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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수가 된 페니스, 빤쓰로 가려진 거시기.

배금택 선생의 음란물 재판 과정에서 지금도 회자되는 에피소드 하나.

‘응응응’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장안의 화제가 됐던 만화가 음란물로 재판을 받았던 일인데 작가가 스스로 변론을 했다. 방청객도 있고 음란물이라고 핏대를 올린 입장의 사람들도 있는 자리에서 한 장의 사진을 들어 보인다. 남성 신체의 성기 조각(브론즈)을 확대해서 찍은 사진을 보이고 ‘이것은 음란한가?’라고 물었다. 아마도 옆 사진(로댕의 '걷는 사람' 브론즈)처럼 인체 조각의 부분 사진이었을 것이다. 방청객도 술렁거리고 검사도 찜찜한 순간이었다. 전체 조각으로 보면 고상한데 부분 이미지로 '그것'만 보니 영 망측스럽다. 문제는 그 사진이 조각가 로댕의 전신상 중 일부를 찍은 사진이었고 유명 전시공간에 당당히 전시되어 있는 상황과 만화의 특정 컷에 묘사된 ‘방뎅이’ 컷이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이 난리를 부리느냐의 힐난이었다. 조각의 성기는 사회적으로 허용되고 만화의 성기 혹은 방뎅이는 왜 허용되지 못하는 걸까? 입체적이고 촉감마저 제공하는 조각의 성기는 차가워서 괜찮다거나 만화의 성기는 앞뒤 컷의 틈새로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키므로 안 된다는 것일까? 혹은 조각이 열린 공간에 전시되어 음란한 상상을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만화는 혼자 볼 수 있으니까 음란한 짓거리로 인도하는 바이블이라서 그럴까? 이런 의문은 그저 억지 주정이다.

현재로 돌아와서 만화에서 페니스는 금기이다. 이것에 타협한 만화의 묘사는 두 가지로 나타났는데 하나는 빤쓰요 하나는 촉수이다.

모두가 거시기를 갈구할 때 홀로 등짝을 갈구하는 놈도 있을 수 있는 세상

만화에서의 페니스는 아동 명랑만화에서 서너개의 선화로 묘사한 '@' 표시같은 그림이 있기는 하다. 물론 이것이 페니스가 아니라 집안 어른들이 누구나 쓰다듬을 수 있었던 공동 소유물인 '고추'였기에 가능한 묘사이다. 반면 어린 여자아이의 경우는 아무리 어려도 성역으로 보호받아 왔다.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의 만화에서 성기와 헤어는 지금도 문제가 된다. 그러나 한 컷 만화든 연재극화만화든 대부분의 만화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수많은 이야기 중에 성기 노출이 그저 '찔꺽'만화를 위한 수단일 수도 있지만 정말 서사적 이유에서 의미를 지니는 사례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고우영 선생님이 그린 중국 고전에 내시가 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는데 당시 내시란 그 생명을 도외시한 엄청난 고통의 과정을 스스로 선택하고도 도전할 대상이라는 강조를 은연 중에 담고 있다. 물론 이런 강조도 은유적 표현으로 전봇대에 도끼질 하는 컷으로 우회묘사 할 수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곁가지 길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이다. 만화란 이야기 구조 안에서 단 한 건의 성기 노출도 작품상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사고방식은 틀린 것이다. 쓰다보면 필요할 때도 있는 것이란 사고방식이 오히려 정당하다. 그러므로 조각에는 되고 만화에는 안 된다는 것은 더더욱 틀린 사고방식이다.

그래도 만화를 그려야 하고 이야기를 하려니 타협을 할 수밖에
틀린 사고방식이라고 역사에서 하루 아침에 다 올바르게 바뀌지는 않는다. 이 편협된 사고방식도 마찬가지여서 지금까지 그것이 대세로 영향을 발휘한다. 그리고 만화는 이야기 전개를 위해 현실과 타협한다. 그것이 촉수가 된 페니스이며 팬티로 가리워진 거시기이다.
촉수로 묘사된 두 장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보자. 심하지 않은 수준으로.(아래 그림들은 누르면 커집니다--;)


이 그림들처럼 페니스는 촉수와 같은 괴물의 몸으로 변형되어 그려지기도 한다. 문어랑 붙어있는 그림은 쾌감보다 피 빨리고 죽는 섬뜩함이 전해지지만 어떤 특이 성향은 이러길 원한다고도 하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간다. 어쨌든 이런 변형은 차라리 페니스를 지운다고 화이트칠을 하여 더 선명하게 만드는 웃기는 짓보다는 좋아 보인다.

그럼 여성의 경우는 요철의 반대라는 신체 특성상 촉수는 맞지 않으므로 다른 고민을 해야 한다. 고전적으로 '피조개 뭍에 오르다'같은 제목은 너무나 식상한 적용이라 만화는 다른 고민을 해야 했다. 거기에다가 헤어를 노출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세부적 지침에 의해 머리 굴린 결과는 묘사를 하되 팬티를 입혔다고 허리에 금 하나 긋고 허벅지 양쪽에 금 하나씩 그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삼각팬티를 입은 것이 된다. 일명 쫄쫄이 팬티 선호형인데 이보다 더 진일보(?)한 궁리도 있다. 헤어가 없는 거시기를 그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발상이다. 그 결과로 어린 소녀의 나신이 자주 등장하는 만화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기도 한 상황이다. 이런 그림이다. 물론 딱히 그것만으로 이런 타협이 탄생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렇게 머리 굴린 작가가 하나도 없으랴?


























