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7월 01일
'만화를 사랑하지만 참을 수 없는 것 10가지'를 보고
네이버 블로그를 서핑하다 [만화를 사랑하지만 참을 수 없는 것 10가지]라는 글을 보게 됐다. 아주 당연한 소리다. 명바기 아저씨가 국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강남 아줌마 머리도 못 따라간다'고 했다는데 우리 만화출판사는 독자의 당연한 분노도 쌩 깐다.
우선 링크한 원문을 보시고, 당연한 분노를 쌩까는 출판사의 사정은 아래에서 헤집어 본다.
또는 계간만화 웹진을 참조해도 된다.
1. 랩핑 문제
출판사에 이 문제를 많이 따져 봤다. 그랬는데 그들의 모범 답안이란 '랩핑하면 매출이 10%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서점에서 보고 안 사는 독자가 10% 정도는 된다는 이야기로 자신들의 랩핑을 합리화한다. 그런데 원 글의 필자가 말했듯이 랩핑을 했으면 당연히 다른 경로로 만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출판사는 제공하는 것이 옳다. 원 필자가 말했듯이 인터넷 서핑을 통한 작품 이해는 필연적으로 '스포일러'가 뒤따른다.
스포일러 부담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상존하는 근본적 부당성은 소비자로 하여금 적극적인 상품 정보를 취득해서 사라는 황당 시츄에이션에 있다. 세상에 어느 상품이 이렇게 거만하게 장사를 하는지 나는 찾을 수 없다. 팔려는 이들이 워낙 장사가 잘되어서 공급이 딸리는 경우라면 울며 겨자 먹기로 그러려니 하겠지만 만화는 출판사가 어렵다고 난리치는 상품 아닌가? 그런데도 책이란 상품을 만들면 정보도 안 줘, 광고도 안 해, 랩핑해서 첫 권을 보지도 못하게 하는 배짱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래서 한국의 만화출판사는 육류 도매상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월 몇 권의 만화를 지속적으로 도매상에 공급할테니 도매상은 보증금 내라는 것으로 '장사 끝, 빨래 끝'이다. 이러니 월 고기 몇 근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고 결재하는 고기장사와 뭐가 다를까?
2. 갱지 문제
일단 책이라고 하면 서적지, 혹은 아트지 등 다양한 재질을 사용한다. 만화의 경우 갱지에서 발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종이의 질은 난감할 정도이다. 이를 출판사에 물었더니 그들의 모범답안이란 '그 정가에 그 종이를 쓸 수밖에 없다'며 '원가 절감'을 말한다. 하지만 그 정가(3,500원을 기준으로)에 나오는 일반 서적 중에 인쇄량이 만화처럼 몇 천부 되는 책들도 만화종이를 사용하는 예는 찾기 어렵다. 출판사 자체도 만화는 소장이 아니라 그냥 한번 보고 버리는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이유가 된다.
만화 시장이 어려워지자 출판사가 시도한 원가 절감(?)이란 것은 고료 다운 외에 저가의 종이 사용, 싼 값의 표지 코팅 사용에 집중되어 있고 종 수가 증가한 뒤에는 당연히 개별 작품에 대한 마케팅과 홍보 비용이 삭감됐다. 갱지 문제는 출판사의 작은 이익에 급급한 '언 발에 오줌누기' 정책 결과이다.
3, 5. 싼마이 표지 디자인
출판 관계자들 중 편집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표지가 반'이라고. 그만큼 표지는 얼굴이며 독자와의 첫 대면을 가늠하는 무기이다. 그런데도 만화의 표지 디자인은 컬러 일러스트레이션 일색이다. 뭐 그렇다고 만화 표지가 일반 교과서처럼 제목 하나 딸랑 있고 출판사 적힌 방식으로 가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기 장사하는 출판사가 동일한 이유로 포장에 머리 굴릴 여력이 있을 턱이 없다. 그저 밀어내는 형편이니.
