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6월 01일
기초 체력
몇 분은 아시겠지만 모친이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대동맥 폐쇄 때문입니다.
심장에서 나온 대동맥이 배꼽 조금 아래에서 양 다리로 내려 가는 데 우측 대동맥이 배꼽 3cm 아래 지점에서부터 20cm가 완전히 막힌 상태입니다.
이 경우 약물 치료는 안되고 혈관 내부에 확장기구를 넣거나 방사선과 시술로 그것을 뚫기도 합니다. 현재 풍선이나 그물망을 넣기에는 대상 혈관이 너무 길고, 방사선과 수술도 이리저리 쑤시다가(?) 실패한 상황이라 남은 것은 외과적인 수술인 인공혈관 연결 수술-바이패스- 뿐입니다. 담담하게 이야기 하지만 답답한 정도가 아니라 훨씬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냥 글에 심각한 척 하기가 그렇잖아요?
여하튼 바이패스 방법이 기존의 것은 막힌 구간을 제거하거나 우회해서 새로운 인공혈관으로 기능을 대치하는데 신 기술에서는 반대쪽 다리의 허벅지 혈관에서 막힌 다리로 터널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그 수술이 더 큰 수술이고 잇는 부분도 길어서 딱히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을 선택한 것이 각 과의 합치 의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보다 워낙 대수술이라 70이 넘은 연세의 체력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수술 결정의 큰 장애입니다.
안 하게 되면 우측 다리가 아니라 골반 부근부터 못 쓰게 되고 얼마 가지 않아 결국 절단 수술로 가야할 것이 뻔한 상황이라 무조건 해야죠. 그런데 기초체력이 문제인 겁니다.
배꼽 아래의 복부를 일자로 완전히 열고 다리 쪽으로 내려 가면서 또 수직으로 엽니다.
건강한 젊은이라면 10일 이내에 회복된다고 하는데 노인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죠.
그래서 여태 수술 해도 버틸 수 있나 없나 하면서 내과, 외과, 신경과, 방사선과 등에서 각자 검사하고 의견을 모으더니 임시 보류 상태입니다.
우선 몸부터 좀 추스린 뒤에 해야 위험인자를 하나라도 줄인다는 의미죠.
그러면서 이전에 심장 수술을 두세차례 할 때도 저의 수술 동의서만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가족 동의서를 요구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수술은 지연되고 있죠.
꽤 걱정되는 상황임을 알게하는 행동이죠.
그 와중에 어찌하다보니... 아이들의 학년 초 학부모 총회에 제가 다녀 왔습니다.
현재 2학년과 5학년이니 두 교실을 가야 했고 두 담임을 뵈야 했지요.
그 선생님 중 한 분이 자신은 기초학력을 중시한다고 말하더군요.
5학년이면 어느 정도 그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머리로 세상을 살지가 결정날 4학년보다 1년 뒤이니 중요한 시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학창 시절 어느 시기가 중요하고 덜하겠습니까만 전문가들이 그러더군요. 4학년이 평생을 결정한다...라고.
이런 하루 속에서 기초체력, 기초학력이란 말과 만화산업이 또 연결지어 집디다.
관심사가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뇌구조인 셈이죠.
만화, 특히 산업 분야로는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만 기초 체력이 튼실하지 못하여 아직 기지개를 못 편다는 분석이 전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러니 급작스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만화산업계의 다급함을 연민으로 보게 됩니다.
기초-중요하죠.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 팔굽혀 펴기하고 트랙 뛰면서 기초체력 다지자니 마음은 급하고 몸은 안 따라주고, 뭐 그냥 살짝 살짝 산보삼아 걸어 가면서 '난 운동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자위하는 그런 모습들도 사실 많이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기초가 중요하면서도 이게 장기적인 시간을 요하는 해법이라 선뜻 매진하기가 어렵습니다. 인간사가 다 그렇죠.
그렇지만 드러나지 않은 만화계 구석구석에 기초가 튼실한 모습들도 많이 보입니다.
만화에 애정이 외국과 비교해서 절대로 뒤지지 않은 독자들, 만화에 대한 승부 근성과 준비된 자세가 철철 넘치는 작가들, 저작인접권자로 올바른 인식을 가진 업계 사람들, 조금만 긍정적으로 주장한다면 만화계에 돈 투자해 볼 참인 사람들, 만화가 돈이 되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주력 사업으로 밀어 볼려는 중앙 정부와 몇 지자체들, 예전의 뒷골목 양아치 같은 업계 관행이 이제는 양지에서 비판 받고 개선되어야 하는 분위기들...
이런 것들이 어우러지면서 자연히 만화의 기초가 튼실해 지고 혹은 튼실해 진 것을 알게 합니다.
기초가 튼실하다면 대수술처럼 급작스런 변혁이 불필요할 수도 있고 백보 양보해서 말한다면 급작스런 개혁도 긍정적인 결과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전 대학에서 통계학을 들을 때 이과에 소질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말 기초 없이 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사상누각이고 비효율적이며 결과를 담보할 수 없는 시도란 것을 알았다. 새삼스럽게 알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그나마 통계학은 4학년 1학기 때 재수강해서 안면 친밀도에 의한 B학점을 받았지요. 끌끌끌~)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노년의 모친이나 어린 학생이나 만화계나 꾸준히 각자의 기초를 다져야 먼 미래까지 비전을 가질 수 있다'는 평범하고도 아주 상식적인 것.
