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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 기분 나빴다면 고소 하세요.

이희정 작가님, 기분 나쁘시죠? 그것으로 고소 이유는 충분합니다.

연합 뉴스 2005년 3월 12일(토) 보도에 따르면(개정 저작권법에 의해 기사 전재도 범죄라하니 인용보도 방식을 취합니다) 프랑스의 패션 디자인 회사 'Marithe Francois Girbaud'가 '다빈치 코드'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하여 'Leonardo Da Vinci'의 명화 ' the Last Supper'의 패러디 홍보용 포스터를 3월 11일 발표했다고 합니다.
기사의 사진처럼 상의를 벗고 돌아서 있는 한 명을 제외하면 예수 위치의 인물을 포함하여 전체 11명이 여성으로 대치됐는데 프랑스 파리 법원은 포스터 전량에 대해 폐기 판결을 내렸다고 하는군요.
...'a parody'가 법에서 제재를 받는 경우도 있고 예술로 인정받는 범위도 있고 '오마쥬'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패러디에 한정해 보면 그 경우가 워낙 사례별로 다양하지만 원칙을 알면 간단합니다.
해당 사진은 누가 봐도 '최후의 만찬'을 따라한 것임을 알 수 있고 이 경우 '패러디'라고 분류됩니다.
그리고 패러디가 법으로 제재를 받는 경우는 두 가지로, 첫 째, '원작에 금전적으로 손해를 입혔는가?', 둘 째, '원작자 혹은 원작물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가?'를 따집니다. 앞의 것은 저작재산권, 뒤의 것은 저작인격권이나 명예쯤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첫 째의 경우에서 어떤 영화를 상영 중인데 개그 프로에서 그 에피소드를 차용하여 웃기게 패러디를 하기도 하는데 원작인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들에게 그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주고 그 영화의 중요한 반전을 미리 포함하지 않고 그 영화 혹은 감독이 보고 웃을 수 있을 정도라면 법으로 제재하지 않는 범위의 패러디가 됩니다.
반대로 어떤 영화가 상영 중인데 개그 프로에서 그 영화의 반전을 미리 포함하여 등장 인물을 악의적으로 표현하거나 하여 영화관으로 갈 맘이 없게 하거나 감독 혹은 배우가 열 받아서 포장마차에서 소주라고 한 잔 할 맘이 들게하면 패러디라도 법의 제재를 받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어떤 패러디로 인해서 패러디의 원작인 된 것이 손해를 입었거나 원작자가 기분 나쁘다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프랑스의 패션회사 패러디인 경우 금전적인 손해 측면이 아니라 저작물 혹은 원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주에 포함된 것이라 '전량 회수 폐기'라는 판결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이희정 작가의 만화와 이를 비슷하게 따라한 드라마가 법정 분쟁 중이었지요.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베낀 것은 인정하는데 뭐 드라마가 이미 종영 됐고 만화보다 드라마의 캐릭터의 좀 더 알차니 소송 관둬라. 없던 걸로 하마'라는 것이죠.
이 건은 패러디가 아니라 사실 표절로 접근한 분쟁이라 프랑스의 사건과는 딱 떨어지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표절이든 인용이든 패러디든 오마쥬든... 그 경계가 말로는 설명이 되지만 현실에서는 슬글슬금 넘나들기도 합니다.

여하튼 이번 이희정 작가의 경우는 '표절'인데 이 경우도 대충 원칙은 같습니다. 원작가(혹은 원작물)가 금전적 손해를 입었거나 심히 기분이 나쁘다면 법이 한 대 때려 줘야 법인 것이죠.
똑 같은 드라마였다고 해도 드라마 작가가 이희정 작가를 흠모해서 오마쥬 했다고 말했다면 이건 아주 다른 상황이죠. 이 작가가 감격해서 그 드라마 '더보기 운동'이라도 팬들과 함께 했을 지도 모르죠. 즉 금전적 손해보다 감정의 문제인 것이고 그것은 명예와 연관된 것이기도 합니다.


만화작가가 머리 쥐어짜서 변신물을 만들어 냅니다. 변신물이라는 것은 영화든 만화든 소설이든 인간이 생각해 낸 모든 텍스트 문학에서부터 자주 사용되는 아이템입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로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표절은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법에서 그 표현의 유사성을 들어 '만화를 따라한 건 맞구만.'이라고 했더군요. 그렇다면 흔히 드라마 팬들이 말하는 '변신물이 어디 한 두개냐? 그렇다면 예수님이 다볼산에서 변화한 것도 재판 받아야겠네?'라는 주장은 그냥 쉰소리인 셈이죠.
그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쪽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그거 가지고 되게 난리네'라는 식으로 나오니 이 쪽이 불 받는 것입니다. 내 만화의 에피소드와 표현으로 머리 안 쓰고 대본을 구성해 놓고 일언반구도 없으니 열 받는 것이죠.

최근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역시 따지고 보면 같은 문제인 김진 작가와 방송사 외주 제작사의 분쟁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보도되지 않은 꽤 많은 분쟁들이 있지요.
이 문제의 보이지 않는 바탕은 '만화 주제에!'라는 인식입니다. 그것이라면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이 대부분 설명됩니다.
따라서 '어느 한 사례를 바꾸는 것이 뭔 대수냐?'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은 '사회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회 인식은 어느 사례의 변화가 계기로 작용하기도 하고, 결국 하나 하나씩 변해서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비록 개별적인 분쟁일 지라도 만화에 킥킥 웃엇던 이들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문화를 제대로 향유하려는 자들의 기본 자세인 셈이죠.
그러므로 반대의 경우, 즉 만화가 드라마나 영화를 표절했다면 남들이 뭐라하기 전에 우리 안에서 따끔히 뭐라 해야 합니다. 제 새끼 아낀다고 매 아끼면 절대로 그 아이 제대로 못 큽니다.

만화든 영화든 드라마든 원작자의 머리에서 나온 창작의 표현은 보호받아야 하지요.
다만 현재 상황은 만화가 자주 당하는 편이고, 그 바탕이 '만화 주제에...'라는 것이니 일단은 동급 경쟁이 되도록 만화인식을 바꿔야 우리 불만이 없을 것이고 그러자면 개별 사안일 지라도 만화보고 킥 웃었거나 부모님에게 머리통 한대 맞았던 이들이라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있다는 잡설이었습니다.



2005. 3. 12.
계간만화 웹진에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06/01 23:07 | 만화가 코너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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