4. 오자에 인쇄 오류
잡지 연재 후 단행본으로 나오는 경우 그나마 연재에서 오탈자와 인쇄 오류가 걸러 지지만 단행본으로 바로 출판되는 만화에서는 이런 오류가 종종 나온다. 게다가 해적판도 아닌 정판에서, 혹은 가격이 더 비싼 애장판에서 이런 문제가 나오면 독자는 아주 미친다. 기다리던 아들이 태어났는데 한 쪽 눈이 짝눈인 것을 보는 기분이랄까? 아니면 첫 차를 뽑았는데 첫 날 밤에 누군가 못으로 그은 기분일까? 그럴 정도로 신경질 나는 것이 조악한 인쇄 혹은 무신경한 식자들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상품 제작자들의 자세도 아니며 소비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다른 상품이라면 소비자 리콜제라도 시행하는데 만화판은 '배째라' 관행이 지배한다.
요즘엔 메이저 출판사에서 '단행본 기획팀'이라고 별도로 구성되기도 하지만 잡지 기자와 마찬가지로 다루는 상품이 너무 많다. 일본의 편집인력 규모와 비교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하지만 최소한 상품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인력이 참여해야 하는데 이것도 고기 장사 스타일이라 그저 월 몇 종을 뽑아내는 것이 문제이지 그 작품의 개별적 노력을 요구하지 못하는 것이 출판사의 현 수준이다. 메이저가 이런데 소규모 출판사야 오죽하랴. 결국 개별 작품을 판매 상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월간 판매 종을 하나로 묶어서 보는 상품 인식이 문제이다.
6. 절판
절판은 만화에만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만화의 절판이 문제되는 것은 아주 황당한 절판 사례들 때문이다. 예를 들면 1~5권이 나오다 중단되는 절판 아닌 절판, 14권이 나왔는데 1~2권을 구할 수 없는 절판, 나오는 첫날 구매하려 했는데 벌써 매진(워낙 소량 인쇄한 작품이라서)된 절판, 나온진 2년도 안된 작품을 구할 도리가 없는 절판 등이 아주 경쟁적으로 자행되는 것이다. 절판의 사전적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만화의 절판은 순전히 출판사가 편하자고 하는 짓이다. 그냥 초기에 팔릴만한 수량을 예상하여 딱 그만큼만 발행한다. 그리고는 그만이다. 장기적으로 판매할 생각도 없고 그러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홍보할 마음도 없다. 그냥 소 한마리 잡아서 부위별로 해체해서 도매상에 넘기면 그 뿐이다. 이것에 대해서 출판사가 하는 말은 '재판 혹은 2쇄를 찍을 작품은 그렇게 한다'라고 강변한다. 그거야 당연한 소리지. 문제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 작품도 아주 간단하게 절판을 만드는 용감무쌍한 결정력이다. 한 작품의 2쇄 인쇄보다 새 작품을 찍어 내는 길로 들어 선지 어언 10년, 그렇게 굳어 버린 출판사가 메이저가 됐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7. 잡지 제목의 문제
이 문제는 정말 웃음이 나온다. 예를 들어 [팬티]라는 황당 제목으로 나온 만화잡지의 경우 그 창간호 부록이 '삼각빤쓰'였다. 밤에 그거 입었더니 아이들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본 기억이 있다. 뭐 꼭 이 잡지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만화잡지 제목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댕기]라는 잡지는 일본 잡지 [리본]의 짝퉁이고 [점프]니 [영]이니 [코믹]이니 하는 작명은 죄다 일본 잡지를 원용한 것이다. 예전 [보물섬]이니 [어깨동무]니 하는 우리틱한 제목이 아니더라도 어른이 고르거나 사춘기를 지나 머리에 피가 마른 독자들이 잡지를 잡을 때, 혹은 예쁘장한 서점 누나에게 책을 주문하는 상황이라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여드름 막 피어난 고등학생이 평소 꿈에 나타나던 서점 누나에게 '저... 팬티 나왔어요?'라고 어찌 말할쏘냐?