2005. 3. 17.
주 모씨.
심장에서 나온 대동맥이 배꼽 조금 아래에서 양 다리로 내려 가는 데 우측 대동맥이 배꼽 3cm 아래 지점에서부터 20cm가 완전히 막힌 상태입니다.
이 경우 약물 치료는 안되고 혈관 내부에 확장기구를 넣거나 방사선과 시술로 그것을 뚫기도 합니다. 현재 풍선이나 그물망을 넣기에는 대상 혈관이 너무 길고, 방사선과 수술도 이리저리 쑤시다가(?) 실패한 상황이라 남은 것은 외과적인 수술인 인공혈관 연결 수술-바이패스- 뿐입니다. 담담하게 이야기 하지만 답답한 정도가 아니라 훨씬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냥 글에 심각한 척 하기가 그렇잖아요?
여하튼 바이패스 방법이 기존의 것은 막힌 구간을 제거하거나 우회해서 새로운 인공혈관으로 기능을 대치하는데 신 기술에서는 반대쪽 다리의 허벅지 혈관에서 막힌 다리로 터널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그 수술이 더 큰 수술이고 잇는 부분도 길어서 딱히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을 선택한 것이 각 과의 합치 의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보다 워낙 대수술이라 70이 넘은 연세의 체력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수술 결정의 큰 장애입니다.
안 하게 되면 우측 다리가 아니라 골반 부근부터 못 쓰게 되고 얼마 가지 않아 결국 절단 수술로 가야할 것이 뻔한 상황이라 무조건 해야죠. 그런데 기초체력이 문제인 겁니다.
배꼽 아래의 복부를 일자로 완전히 열고 다리 쪽으로 내려 가면서 또 수직으로 엽니다.
건강한 젊은이라면 10일 이내에 회복된다고 하는데 노인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죠.
그래서 여태 수술 해도 버틸 수 있나 없나 하면서 내과, 외과, 신경과, 방사선과 등에서 각자 검사하고 의견을 모으더니 임시 보류 상태입니다.
우선 몸부터 좀 추스린 뒤에 해야 위험인자를 하나라도 줄인다는 의미죠.
그러면서 이전에 심장 수술을 두세차례 할 때도 저의 수술 동의서만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가족 동의서를 요구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수술은 지연되고 있죠.
꽤 걱정되는 상황임을 알게하는 행동이죠.
그 와중에 어찌하다보니... 아이들의 학년 초 학부모 총회에 제가 다녀 왔습니다.
현재 2학년과 5학년이니 두 교실을 가야 했고 두 담임을 뵈야 했지요.
그 선생님 중 한 분이 자신은 기초학력을 중시한다고 말하더군요.
5학년이면 어느 정도 그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머리로 세상을 살지가 결정날 4학년보다 1년 뒤이니 중요한 시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학창 시절 어느 시기가 중요하고 덜하겠습니까만 전문가들이 그러더군요. 4학년이 평생을 결정한다...라고.
이런 하루 속에서 기초체력, 기초학력이란 말과 만화산업이 또 연결지어 집디다.
관심사가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뇌구조인 셈이죠.
만화, 특히 산업 분야로는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만 기초 체력이 튼실하지 못하여 아직 기지개를 못 편다는 분석이 전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러니 급작스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만화산업계의 다급함을 연민으로 보게 됩니다.
기초-중요하죠.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 팔굽혀 펴기하고 트랙 뛰면서 기초체력 다지자니 마음은 급하고 몸은 안 따라주고, 뭐 그냥 살짝 살짝 산보삼아 걸어 가면서 '난 운동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자위하는 그런 모습들도 사실 많이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기초가 중요하면서도 이게 장기적인 시간을 요하는 해법이라 선뜻 매진하기가 어렵습니다. 인간사가 다 그렇죠.
그렇지만 드러나지 않은 만화계 구석구석에 기초가 튼실한 모습들도 많이 보입니다.
만화에 애정이 외국과 비교해서 절대로 뒤지지 않은 독자들, 만화에 대한 승부 근성과 준비된 자세가 철철 넘치는 작가들, 저작인접권자로 올바른 인식을 가진 업계 사람들, 조금만 긍정적으로 주장한다면 만화계에 돈 투자해 볼 참인 사람들, 만화가 돈이 되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주력 사업으로 밀어 볼려는 중앙 정부와 몇 지자체들, 예전의 뒷골목 양아치 같은 업계 관행이 이제는 양지에서 비판 받고 개선되어야 하는 분위기들...
이런 것들이 어우러지면서 자연히 만화의 기초가 튼실해 지고 혹은 튼실해 진 것을 알게 합니다.
기초가 튼실하다면 대수술처럼 급작스런 변혁이 불필요할 수도 있고 백보 양보해서 말한다면 급작스런 개혁도 긍정적인 결과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전 대학에서 통계학을 들을 때 이과에 소질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말 기초 없이 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사상누각이고 비효율적이며 결과를 담보할 수 없는 시도란 것을 알았다. 새삼스럽게 알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그나마 통계학은 4학년 1학기 때 재수강해서 안면 친밀도에 의한 B학점을 받았지요. 끌끌끌~)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노년의 모친이나 어린 학생이나 만화계나 꾸준히 각자의 기초를 다져야 먼 미래까지 비전을 가질 수 있다'는 평범하고도 아주 상식적인 것.
2005. 3. 17.
주 모씨.
# by | 2005/06/01 23:14 | 사적만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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