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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응급처치

오프라인 모임이나 사이버 네트에서 오가는 수 많은 '만화' 이야기들은 몇 가지 편향을 지니고 있다. 만화를 걸고 망가를 이야기하는 것, 침체를 말하면서 대안없는 책임공방으로 끝나는 것, 비현실적 대안이라도 결론은 누가 하겠지라는 회피, 상업만화를 비난하면서 그 작가에게 밥 먹여주는 어쩔 수 없는 소비구조, 개인적 주관과 논리를 다수의 의견으로 호도하는 것, 표피만 보고 대상을 단정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이 일그러진 현실에서 첫째와 둘째 지적에 관련하여 글을 적는다. 주제는 '한국 만화, 당장 할 수 있는 회생방안' 쯤 되겠다. 해당되는 분야별로 그리 돈 많이 안들고 다른 놈 죽이지 않고 시도할 수 있는 평소의 구상들-대부분 시작한 일들-을 무순으로 나열해 봤다. 정리된 글이 아니라 우선 응급실에서 처치하듯이 쓴 두 가지만.

1. 우선 당장, 만화잡지 살리는 법.

2. 우선 당장, 만화저작권 보호 수준 높이는 법.

2005. 6. 16.
주 모씨.

우선 당장, 만화잡지 살리는 법

출판만화는 현 문명이 종이보다 전자북으로 이관되는 중이라지만 여전히 만화의 근간이며 정통이며 주류이며 독자의 로망이다. 이것의 핵은 동일한 의미로 '만화잡지'이다. 이 의미가 단지 개인적인 만화와의 만남이나 추억이 어린이 만화잡지였던 까닭은 아니다. 지금도 만화잡지의 중요성은 편집인과 출판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온라인의 창들이 신인만화가의 셀프 데뷔 공간이 되고 편집자의 신인발굴처가 되기도 하고 독자의 새로운 만화 접촉을 가능하게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성은 만화잡지의 기본적 필요성이며 그 기여도는 여전히 만화잡지에 월등히 간직되어 있다.

현재 우리 나라 출판만화의 주요 대상이 청소년(어린이 기획단행본이라는 학습만화류를 제외하고)이듯이 만화잡지의 주요 대상도 십대 위주이다. 댄스 가수가 판치는 음악계나 대중문화계의 주요 소비층이 십대와 이십대인 것처럼 만화의 소비층 축소도 그리 새삼스러울 게 아니다. 결국 성인만화잡지는 한 종도 없는 세계 3위의 만화대국이 한국이다. 일부 잡지가 이십대 여성을 상대로 준성인지를 표방하지만 어느 정도는 고등학생과 이십대에 걸친 만화열독자의 경계역에 기대어 있어 단순하게 성인지로 봐 주기는 어렵다. 그리고 한참 아래로 건너 뛰어 어린이 만화잡지란 [고래가 그랬어]처럼 수준높은 매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아동용 만화잡지(그것의 비교가 [어깨동무]든 [만화왕국]이든)는 사라진지 오래다. 그 여파로 새롭게 유입될 어린이 만화독자들은 케이블 방송의 재패니메이션으로 만화라는 것을 보기 시작하고 성인들은 그저 만화방의 대본극화나 인터넷의 성인만화콘텐츠를 클릭하고 있다.

이러한 독자의 집중은 장기적이 아니라 현재적 문제를 낳는다. 어떤 시장이든 소비자는 새롭게 유입되고 오래 시장에 머물러야 한다. 만화로 보면 어린이 독자가 만화를 쉽게 접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신이 볼만한 만화들이 계속 있어야 그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청소년 소비자 집중 현실과 이에 대한 안주는 미래의 신독자 유입 감소, 30대가 넘은 기존독자의 외면으로 나타나 남녀노소를 불문한 만화가 아니라 일부 청소년층의 문화로 변질되어 간다. 관련 데이터가 필요하다면 만화서지정보 사이트에서 성인만화와 어린이용 만화로 출판된 자료를 보라. 제목만 적는다면 연간 9천 종(최근 2년은 7천 종으로 하락됐지만)이 발표되는 우리 만화 시장에서 워드 한 쪽 분량도 못 채울 성인만화와 어린이용 만화(학습만화 제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화잡지는 청소년을 타켓층으로 작가와 작품을 섭외하게 되고 기본적으로 작은 우리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낳게 된다. 잡지마저 빌려보는 시장 소비구조로 절대판매 수량도 채우기 어렵다. 일본처럼 틈새 전략이나 특화 전략도 어렵다. 일본의 틈새나 특화시장이 5만~30만 정도이라지만 한국은 일반 시장 자체가 몇 만에 불과하니 단순 대입은 곤란하다.