8. 망가
한국의 만화잡지가 일본의 만화잡지 겉모양만 따온 것이라 이 문제는 사고가 전환되기 전에는 해결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단행본 역시 망가 번역물이 압도적인 상황에서는 한국말로 제목 바꾸는 정도가 고작이다. 출판사는 일본 만화를 단행본으로 낼 때 뭔가 한국 시장에 맞게 변환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번역이 전부인 셈이다. 뭐 누드에 사각 빤쓰 입히는 정도라고나 할까? 게다가 잡지 편집은 일본 잡지를 모델로 따라하는 것이니 그대로 베끼는 것이 현실이다. 제목조차 따라하는데 내용이라고 별다를까?
8, 9. 페이지 쿼터
영화에는 스크린 쿼터가 있고 한국만화잡지에는 페이지 쿼터(?)가 암묵적으로 있다. 그러니까 소년 잡지의 경우 일본 만화 비율이 30% 정도에서 심할 때는 50%까지 치솟다가 [웁스] 잡지 창간 전에 헛소문이 돌 때 어느 정도 암묵적으로 30%를 유지하자는 업계의 눈짓이 있었다. [웁스] 창간 때 이를 주관한 박성식씨는 의욕적으로 [창천의 권]과 [엔젤 하트] 등 충분히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작을 포함시켰는데 이것이 확대되어 일본만화잡지의 연재만화를 통째로 옮긴 국내 만화잡지 창간이라고 소문이 나 곤욕을 치룬적이 있다. 한국의 만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은 이 소문을 한국 만화의 붕괴 신호탄으로 받아 들였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결국은 일반적인 %에 그리 벗어나지 않는 연재만화 구성이었지만.
여하튼 한국만화잡지의 한일 연재 비율에 대해서 출판사에게 물어 봤더니 이런 두 가지 이야기가 모범 답안으로 나왔다. 하나는 '설문조사를 해보면 그래도 한국 만화가 1등인게 훨씬 많았다'와 또 하나는 '잡지에는 리딩 작품이 하나 이상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선정하기는 일본에서 검증받은 만화를 우선 찾게 된다'는 답변이다. 출판사에서는 좋은 만화를 발굴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말을 원론적으로 반복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그 노력은 천편일률적이다. 그저 자사 공모전을 통해서 신인과 접촉하는 것 위주인 상태와 발굴에 필요한 인력 확보도 안된 상태에서 이 말은 허공을 맴돌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단행본 밀어내기 전법을 채택한 이후 손쉬운 망가 수입을 손 댄 것처럼 연재에서도 일본 만화를 쉽게 끼워 넣는다. 그런 출판사에게 출판 쿼터제나 페이지 쿼터제는 자신들의 수익을 제한하는 아주 나쁜 주장으로 보이게 되고 철저히 반대하는 중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한국 만화의 수많은 난제와 맞물려 있으므로 이것만 따로 떼어서 개선되기란 어렵다. 문제란 늘상 서로 물려 있게 마련이니까.
10. 성인 잡지
참조: 이 링크 본문의 1번 글.
한국의 만화계는 일정 부분 외부 영향도 있지만 동시에 스스로 시장을 축소시키는 면도 있다. 그것이 성인 독자 시장이고 성인만화잡지의 전멸로 나타나 있다. 외부적 영향이란 한국 만화 심의에 따른 결과라는 말인데 이 문제는 좀 달리 볼 수도 있다. 성인 만화를 '성애 만화'로 인식하는 출판사의 좁은 안목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잡지에 실릴 만화라고 해서 늘 궁뎅이 까고 목에다 칼침 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성인이 봐야 이해될 만화이거나 성인이 공감할 소재를 다룬 만화여도 충분히 성인만화가 된다. 심의에 직접적으로 문제되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그릴 작품은 많다. 그런데 출판사는 한국 만화 심의와 싸울 의지를 상실했거나 그보다 조금 더 팔리는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행태를 보인다. 그 결과 성인만화잡지는 [빅점프]를 마지막으로 초토화됐다. 이후에 준 성인지라는 [웁스]도 있었고 여성 성인을 상대로 한 [허브]가 있지만 그 주된 대상은 성숙한 고등학생이거나 이십대에 다리를 걸친 상태로 보인다. 30대 이상의 성인들이 볼 만한 만화잡지로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한국의 성인만화 잡지는 예전에 전멸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출판사에게 물었더니 '우리는 아직 성인 잡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구상 중이다. 그러나 심의 때문에 어렵다'는 모범답안이 역시 나온다. 심의 개선 문제는 별도로 다뤄야 할 만큼 분량이 많으니까 넘어가지만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싸워야 할 대상에 너무 온건한 투쟁을 보이는 출판계라는 지적이다. 심의 기준이란 사회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어차피 기준이란 시대의 반영이고 시대란 변하는 것이다.
