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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란 목표가 아니라 과정.

이번 저작권법 전문 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를 통해서 만화계-작가포함-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정청래 의원은 공청회 이후 개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확약을 했으며 공식적으로 공청회를 추가로 개최하여 세부적 의견을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럼 만화계는 이번 개정안을 '반대!'하면 다 된 것일까?
발표에도 말했듯이 우리 만화 시장은 대여시장 이용 독자가 89%임과 동시에 영리 대여의 이득이 저작권자에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89%이다. 이 상충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법이란 것이 만능이 아니어서 법으로는 이 괴리를 조정할 수가 없다.
법은 일반성의 원칙에 의해서 대본만화나 대여점용 코믹스, 만화방용 성인만화, 무협소설, 환타지 소설 등 판매시장과 분리되어 대여시장에 전적으로 유통되는 저작물을 예외로 적용할 수가 없다. 그냥 '도서'라는 범주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법의 한계이다. 그러므로 보상청구권에서 무조건 이 저작물도 작가의 의지와 무관하게 징수하게 된다.
법은 상호주의 원칙에 의해서 국내에 도서에 대한 대여권이 신설된다면 외국의 도서도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 물론 외국이라고 해도 실제로 도서에 대한 대여권이 있는 국가의 저작물만 포함하면 된다. 그런데 그것이 일본이고 만화출판과 대여시장의 구성에서 일본 만화는 그저 수많은 외국 번역만화 중의 하나가 아니다. 그게 압도적이란 것이 문제다.

그러므로 법으로 대여권을 도서에 부여하는 것은 그 한계를 보완할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전체 저작권법을 다루는 것이라 실제 도서대여권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그 우선 순위의 제일 끝자락이다. 그저 저작권자가 대여점 이득을 징수하고자 하니 보상청구권을 법으로 만들어서 일괄 징수해 주면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공청회에 만화계가 반대했다고 법제정이 완전히 물건너 갔느냐하면 그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개정안은 '만화대여권'이 아니라 '도서대여권'이기 때문이다. 즉, 출판협회로 대변되는 서점의 주장이 여전히 유효하다. 대여점 때문에 책이 안팔리니 시장을 규제하라는 논리인데 물론 이것은 반반 자료가 충분하고 잘못된 근거임을 드러낼 수 있다. 문제는 입법 주체들이 그 논리보다 시장의 크기로 판단하게 된는 현실이다.
만화계는 출판계의 한 부분이다. 만화는 도서의 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도서대여권이라 함은 출판계의 의견이 더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 무게있는 출판계(핵심은 서점)가 개정안 도입을 원하고 있으니 법개정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 어찌할까?
그냥 공청회에서 '우린 반대닷!'하고 마이크 잡고 한마디 한 걸로 끝난 걸까?
아니다. 반대를 하려면 해법도 있어야 한다.

그 해법이 여러 가지 논의들로 빗발치고 있어 논의의 효율성을 갉아먹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해법의 대원칙을 먼저 정할 필요가 있다.

1. 저작권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판매와 대여시장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저작권자, 저작인접권자, 시장 전체가 이 선택권을 준수하여야 하는데 그 방법이 법적 규제였다. 그러나 상기한 법의 한계는 그 목적을 상회하는 부작용을 함께 지닌다. 그렇다면 법이 아닌 다른 준수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해법의 조건이다.

2. 시장 선택의 기준은 '저작물의 판매를 가장 극대화하는 것'을 최고의 목적으로 해야 한다.

-저작재산권 입장에서 저작물에 대한 보상청구권보다 최상위의 원칙은 그 '책'이 가장 많이 팔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경제원리로 가면 된다. 저작권자와 출판사는 적이 아니라 동일한 목적을 갖는데 그것이 '책을 가장 많이 팔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개별 책에 대한 마케팅은 개별 작품마다 다르다. 어떤 작품은 서점에서만 팔도록 해야 많이 팔릴 것이고 어떤 작품은 대여시장에 공급해야 많이 팔리고 어떤 책은 서점에 팔다가 판매율이 감소한 뒤 대여시장에 풀면 더 팔수 있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개별 작품의 마케팅을 국가가 일괄적 기준으로 규정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선택에서 저작권자와 출판권자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으므로 현실에서 가장 유리한 경로를 찾아 선택하면 된다. 그것은 국가의 법이 아니라 시장 원리이다.



상기한 두 가지 원칙을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참고로 대안의 조건은 위 원칙을 시장에서 가능케하고 그 준수와 이행 또한 가능케하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대안을 제안했던 3년 전에 만화계는 '뭉개기 반응'만 있었다. 그저 '오늘처럼 그대로 가자'는 인식으로 작가나 출판사나 유통이나 대여시장이나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개별적인 사람들 중에는 진지한 고민을 한 경우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모양은 뭉개기였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 둔다. 그것이 '몰랐다'는 해명으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다 발등에 불 떨어진 지금, 갑작스럽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3년 전에 뭉개던 대안을 지금 다시 꺼내 달라고 요구한다.
작가와 출판사와 유통과 시장이 이처럼 단일된 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다.


그러나 각자가 노력해야 산다.
그래야 5년 뒤에도 우리 만화를 볼 수 있다.


2005. 3. 9.
주 모씨.


처음 겪는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좀 상황이 심했나 보다.
만화산업계를 백수가 대표해서 발표했으니 그럴수도 있으렸다.
그런데 누가 나가고 싶어서 나갔나?
그네들이 나갈 맘이 없이 내 등을 떠밀어 나가달라고 그런 과정을 남들이 알 턱이 없으니 그건 그렇다 치자.

게다가 과정은 싹둑 잘라 버리고 결론만 놓고 보면 '대여권 반대'다 이것이니 앞뒤 잴 것 없이 나쁜 놈이 된 셈이다.

그런데 '개정안'이 어떤 내용인지 알고나 저러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니 '개정안 반대'라는 말의 의미조차 모를 수밖에.
더구나 직접 방청석에서 들었던 이 조차도 딴 소리 하는 마당이니 일반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그러니 결국 내가 죽일 놈이 된 셈이다.


그런데 섭섭한 건 사실 이것이다.
똑 같은 이야기를 작가가 하면 그럴 수도 있고 교수가 하면 그럴 수도 있는데 한 개인이 말하면 그게 좀 우습나 보다. 더구나 백수 주제에 말이다.
김준범 작가나 심차섭 작가, 홍은영 작가의 경우도 공개적으로 지원한 것인데 그 당시에는 고맙다고 등 두드리더니 비공개로 작가의 저작권 보호에 애쓰면 땅에 묻어 버릴 참인가?

이번 만화산업계 의견을 대표해서 나간다고 하니 평소 많은 조언을 해 주시는 작가님이 이렇게 말했다.

"야, 너가 만화판에서 글 쓰고 살려면 그거 하지 마라. 너 생각을 세상이 아는게 아니고 딱 자기 눈으로만 보는데 왜 총대를 메냐?"

그런데 그런 사례들이 조금씩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예전부터 이런 경우에는 '그러려니...'였지요.
지금도 그렇게 받아 들이고 있다.
뭐 어쩌겠는가. 모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한 명 한 명 설명해 줄 수는 없고 딱 자기가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는 것이다.



2005. 3. 11.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06/01 22:53 | 만화의 권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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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오거 at 2005/07/16 10:42
아는 만큼 보인다는 데 공감합니다. (덧글 달고 보니 꽤 오래전 글이군요;)
Commented by 쥬피터 at 2005/07/16 16:57
오래 전 글이지만 지금도 별달리 진전된 사항이 없으니 유효한 글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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