이러한 잡지의 어려움이 매체의 중요성을 넘어 편집부는 어려웠겠지만 독자가 보기엔 '어느날 갑자기' 폐간으로 다가온다. 이 잡지를 살리기 위해서 [드래곤 볼]이나 [슬램덩크] 같은좋은 만화를 그려야 한다느니 독자가 만화 사 줘야 한다느니 하는 스님 포마드 바르는 소리는 당장의 해결책이 아니다. 그래서 난 잡지의 기본적 목적을 충족시키는 당장의 길을 가고자 한다. 그것이 '정부의 만화잡지 지원안'이다. 물론 현재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잡지 연재작가 고료지원이나 일부 매체 지원을 확대하라는 것이 아니며 출판사에 그냥 자금을 주라는 소리도 아니다. 정부는 '만화산업진흥안'까지 발표하며 속 알맹이야 어떻든 합계 1,180억 원을 5년 간 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런 정부에서 조금만 만화분야에서 가려운 곳을 긁어줘도 감지덕지할 판인데 이건 자다가 남 옆구리 긁는 경우로 새 나가는 돈이 있으니 현실과 정책의 괴리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여하튼 정부가 만화의 중요성을 표면적으로 주장하고 거들어 주는 세상이 왔으니 이제는 '만화잡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잡지가 당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고 잡지가 지니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잡지의 목적이 무엇인가? 신인 만화가의 작품을 지면에 실어 많은 독자들이 보도록 하여 만화에 새로운 물결이 끊임없이 흐르게 하는 것이다. 그럼 많은 독자들이 보도록 당장 할 수는 없는지 고민하면 된다. 잡지 왕국 일본도 대부분의 잡지는 잡지 자체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연재분을 모아서 출판하는 단행본이라는 추가 수익이 있기에 가능한 구조이다. 그러므로 한국 만화잡지들도 그 자체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것에 그리 가슴 쥐어뜯을 필요는 없다. 이제 정부가 할 일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보자.

-'주간/격주간/월간/격월간/계간' 등 발행 주기에 따라 다음 호가 나올 때 앞 호를 정부가 구매한다. 구매라면 정가가 아니라 원가로 구매하는 것이나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무상 구매도 좋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잡지 재고를 그대로 두면 물류보관비용에 더하여 자산으로 잡히기 때문에 현금으로 납부해야하는 세금부담도 만만치 않고 게다가 폐기비용을 물면서 처리하는 실정이다. 그러니 원가든 500원 일괄 구매든 유상구매라면 감지덕지이지만 무상이라도 좋다. 그렇게 정부가 잡지를 인수한다.
-정부는 유상이든 무상이든 구매잡지를 정부 관공서 잡지대와 전국 초중고 도서실과 만화동아리, 재량수업의 만화과목 교재로 지원하고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쉼터 같은 공간에 배포한다. 이를 통해 만화잡지가 관공서에 비치하는 여타 잡지와 다를 것 없다는 인식변화를 꾀하고 잡지는 최소 몇 십만명의 추가 독자를 확보한다. 이들은 잠재적 만화독자로 변화된다.

여기까지의 진행에서 첫 걸림돌이 나왔다. 그것은 정부가 우리 나라 잡지 재고를 전체 구매할 수도 없고 일부 선정해서 진행한다고 해도 시민단체(예를 들면 종로 아주머니들 모임 같은 곳)에서 트집잡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핑계이다. 즉, 해결할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다시 조언한 것이 '전체 잡지 구매가 아니라 현재 십 수 종의 만화잡지 중에 5개든 8개든 일정 범위를 정해 선정하여 수거하기로 하되 그 선정을 아예 그 아줌마들에게 맡겨라'라고 했다. 십 수종의 모든 잡지를 처음부터 다 대상에 넣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선별을 해야 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만화에 딴지 거는 아줌마들의 시각에 전혀 동조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들은 결국 5~8종의 만화를 지들 안목대로 선정하게 된다. 그것이 어느 것이든 만화입장에서는 손해될 것이 없다.

이렇게 문제를 해소한 상황이니 이제 실제 추진은 만화출판협회를 중심으로 한 만화계와 정부가 붙어서 실무 진행을 해야 한다. 어떤 개인이 마무리 지을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만화저작권 보호 수준 높이는 법