이런 10가지 이야기를 한 사람의 요구 조건은 지극히 당연한 소리다. 문제는 이것을 받아 들여야 하는 출판사에게 있다. 출판사는 당연하고 천편일률적인 모범답안으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고 개선해야 한다. 당장 내일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데 무슨 모래 일을 걱정하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출판사가 오늘만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일 두 끼를 먹더라도 모래 세 끼를 먹을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오늘 세끼 먹는 것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편 이 글에 대한 관련 글 중에 청강대학교 박인하 교수의 글이 눈에 띄었다. 그 글 중에 놀라운 것은 이 대목이다.
"한국만화시장이 커지는 길은 매우, 아주, 무척 간단합니다. 바로 팔리는 책을, 정성것 만들어서, 독자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어떤 책이 있는 지를 설명하는 '팔려는 노력' 을 하라는 것입니다."
어쩜 이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놀랍다. 이 글의 첫 번째 문단 '기본 전제'로 보라. 또 다른 이 글의 본문 중 '만화를 위한 길...'의 두번 째 문장도 같은 소리다. 하지만 박 교수와 내 생각이 동일한 것은 전혀 놀랄 것이 아니기도 하다. 왜냐하면 아주 기본 중의 기본이고 상식 중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만화를 팔고자 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당장 할 수 있는 출판사의 행동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종합만화정보지'의 출간(참고로 이런 일이 있었다)이고 지금이라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오늘의 세 끼가 아니라 모레의 세 끼에 대한 준비이다.
2005. 7. 1.
주 모씨.
우선 링크한 원문을 보시고, 당연한 분노를 쌩까는 출판사의 사정은 아래에서 헤집어 본다.
또는 계간만화 웹진을 참조해도 된다.
1. 랩핑 문제
출판사에 이 문제를 많이 따져 봤다. 그랬는데 그들의 모범 답안이란 '랩핑하면 매출이 10%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서점에서 보고 안 사는 독자가 10% 정도는 된다는 이야기로 자신들의 랩핑을 합리화한다. 그런데 원 글의 필자가 말했듯이 랩핑을 했으면 당연히 다른 경로로 만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출판사는 제공하는 것이 옳다. 원 필자가 말했듯이 인터넷 서핑을 통한 작품 이해는 필연적으로 '스포일러'가 뒤따른다.
스포일러 부담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상존하는 근본적 부당성은 소비자로 하여금 적극적인 상품 정보를 취득해서 사라는 황당 시츄에이션에 있다. 세상에 어느 상품이 이렇게 거만하게 장사를 하는지 나는 찾을 수 없다. 팔려는 이들이 워낙 장사가 잘되어서 공급이 딸리는 경우라면 울며 겨자 먹기로 그러려니 하겠지만 만화는 출판사가 어렵다고 난리치는 상품 아닌가? 그런데도 책이란 상품을 만들면 정보도 안 줘, 광고도 안 해, 랩핑해서 첫 권을 보지도 못하게 하는 배짱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래서 한국의 만화출판사는 육류 도매상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월 몇 권의 만화를 지속적으로 도매상에 공급할테니 도매상은 보증금 내라는 것으로 '장사 끝, 빨래 끝'이다. 이러니 월 고기 몇 근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고 결재하는 고기장사와 뭐가 다를까?