이제 쫄쫄이 팬티의 그림을 보자. 심하지 않은 수준으로 전신 타이즈를 골라 봤다. 색을 통해서 옷을 입었다는 것이지만 묘사는 여전히 충실하다. 헤어를 가리고 옷을 입혔으니 별 문제가 없다고 법은 판단한다. 이런 사례에서도 법의 경직성과 단순성은 드러난다.


























뭐 이런 눈꼽만큼의 성의를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저 팬티의 용도를 정말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가릴 건 가리고 보일 건 보여주는 저 센스의 범위는 절묘할 정도이다.

촉수가 됐든 입으나 마나한 타이즈가 됐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표현의 다양을 한 줄로 정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두로 돌아가 조각의 성기 묘사 허용과 만화의 심의는 여러 가지 생각을 낳는다. 간행물 윤리 위원회의 실무 관계자는 음란성에 대한 원론적 이해를 '이야기 구조에 필요한 성묘사인가 아닌가'를 기본적으로 감안한다고 했다. 가장 간단한 정의로 많이 사용되는 이 수준에는 나도 동의한다. 오히려 작가의 입장에서는 '왜 이 장면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을 자주 할 경우가 있어서 더 동의하는 원론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성기 노출의 제한이라는 것을 만화매체에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불만 사항이고 개선하고자 할 대상이다. 그리고 성 묘사의 원론적 이해인 '서사적 필요성'은 성기 노출을 허용하고 개별적 사안에 따라 판별할 것이지 아예 막아 놓고 따질 일은 아니다. 강간의 위험이 존재한다고 해서 모든 남성의 페니스를 수거하여 국가 창고에 냉동 보관하는 것과 개별적 강간 행위에 대해서 처벌하는 국가와 어느 것이 정상일까?


2005. 7. 7.
인터넷 서핑 중 고무줄로 페니스를 떼어내는 연속 이미지를 본 충격에 휘청거리는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07/07 23:24 | 만화의 권리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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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바로 at 2005/07/07 22:12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촉수와 팬티. 억압할 수록 무엇인가 변형되고 왜곡되고...휴...
Commented by 아크몬드 at 2005/07/07 22:30
모든 남자들을 예비 강간범으로 대하는 시대.. 괴롭죠.
Commented by 망군 at 2005/07/07 23:54
왜곡되는 성, 촉수물(귀축류)는 위의 사진에서 언급된것 말고도 상당히 위험하고, 괴상망측한것들이 많으니 문제...
모 만화에서도 나오듯이 '선 하나만 그려놓으면 누드가 스판이 된다' 라는걸 정말 확실하게 보여줬죠.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7/08 01:47
더 심한 것들이 물론 널려 있으나 혼자 보는 것이 아니므로 어느 선까지의 사례만 올렸습니다. 문제는 거시기의 그림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형평성이라도 보장하라!'... 뭐 이런 말이죠.
Commented by 화실인 at 2005/07/10 10:46
음..또 볼 거리를 주시는 군요^^내용이야 어쨌든 그림의 컬리티가 대단 합니다..양으로 밀어 붙이는 일감에 몰두중이라 높은 컬리티의 일은 해볼 시간이 없습니다..(이거 글의 주제와는 엉뚱한 관점으로만 보는군요^^~~)
Commented by 화실인 at 2005/07/10 10:50
아고-푸른옷입은 여자는 옷부분의 색만 포토샵으로 바꿔주면 완전 나체군요..흐미....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7/10 11:22
금 세 개로 팬티를 입히나 전신타이즈 색이라고 우기나 보이긴 매 한 가지지요--;;
Commented by 유리의뇌 at 2005/07/13 05:13
생뚱맞은 소리인지 모르지만 스웨덴에선 여자의 치마속을 밑에서 올려다 보는것이 죄가 아니다 라는 법안이 통과 됬다던데..제가 직접 본내용은 아니지만 뉴스에 나온 거라더군요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7/13 07:01
헉! 그런 법이...(흐흐흐). 저 그런데 그 법의 의미가 그렇게 보다가 하이힐에 눈알 밟혀도 법에서는 모른척 하겠다는 것은 아닐까요? 분명히 그 행위는 나쁜 것이니 가만히 둘리가 없을텐데요...
Commented by 유리의뇌 at 2005/07/14 04:45
뉴스를 확인하지 않아서 확신 할순없지만 저녁뉴스를 보고 얘기해준 사람의 말로는 아니라는군요 구청에서 그걸 기념하기위해 건물 바닥을 투명하게 만들었ㄷ고 한여성의 인터뷰 내용은 '찬성' 남성을 흥분시킨다는것은 짜릿하다'라는 식의 말을 했답니다(전해들은 말이라 정확한 표현은 아닐수도 있슴) 성적욕구본능을 법으로 처벌하는것은 인권에 반하는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합니다
Commented by 유리의뇌 at 2005/07/14 05:20
뉴스내용 확인해서 제 블로그에 올렸는데 맞군요 TV에 내용을 그대로 기사로 올린듯보입니다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7/14 19:27
유리의 뇌 님/오, 그렇군요. 암튼 참외 밭의 신발끈 고치기나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끈 고쳐 매지 말라는 선조님들의 훈계를 현대의 법이 확정지어 주셨군요. 오호라 불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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