 그런데 그런 일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단 말인가? 시골 길에서 암캐가 날 물겠다고 갑자기 주둥아리 벌리고 덮친 기억은 나는데, 음.

9. 상대방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할 때 어떻게 하는가?

그게 상황에 따라 다른데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그가 해야할 상황이라고 생각되면 '뻔히 보이는 모른척'을 해 줄 것이고 4가지 없는 상황에서 그럴 때는 바로 핵심을 찔러버릴 것이다. '어제 목욕탕 갔다고? 어제 그 집 불났었는데?'라고.

10. 개인적으로 이 10문 10답을 꼭 해주었으면 하는 사람 6명은?

이런 난감한 질문지를 상대에게 떠넘기는 만행을 나보고 반복하란 말이오? 내는 그리 못하오. 씩씩--;

2005. 7. 9.
노멀 취향의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07/09 15:56 | 만화말고 | 트랙백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jumosee.egloos.com/tb/32671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산왕 at 2005/07/09 16:04
( 슬쩍 링크하고 갑니다.
재미있는 글이 많네요 :b )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7/09 16:07
아하하^^ 5월 30일에 개장한 이글루라 아직 초기입니다. 새집 기분이 들어서 자주 도배하고 있지만 한국적 표현으로 하자면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라는 대사를...
Commented by 즈나캇세 at 2005/07/09 17:17
푸하하핫; 노멀 취향...(이런 말에 웃다니...으음;;<-퍽)
Commented by 유젠 at 2005/07/09 23:04
'Noemal' 이시긴 하죠. 것도 '양파 42번'에 'All in' 하시는...
ㅡ..ㅡ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7/10 02:45
즈나캇세님, 노멀에 웃으시다니 혹시??? <-퍽!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7/10 02:46
유젠님, No animal로 정정할까요? 점점 하드코어로 가는 듯... 음.
Commented by 유젠 at 2005/07/10 20:11
흠.. 이제보니 오타가 났었군요.. Normal로 정정!! ㅡ ㅡ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7/10 21:09
요즘엔 노멀이냐 아니냐로 말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보편적이냐 아니냐 혹은 다르냐 아니냐로 표현한다네요. 그래서 전 보편적이고 다르지 않다로 할랍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