2. 갱지 문제
일단 책이라고 하면 서적지, 혹은 아트지 등 다양한 재질을 사용한다. 만화의 경우 갱지에서 발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종이의 질은 난감할 정도이다. 이를 출판사에 물었더니 그들의 모범답안이란 '그 정가에 그 종이를 쓸 수밖에 없다'며 '원가 절감'을 말한다. 하지만 그 정가(3,500원을 기준으로)에 나오는 일반 서적 중에 인쇄량이 만화처럼 몇 천부 되는 책들도 만화종이를 사용하는 예는 찾기 어렵다. 출판사 자체도 만화는 소장이 아니라 그냥 한번 보고 버리는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이유가 된다.
만화 시장이 어려워지자 출판사가 시도한 원가 절감(?)이란 것은 고료 다운 외에 저가의 종이 사용, 싼 값의 표지 코팅 사용에 집중되어 있고 종 수가 증가한 뒤에는 당연히 개별 작품에 대한 마케팅과 홍보 비용이 삭감됐다. 갱지 문제는 출판사의 작은 이익에 급급한 '언 발에 오줌누기' 정책 결과이다.
3, 5. 싼마이 표지 디자인
출판 관계자들 중 편집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표지가 반'이라고. 그만큼 표지는 얼굴이며 독자와의 첫 대면을 가늠하는 무기이다. 그런데도 만화의 표지 디자인은 컬러 일러스트레이션 일색이다. 뭐 그렇다고 만화 표지가 일반 교과서처럼 제목 하나 딸랑 있고 출판사 적힌 방식으로 가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기 장사하는 출판사가 동일한 이유로 포장에 머리 굴릴 여력이 있을 턱이 없다. 그저 밀어내는 형편이니.
4. 오자에 인쇄 오류
잡지 연재 후 단행본으로 나오는 경우 그나마 연재에서 오탈자와 인쇄 오류가 걸러 지지만 단행본으로 바로 출판되는 만화에서는 이런 오류가 종종 나온다. 게다가 해적판도 아닌 정판에서, 혹은 가격이 더 비싼 애장판에서 이런 문제가 나오면 독자는 아주 미친다. 기다리던 아들이 태어났는데 한 쪽 눈이 짝눈인 것을 보는 기분이랄까? 아니면 첫 차를 뽑았는데 첫 날 밤에 누군가 못으로 그은 기분일까? 그럴 정도로 신경질 나는 것이 조악한 인쇄 혹은 무신경한 식자들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상품 제작자들의 자세도 아니며 소비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다른 상품이라면 소비자 리콜제라도 시행하는데 만화판은 '배째라' 관행이 지배한다.
요즘엔 메이저 출판사에서 '단행본 기획팀'이라고 별도로 구성되기도 하지만 잡지 기자와 마찬가지로 다루는 상품이 너무 많다. 일본의 편집인력 규모와 비교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하지만 최소한 상품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인력이 참여해야 하는데 이것도 고기 장사 스타일이라 그저 월 몇 종을 뽑아내는 것이 문제이지 그 작품의 개별적 노력을 요구하지 못하는 것이 출판사의 현 수준이다. 메이저가 이런데 소규모 출판사야 오죽하랴. 결국 개별 작품을 판매 상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월간 판매 종을 하나로 묶어서 보는 상품 인식이 문제이다.