저작권 보호 수준은 선진국인지 후진국인지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이다. 또한 한 나라에서 각 분야의 저작권 보호 수준을 보면 그 해당 분야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중국 저작권이 '개판'이라고 삿대질하지만 사실 그 놈이 그 놈인 상황이다. 콘진의 조사에 의하면 둘 다 50 초반의 %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120% 정도로 자국 저작권 챙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 아래다. 또한 국내 각 분야의 저작권 보호에서 만화저작권은 심하게 표현해어 '구색맞추기'이다. 최근 출범한 '저작권보호센터'의 인적 구성이나 사업내역과 결과들을 보면 이 표현이 억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진행 중인 만화저작권 분쟁 사례는 너무나 많다. 이희정 작가는 활활 타오르고 있고 김진 작가는 타오르려 하고 있고 홍은영 작가는 사그러지고 있다. 공개하지 못할 K, P, S 작가는 조심스럽게 타오를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다. 이 분쟁의 대부분은 만화와 타매체, 만화가와 출판사간에 발생한다. 그리고 또 대부분은 법적 분쟁 이전에 만화계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법에 호소하지 못하거나 내부에서 밟힌채 소멸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만화저작권 수준을 높이기 위해 당장 들어나 있는 세 가지 문제는 대여권, 온라인 불법 스캔만화, 계약이다.
-<대여권>은 다시 1년 간 논의하기로 한 현재, 그냥 이 상태로 머물러 있다. TC를 구성한다는 것이나 심화 간담회를 한다는 것이나 발표만 있었지 진행은 없다. 그렇게 또 지나간다. 대여권 문제는 한국 만화를 살리는 만능 열쇠는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가장 화두로 제기된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이 문제마저 해결하지 못하면 만화판은 의욕을 상실하게 되므로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시장에서 공감하고 작가도 공감한 간단한 해법을 그냥 '진행'하면 된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판매전용'을 붙이고 서점용 유통에 배포하면 된다. 법은 이렇게 표시한 책을 대여하는 것이 위법임을 명시해 주면 된다. 나머지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어져 간다. 이것에 대한 진행과 문제, 그 해소방안은 누차례 공청회나 글을 통해서 발표했기 때문에 생략한다.
-<온라인 불법 스캔만화>는 현재 방식으로는 비효율적이다. 현재 불법 스캔만화는 출판사에서 출자한 연간 몇 천 만원의 돈으로 단속하고 있는데 이 단속 방식이 개별적이고 폐쇄적이라 효과가 떨어진다. 왜 음원과 동영상, 사진 이미지는 단속반이 설치되지 않았음에도 네티즌들이 서로 조심하라고 글을 퍼 날랐는지 불법스캔만화단속 주체는 생각했어야 한다. 그저 변명하기를 '단속해 보니 어린아이였고 단속하더라도 다른 아이디로 또 만드니 재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난 '머리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연간 한국 출판만화의 모든 규모보다 더 많은 자료들이 각종 공간에 담겨 있는데 그 중 법적 구속 대상이 되는 성인, 일정 금액이라도 수익이 발생한 사이트, 그 공간 이용자가 적어도 5,000명 이상인 곳만 선별해서 일괄 고소하면 된다. 그래야 언론이 다룬다. 언론이 다루고 판례가 생기고 손해배상이 나오면 된다. 그것이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사례가 나오면 네티즌 인식의 변화는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된다. 이를 위해서 저작권자인 작가는 자신의 만화가 불법 스캔되는 것을 개인이 막지 못한다면 각종 지원사이트를 통해서나 판권 소유 출판사를 통해서 단속을 위임해 둬야 한다. 앞으로 한국만화출판협회 소속의 출판사에서 출판한 모든 작품의 단속 위임에 드는 비용조차 정부에서 지원하게 된다.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부담금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개념적으로 맞고 그른지는 별도로 따져볼 문제이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게 흘러 갔다. 이런데도 자기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것은 '자기 밥을 남이 떠주기 바라는 것'과 하등 다를 게 없다. 따라서 당연히 작가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참여해야 하고 단속 방향은 개별적으로 소리없이 '하지 마세요'라고 하기보다는 공개적으로 이슈가 되게 진행하여 네티즌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계약>은 출판사와 연재, 단행본, 온라인 게재, 2차 저작물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데 늘 말하지만 계약은 '신체포기각서' 같은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면 도작 찍음과 동시에 법적 효력을 발생한다. 문제는 당사자간 계약 원칙과 개인과 기업간 계약에서 오는 초보와 구렁이의 계약 현실이다. 개그맨들의 노예 계약 파동도 같은 배경인데 이 현실은 사람이 사는 사바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다만 계약문항의 자문을 통해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그 불평등 문항에 대해서 개인의 대항이 아니라 단체대 단체로의 대응 구조가 도입되면 당장에 개선할 수 있다. 다행이 것은 가장 많은 분쟁 위험이 있는 작가와 출판사 간 계약은 이미 '온라인 보호협의회'라는 테이블을 통해서 '만협, 우만연, 만출협'이 하나의 고리로 묶여 있다. 하나의 고리라는 것은 분쟁 해결을 위한 핫 라인이 개통됐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례는 이 테이블의 덕담 수준에서 해소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현 실정은 구성된 테이블이 그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테이블이 정식 모임을 갖는 것도 없고 동일 사안으로 뭉친 사례도 초기 뿐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실무자급이라도 상시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출판사든 작가든 분쟁 소지가 있을 때 개인이 해결하기 힘들면 이 테이블에 던지면 된다. 그렇게 해소될 분쟁이 현재 내가 맡고 있는 사안의 대부분이기도 하다. 또 그 사안이 만화계 내부간 문제가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해외 등의 법적 분쟁이나 수면 아래 분쟁일 때 공동의 목소리로 대응할 수 있다. 작가의 고군분투를 막기 위해서, 만화의 '끼워 주기'식 문화판 인식에서 살아 남으려면 우선 당장, 테이블을 살리면 된다. 테이블 구성원이 당장 불편하다고 만화 전체가 쪼그라드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만화계에 몸담은 이들이 보일 자세가 아니다.

(생각나면 계속...)

2005. 6. 16.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06/16 17:32 | 중얼중얼 잡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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