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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하다가 사라지는 현실

대여점 논의의 종언(끝)

요즘 뜸해진 대여점 논의를 새로운 시각으로 정리해 주신 위 글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 중 결론적으로 나온 것은 '논의를 무색하게 하는 현실의 발빠름'이었습니다. 어쩌면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현실이 저만큼 간 뒤의 아우성'이라고도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물론 위 글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만화계의 대여점 논의가 전체적으로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대본소의 몰락은 골목마다 있던 만화가게가 만화방으로 한 걸음 내 딛으면서 이미 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여점용 단행본으로 출판사가 배부르고 창고 재고 대방출 세일에 돈계산 바쁘던 시절은 아주 잠깐으로 대여 시장도 쇠퇴하고 있습니다. 대여시장이라는 것은 그 쪽을 노리고 설립된 출판사들의 지지부진함과 작가들의 감소로 이미 증명되어 있습니다. 대본작가는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각종 사업(?)을 고민하거나 국내에서는 예전에 뽑아냈던 만화를 제목 바꿔서 재탕하는 것만 내보내고 있습니다. 대여점용 단행본을 내던 대부분의 작가들 중 현재 만화에서 조용한 분들은 학습만화 팀을 하나씩 꾸려서 조용히 생업을 이어가는 실정입니다. 이제 이 시장은 새롭게 무엇을 할 것도 아니고 다들 언제 발 털지만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논의를 무색하게 합니다. 논의라는 것이 대여점을 어떻게든 정리하자는 것인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먼저 정리가 되고 있다는 것이죠. 대여 시장의 정리 구상이 여러 가지가 나왔지만 초기의 폐쇄에서 구분으로, 그러다 지금은 전환까지 나왔습니다. 폐쇄는 다 아는 구상이니 넘어가고 구분은 판매시장과의 분리였고 전환은 기존 인프라 개념에서 대여시장을 판매시장으로 이전시키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논의가 시장의 변화와 함께 진전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는 것은 아직도 현실 논의는 '1년 뒤에 다시 보자'라는 것이 결론입니다.

따라서 논의보다 빨리 나가는 시장의 흐름을 쫒아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발빠른 현실적 노력들이 결부되지 않는다면 절벽에서 다리를 놓지도 않고 뛰어내리는 것과 비슷해 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오늘 정부의 만화관련 부서 사무관이 무슨 연구 용역에 필요하다며 대본 대여시장의 규모에 대해 자료협조를 부탁해 왔습니다. 업소가 몇 개며 전국 시도별 분포가 어떻하며 매장별 매출현황이나 도서소유 내역, 청소년 출입율 같은 것을 묻는 것입니다. 그 대화 중에 이 시장의 기능 상실을 기정 사실화하고 접근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논의의 종언'이라는 헤드 라인이 여러 가지 이유로 가슴에 와 닿는군요. 만화계의 모든 논의가 늘 구체적 결과로 현실화 되기를, 그리고 그 시기가 때를 맞춘 것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2005. 7. 7.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07/07 19:45 | 딴지 거는 글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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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7/10 11:25
'종언'을 올려 주신 빈칸 님이 관련 논의의 글을 당분간 비공개로 하셨기 때문에 원 글은 보이지 않습니다.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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