6. 절판
절판은 만화에만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만화의 절판이 문제되는 것은 아주 황당한 절판 사례들 때문이다. 예를 들면 1~5권이 나오다 중단되는 절판 아닌 절판, 14권이 나왔는데 1~2권을 구할 수 없는 절판, 나오는 첫날 구매하려 했는데 벌써 매진(워낙 소량 인쇄한 작품이라서)된 절판, 나온진 2년도 안된 작품을 구할 도리가 없는 절판 등이 아주 경쟁적으로 자행되는 것이다. 절판의 사전적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만화의 절판은 순전히 출판사가 편하자고 하는 짓이다. 그냥 초기에 팔릴만한 수량을 예상하여 딱 그만큼만 발행한다. 그리고는 그만이다. 장기적으로 판매할 생각도 없고 그러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홍보할 마음도 없다. 그냥 소 한마리 잡아서 부위별로 해체해서 도매상에 넘기면 그 뿐이다. 이것에 대해서 출판사가 하는 말은 '재판 혹은 2쇄를 찍을 작품은 그렇게 한다'라고 강변한다. 그거야 당연한 소리지. 문제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 작품도 아주 간단하게 절판을 만드는 용감무쌍한 결정력이다. 한 작품의 2쇄 인쇄보다 새 작품을 찍어 내는 길로 들어 선지 어언 10년, 그렇게 굳어 버린 출판사가 메이저가 됐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7. 잡지 제목의 문제
이 문제는 정말 웃음이 나온다. 예를 들어 [팬티]라는 황당 제목으로 나온 만화잡지의 경우 그 창간호 부록이 '삼각빤쓰'였다. 밤에 그거 입었더니 아이들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본 기억이 있다. 뭐 꼭 이 잡지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만화잡지 제목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댕기]라는 잡지는 일본 잡지 [리본]의 짝퉁이고 [점프]니 [영]이니 [코믹]이니 하는 작명은 죄다 일본 잡지를 원용한 것이다. 예전 [보물섬]이니 [어깨동무]니 하는 우리틱한 제목이 아니더라도 어른이 고르거나 사춘기를 지나 머리에 피가 마른 독자들이 잡지를 잡을 때, 혹은 예쁘장한 서점 누나에게 책을 주문하는 상황이라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여드름 막 피어난 고등학생이 평소 꿈에 나타나던 서점 누나에게 '저... 팬티 나왔어요?'라고 어찌 말할쏘냐?
8. 망가
한국의 만화잡지가 일본의 만화잡지 겉모양만 따온 것이라 이 문제는 사고가 전환되기 전에는 해결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단행본 역시 망가 번역물이 압도적인 상황에서는 한국말로 제목 바꾸는 정도가 고작이다. 출판사는 일본 만화를 단행본으로 낼 때 뭔가 한국 시장에 맞게 변환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번역이 전부인 셈이다. 뭐 누드에 사각 빤쓰 입히는 정도라고나 할까? 게다가 잡지 편집은 일본 잡지를 모델로 따라하는 것이니 그대로 베끼는 것이 현실이다. 제목조차 따라하는데 내용이라고 별다를까?
8, 9. 페이지 쿼터
영화에는 스크린 쿼터가 있고 한국만화잡지에는 페이지 쿼터(?)가 암묵적으로 있다. 그러니까 소년 잡지의 경우 일본 만화 비율이 30% 정도에서 심할 때는 50%까지 치솟다가 [웁스] 잡지 창간 전에 헛소문이 돌 때 어느 정도 암묵적으로 30%를 유지하자는 업계의 눈짓이 있었다. [웁스] 창간 때 이를 주관한 박성식씨는 의욕적으로 [창천의 권]과 [엔젤 하트] 등 충분히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작을 포함시켰는데 이것이 확대되어 일본만화잡지의 연재만화를 통째로 옮긴 국내 만화잡지 창간이라고 소문이 나 곤욕을 치룬적이 있다. 한국의 만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은 이 소문을 한국 만화의 붕괴 신호탄으로 받아 들였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결국은 일반적인 %에 그리 벗어나지 않는 연재만화 구성이었지만.
여하튼 한국만화잡지의 한일 연재 비율에 대해서 출판사에게 물어 봤더니 이런 두 가지 이야기가 모범 답안으로 나왔다. 하나는 '설문조사를 해보면 그래도 한국 만화가 1등인게 훨씬 많았다'와 또 하나는 '잡지에는 리딩 작품이 하나 이상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선정하기는 일본에서 검증받은 만화를 우선 찾게 된다'는 답변이다. 출판사에서는 좋은 만화를 발굴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말을 원론적으로 반복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그 노력은 천편일률적이다. 그저 자사 공모전을 통해서 신인과 접촉하는 것 위주인 상태와 발굴에 필요한 인력 확보도 안된 상태에서 이 말은 허공을 맴돌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단행본 밀어내기 전법을 채택한 이후 손쉬운 망가 수입을 손 댄 것처럼 연재에서도 일본 만화를 쉽게 끼워 넣는다. 그런 출판사에게 출판 쿼터제나 페이지 쿼터제는 자신들의 수익을 제한하는 아주 나쁜 주장으로 보이게 되고 철저히 반대하는 중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한국 만화의 수많은 난제와 맞물려 있으므로 이것만 따로 떼어서 개선되기란 어렵다. 문제란 늘상 서로 물려 있게 마련이니까.
