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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만화가와 공짜 굴레라...

최근 기사 하나가 논란을 불러 오고 있다.

"이러다 인터넷에 일본만화만 남겠네, '공짜' 굴레에 허덕이는 인터넷 만화가"라는 도발적 제목의 기사이다.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view.asp?page=1&gCode=all&arcid=0920412969&cp=nv)

기사를 요약하자면, 네이버에 [불량만화]를 연재하는 서상훈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상업적으로 무단 도용된 사실을 알았고 이를 제재하기도 절차가 쉽지 않고 만화작품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작가 생활이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기사에 의하면 모든 포털 사이트에 10명의 작가가 만화를 '올리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네이버조차 만화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 작가는 매일신문에 소개되기도 한 특이한 경력의 만화가이다.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27434&yy=2005 )

이런 기사가 나가자 네티즌과 만화독자 간에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네티즌은 그냥 '일본 만화 깔려라', '재미도 없으면서 뭔 소리냐?'는 등 악플을 달기도 하지만 동시에 '힘내라'거나 만화독자의 '우리 만화 살려야 한다'는 격려 글이 달리고 있다.
이 논란에서 본질적 쟁점이 되는 것은 한국 인터넷 만화서비스 사이트들이 만화를 공짜로 취급하느냐에 있다. 저작권으로 따져 보자면 동호회 같은 비상업적 사이트가 아닌 상업적 사이트인 인터넷 만화 연재는 당연히 계약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이 맞다. 그러므로 고료 지급 방식이 조회 수이거나 회당이냐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먼저 사실관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에 연재하면서 고료를 못 받았다’는 내용은 현재까지 검색한 결과, ‘네이버’의 연재가 아니라 ‘네이버 붐 카툰’에 작가가 업데이트한 만화로 보인다.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미디어 다음의 ‘나도 만화가 코너’처럼 붐 카툰은 계약에 의한 연재가 아니다. 이 공간은 계약 없이 이용자 누구나가 업데이트 약관에 동의한 뒤 자발적으로 올리는 콘텐츠이므로 포털 사이트가 계약을 하거나 고료를 지급하는 경우가 아니다.

‘불펌’에 대한 경우도 작가의 홈 페이지(http://www.toonsoo.net/)에 “퍼감에 대하여”라는 공지로 “이 사이트의 모든 만화는 원본을 수정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퍼가 실 수 있습니다. 단, 출처를 반드시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로 명시되어 있다. 물론 문제를 인식한 후에 “펌 금지”를 작품 하단에 명시하여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따라서 홈 페이지 공지에 의해서는 작가의 작품을 조건(수정 없이 출처 명시하여 비상업적으로)에 맞게 퍼갈 수 있으며 거부 의사를 한 작품인 경우에는 전체 공지가 허용이라도 퍼 가는 것이 부당한 행위가 된다. 일반적으로 전체 계약 내용에 우선하는 것이 특약이기 때문이다.

이 논란을 계기로 현재 수많은 인터넷 예비 작가들은 어떻게 자기의 작품을 알리고 저작권을 지킨다는 양면성을 충족할 수 있는가?

현실 한계를 먼저 바탕에 두어야 이상론을 피할 수 있다. ‘원하는 이’(작가 희망자)는 천 명이고 ‘그것을 이룬 이’는 손가락으로 꼽는 불균형 구조는 예비 작가들을 당연히 약자로 만든다. 만화작가가 되기 위해 공모전이나 잡지 연재 기회 등 신인창작자의 등용 통로는 예전과 달리 온라인 데뷔라는 얼핏 매력적인 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용이성(容易性)은 ‘원하는 이’를 더 많이 표출시키지만 동시에 더 많은 실패자를 양산하고 있다. 강풀 작가는 일반적이 아니라 특별한 사례이다. 적어도 수 백 곳에 작가가 되려고 이력서를 냈던 ‘근성’과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본질적인 바탕이었을 터이다. 그러나 분리해서 보면 죽어도 만화작가가 되려는 이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고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탁월한 이도 한 둘이 아니다. 근성과 재능 이상의 무엇, 또는 결합이 있어야 ‘꿈을 이룬 이’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예비 작가들이 강풀 작가를 거울삼아 온라인으로 달려가는 분들이 있다. 숫자 여섯 개‘만’ 맞추면 인생이 바뀐다는 로또의 광고 문구도 얼핏 만만해 보이지만 벼락을 헤딩해서 미운 놈 머리로 패스하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이런 배경에서 수많은 예비 작가들은 포털 사이트라는 거대 미디어가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든 다뤄 주는 것에 대하여 기뻐하는 왜곡현상이 발생한다. 미디어가 작품을 기사로 소개하는 개념이 아니라 작품 자체를 활용하는 것조차 감사해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없이 ‘간택(揀擇이든 簡擇이든)’에 감사하는 일부 풍조는 위험한 행위이며 만남이다.
심지어 홍보라는 미명 아래 무명작가에게 ‘네 작품을 올려 준 것에 감사하라’는 돼먹지 못한 소리는 용인할 수 없다. 홍보라는 개념에서는 쌍방 과실이 있다. 거대 미디어에 기대어 출판 비용 지출 없이 인지도 상승을 기대한 입장이나 구조적 권위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 상호 속셈이 결합한 쌍방과실이다. 과실의 크기를 따진다면 어디가 더 크고 작은지 말할 수 있겠지만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자발적 콘텐츠(만화, 글, 영상, 이미지 등)이지 강제로 압수한 콘텐츠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문제는 콘텐츠가 자체의 생명력 또는 인지도가 증가하여 돈이 될 단계가 되면 초기 밀월이 끝나 분쟁으로 번지는 속성에 있다. ‘그냥 쓰지 말라’, ‘그냥 썼으니 더 쓰겠다’라고 서로 싸우게 마련이다.

