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 로그인  


[김성모] 기대

남문 앞에 서면 '자유구역'이 보인다.
물론 자유구역 안에 들어 서면 김성모 작가가 있다.
미칠듯한 스피드로 마감 스케쥴을 지키고 있고 미칠 듯한 스피드로 올라 오는 자신의 디시 겔러리가 열리고 김 작가가 미칠 듯한 스피드로 담배 한 갑 피울 동안 나도 미칠 듯한 스피드로 한 갑 피우고... 결국 난 세 갑째 담배를 뜯었다.

덩달아 어제 오늘 미칠 듯한 스피드(내 이글루의 첫 댓글이 이 말이었다--;;)로 포스팅을 마쳤다.
얼음집을 어제 오늘 안 것도 아닌데 그냥 갑자기 만들게 된 셈이다.

각설하고 그에 대해 오가는 이야기를 다시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 대본소 만화 작가 중에는 지금 우리 만화계의 정점에 서 있는 분도 있고 그저 사라진 작가도 있다.
대본소 만화란 그저 공장이니 쓰레기니 하고 불리지만 그에 대해 여기서 또 말하자는 것도 아니다.

단지 어떤 만화가였든 인생의 어느 시기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하다.
어떤 이는 그저 B급 만화가에서 그냥 잊혀지고 어떤 이는 새롭게 변신하여 지금의 존경을 받기도 한다.
어떤이는 영원한 공장장으로 머물러 있고 어떤 이는 작가 선생님으로 탈피하기도 한다.
그 선택은 순전히 개인의 의지다.

김성모 작가는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
최근 시도하는 '그 무엇'이 이루어진다면 난 그가 지금의 희화화된 만화작가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달라진 만화계 인식 중 하나를 봤는데 그것은 만화작가의 소리였다.
이글루에서 만화에 관심있는 분들은 봤을 법한 글인데 내용은 요약하자면 이렇다.

"난 김성모 작가가 한국의 만화 환경에서 하나의 사례라고 봐. 어쨌든 살아 있잖아? 그저 사라진 작가보다는 일단 살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런 인식이 비공식적인 개인의 이글루이지만 노출됐다는 것은 작은 것이지만 변화는 변화다.
그만큼 현재 한국 만화작가들은 생존 자체가 문제일 정도로 어렵다.
김성모 작가가 바람직한 모델이냐는 것을 떠나서 하나의 사례라는 시각은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인식에 더하여 우려가 발생한다.
'저 사례마저 유지(혹은 성공)되지 못한다면 그 다음은 무엇이냐?'라는 것.

그런 지경이 오면 도대체 기본적인 출판만화나 한국 만화는 어디로 가야 하나?
웹으로? 학습만화로? 다른 문화판으로? 해외로? 오로지 기획단행본 만화로? 오로지 예술틱한 고급만화로?


2005. 5. 31.
주 모씨



이런 우려를 가중시키는 만화판의 구조적 어려움은 여전하다.
그 중 가장 일반적인 행태가 또 불거졌다.
매번 그 행태에 개별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효율적이다.
그럼에도 만화판은 개별적 대응조차 때때로 시도하지 않는다.

붕어가 살 수 있는 수온이 있다는데 서서히 수온을 올리면 더운 물에서도 산다고 한다.
적응이란, 체념이란, 인정이란, 포기란 것은 서서히 자신을 목졸라 죽이는 자살과 같다.

2005. 6. 3.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06/03 01:50 | 만화와 사람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jumosee.egloos.com/tb/20347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주 모씨의 이바구별곡 : [계.. at 2007/10/31 01:26

... 명은 생략한다.4. 그의 의지와 만화에서의 도전 또한 글이 넘어간 이후 짧은 기간에 꺽인 사례가 있어 우려하게 된다. 뭐 '브루터스, 너마저도'라는 심정에 비유될지 모르지만 그런 우울함이 있다.2005. 7. 7.주 모씨 ... more

Commented by 아바돈 at 2005/07/08 03:20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해서인지 정말 글을 잘쓰신다는 생각이 강하게 압박해오네요...^^;;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7/08 03:28
제가 단순한가보죠. 하지만 제 글은 재미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요--;; 잘 쓰는 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아바돈 at 2005/07/08 11:30
쥬피터님 글을 읽으면서 제가 지금까지 막연한 생각과 생각사이를 널뛰듯 사고해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은 결국 사고작용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한마디로 쥬피터님 덕분에 왜 작동이 부실한가에 대한 일종의 보일러 점검 같은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금방 고쳐질것 같진 않아요 ^^;;;; 그럴땐 기냥 부러워 하면서 ... 읽는 것으로 혹시 뭔가 처방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보는 또 다시 막연한 사고작용의 널뛰기를 하네요^^;;; 건강하시고 좋은 날되세요^^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7/08 14:06
저도 막연한 생각들에 허우적거릴 때가 많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