10. 성인 잡지
참조: 이 링크 본문의 1번 글.
한국의 만화계는 일정 부분 외부 영향도 있지만 동시에 스스로 시장을 축소시키는 면도 있다. 그것이 성인 독자 시장이고 성인만화잡지의 전멸로 나타나 있다. 외부적 영향이란 한국 만화 심의에 따른 결과라는 말인데 이 문제는 좀 달리 볼 수도 있다. 성인 만화를 '성애 만화'로 인식하는 출판사의 좁은 안목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잡지에 실릴 만화라고 해서 늘 궁뎅이 까고 목에다 칼침 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성인이 봐야 이해될 만화이거나 성인이 공감할 소재를 다룬 만화여도 충분히 성인만화가 된다. 심의에 직접적으로 문제되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그릴 작품은 많다. 그런데 출판사는 한국 만화 심의와 싸울 의지를 상실했거나 그보다 조금 더 팔리는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행태를 보인다. 그 결과 성인만화잡지는 [빅점프]를 마지막으로 초토화됐다. 이후에 준 성인지라는 [웁스]도 있었고 여성 성인을 상대로 한 [허브]가 있지만 그 주된 대상은 성숙한 고등학생이거나 이십대에 다리를 걸친 상태로 보인다. 30대 이상의 성인들이 볼 만한 만화잡지로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한국의 성인만화 잡지는 예전에 전멸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출판사에게 물었더니 '우리는 아직 성인 잡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구상 중이다. 그러나 심의 때문에 어렵다'는 모범답안이 역시 나온다. 심의 개선 문제는 별도로 다뤄야 할 만큼 분량이 많으니까 넘어가지만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싸워야 할 대상에 너무 온건한 투쟁을 보이는 출판계라는 지적이다. 심의 기준이란 사회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어차피 기준이란 시대의 반영이고 시대란 변하는 것이다.
이런 10가지 이야기를 한 사람의 요구 조건은 지극히 당연한 소리다. 문제는 이것을 받아 들여야 하는 출판사에게 있다. 출판사는 당연하고 천편일률적인 모범답안으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고 개선해야 한다. 당장 내일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데 무슨 모래 일을 걱정하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출판사가 오늘만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일 두 끼를 먹더라도 모래 세 끼를 먹을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오늘 세끼 먹는 것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편 이 글에 대한 관련 글 중에 청강대학교 박인하 교수의 글이 눈에 띄었다. 그 글 중에 놀라운 것은 이 대목이다.
"한국만화시장이 커지는 길은 매우, 아주, 무척 간단합니다. 바로 팔리는 책을, 정성것 만들어서, 독자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어떤 책이 있는 지를 설명하는 '팔려는 노력' 을 하라는 것입니다."
어쩜 이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놀랍다. 이 글의 첫 번째 문단 '기본 전제'로 보라. 또 다른 이 글의 본문 중 '만화를 위한 길...'의 두번 째 문장도 같은 소리다. 하지만 박 교수와 내 생각이 동일한 것은 전혀 놀랄 것이 아니기도 하다. 왜냐하면 아주 기본 중의 기본이고 상식 중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만화를 팔고자 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당장 할 수 있는 출판사의 행동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종합만화정보지'의 출간(참고로 이런 일이 있었다)이고 지금이라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오늘의 세 끼가 아니라 모레의 세 끼에 대한 준비이다.
2005. 7. 1.
주 모씨.
# by | 2005/07/01 03:26 | 딴지 거는 글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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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 미친듯한 포스팅을..? ㅡ ㅡ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