약자 입장이지만 콘텐츠의 주인으로서 지닐 수 있는 대응 방법은 자신의 작품이 [에라곤(Eragon)]보다 더 잘 될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번역 출간된 작품이고 영화로 되어 대박을 치는 소설이지만 초기에는 15살 아이 ‘Christopher Paolini’가 용(龍)을 생각하면서 구상했던 이야기이다. 자비 출판은 아니지만 작으나마 출판을 시도했다가 이것이 눈에 띄어 제대로 된 출판을 하면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금의 인터넷 환경에 대입해 본다면 15세 아이가 팬픽을 써서 소박하게 자기 홈 페이지에 연재했는데 그것을 거대 포털 사이트가 운영하는 독자 게시판에도 올려 조회수가 오르고 홍보가 되어 좋았다고 하자. 하지만 그 뿐이다.

자기 홈에 연재할 때, 펌을 허용할 것인지 불허할 것인지를 명시(저작권 사전표시제)하되 그 결정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야 하며 그 판단은 습작이라도 [에라곤]보다 더 잘 된 작품이라고 생각하라. 자기 자식을 함부로 방치하지 않는 것처럼 자기 권리를 지키고 책임의 영역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현실 한계를 회피하는 최소한의 보루이다.

좋은 세상은 저작물을 창작한 이와 이용하는 이가 모두 즐거워지는 세상이다. 창작자 또는 이용자 중 어느 한 편을 지지하는 접근이 아니라 쉬운 기준은 저작물이 제대로 자리 잡는 길이 무엇인지를 따져서 판단하는 것이다.

2007. 1. 10.
이 기사의 논쟁에서 만화가 재미 있냐, 없냐는 리플은 옆 길로 새는 것.
주 모씨.

* 이 기사로 인해서 온라인 정식 연재가 전부 공짜의 굴레에 있다는 비탄이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함.
* 현실 구조에서 어느 일방의 이득이 아니라 저작물 활성화에 관련자 모두가 골몰하는 인식이 가열차게(?) 일어나기를 희망함.

by 쥬피터 | 2007/01/10 19:18 | 딴지 거는 글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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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나른한 종합병동의 나오군 at 2007/01/11 11:36

제목 : 새해 다짐..그리고 저작권..
인터넷 만화가와 공짜 굴레라...쥬피터님의 블로그에서 트랙백.<--읽어요. 읽으세요. 읽어 주세요! 새해를 맞으면서 새삼스럽게 다짐한 일이 있다. 하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가 쥬피터님의 글을 보고 맘을 다잡았다. 지금까지 행해왔던 잘못은 더이상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군대를 전역할 무렵 나는 저작권이라던지 정품사용에 굉장히 민감했었다. 그러던것이 다시 학교를 다니고 보통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more

Commented by 에로나오 at 2007/01/10 19:41
좋은글 감사합니다. 트랙백 해도 될까요?^^;
Commented by 이규영 at 2007/01/10 19:54
좋은 글이네요.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7/01/11 09:54
에로나오 님/괜찮습니다^^;; 반갑습니다.
이규영 님/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퍼플하트 at 2007/01/12 02:38
쥬피터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역시나 좋은 글로써, 근간의 만화계의 한 화두를 깔끔하게 정리해주시네요.
Commented by 태엽이 at 2007/01/12 10:39
에라곤 재미없슈.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7/01/12 18:53
퍼플하트 님/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디지털 카툰이라는 분야로 우리 작가를 조명하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속내를 들여다 보면 아직 새로운 세상(웹)이 대체시장이라 하기 어렵고 넘어야 할 난제도 많아 보입니다. 게다가 뚜렷한 의도를 가진 러쉬라기 보다는 안방이 추워서 사랑방으로 나간 경우인 분들도 있어서 깔끔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늘 결론은 희망으로 연결되어야 겠지요.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7/01/12 18:57
태엽이 님/난 에라곤 못봤슈... 그리고 영화의 작품성이나 흥행성보다는 베스트 셀러인 원작 소설을 지목한 거니까 이해해 주세요~(해리포터를 예로 들것을... 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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