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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뒷 이야기-지구촌 만화 열풍?

비 오는 지난 10월 1일, 포럼이 하나 있었다.
[제 3차 문화콘텐츠산업포럼-창작산업으로서의 만화, 애니메이션 발전방안]이라는 주제로 5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진행됐다.

그날 토의된 이야기와 연관된 것이 기사로 나왔는데 현재의 만화판에서는 이를 보는 시각이 상이하다. 즉, 세계가 한국 만화를 인정하고 열광한다는 시각으로 기사의 제목으로 나타난 표현은 '지구촌 출판계를 달구는 한국 만화'라는 정도이다. 이와 달리 한국만화출판계 내부에서는 '망가'의 틈새에 묻어 발생한 결과물이라는 자조와 그나마 앞으로는 내밀 것도 없지 않냐는 손짖이다.
어느 것이 맞을까? 우선 기사 내용을 먼저 보자. 포럼 다음 날인 10월 2일자 중앙일보는 [지구촌 출판계를 달구는 한국만화들]이란 제하에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지구촌 출판계를 달구는 한국만화들]
(전략)미국 출판전문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에 두 종의 한국 만화에 대한 리뷰가 실렸다. 하나는 나예리의 『1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50 Rules For Teenagers), 다른 하나는 문정후의 『용비불패』(Yongbi the Invincible)였다. 리뷰에 실린 다섯 종의 만화 가운데 두 종이 한국 만화였으며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이렇듯 해외 출판 시장에서 한국 만화의 위상이 높아가고 있다. 최근 북미 및 유럽시장에서(중략) 한국에서 90여만부가 팔린 이현세의 9부작 『남벌』(War Stories)은 최근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미국에 주로 수입해 온 센트럴 파크 미디어(CPM)에 의해 미국 시장에 뿌려졌다.
CPM은 ‘CPM Manhwa’라는 브랜드로 한국 만화들을 출간, 일본의 ‘망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원수연의 『풀하우스』도 번역·출판 했으며 20여 종의 한국 만화를 추가로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용비불패』 역시 이 회사가 배급한 것으로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기사에 ‘Manga’가 아닌 ‘Manhwa’라는 표현이(하략)


위와 같은 기사가 발표되기 하루 전 포럼에서 콘텐츠진흥원의 박성식 과장은 발제문을 통해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만화산업팀의 원작산업화 지원정책의 목표'에 '만화 해외수출 연간 10%대 성장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론의 배경은 출판만화의 패러다임, 국내 시장의 제한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만화의 원작 산업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 문제임을 들었다.
원작산업화의 초기에는 당연히 소수의 리딩 작품들이 성공사례를 만들 것이며 그 예시로 든 것 중 하나가 해외 시장에서의 '만화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다. 지금까지 아시아 권을 벗어난 세계 무대에서 '만화'는 없었다. 있었다면 그것은 '망가'였으며 '망가' 코너를 채워줄 유사한 콘텐츠인 '만화'가 있었다. 이것이 '망가'의 확산에 묻어서 수출된 '만화'라는 지적의 배경이다.

그런데 기사에서 보듯이 '망가'가 아닌 '만화' 브랜드를 밀고 있는 회사가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미국 시장에서 만화와 관련하여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회사는 '도쿄팝'이다. 그러나 '망가'와 달리 '만화 브랜드'로 차별화를 시도한 'CPM'사는 '도쿄팝'의 4배 규모를 지닌 회사이다. CPM사는 미국에 확산된 '망가'와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만화 브랜드'를 아예 포장하고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진흥원의 발제에 현역 출판사 사장은 다른 시각을 제기했다. 즉, "만화의 원작 산업화에서 성공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라그나로크]나 [파페포포 메모리즈] 등이 정부의 원작산업화 지원으로 달성된 결과라고 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발제에 주장된 원작 산업화는 '손쉽게 2차 수익을 발생하는 광대한 시장으로 진출하라는 것'인데 이것이 '손 쉬운 것이 아니다.'
"[라그나로크]의 경우, 이명진 작가가 게임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종신계약까지 하는 등 원작산업화에 참여한 것이 절대적으로 크다. 또한 [파페포포 메모리즈]의 경우는 지원이 아니라 '우연적 산물'로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두고 원작 산업화에 '올 인'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방향 제시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만화의 해외 수출 10% 성장율을 현실적으로 기대치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만화 수출은 '망가'의 해외 시장 진출에 편승하여 진행된 부분이 크며, 서구에서는 프랑스 정도 외에는 '만화'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인지하지 않고 있어 서구의 다른 시장은 아직까지도 불안정한 상황이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내부적으로는 출판사에서 더 이상 해외에 수출한 만한 만화작품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해 주었다.

물론 이에 대해서 박과장은 "서구의 3대 만화대국인 이태리, 프랑스, 영국의 서점에는 독립적으로 '만화 코너'가 개설되어 있으며 이제 해외 수출이라고 할 만한 시도가 시작된 것은 2년 정도였다"는 것을 들어 희망적인 기대치가 아니라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재확인했다. 또한 동일하게 출판업계의 의견을 들어 "아직도 5년은 더 팔 것이 있다"고 반론했다.

기본적으로 나는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만화를 둘러싸고 서 있는 거대한 거인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 거인들은 2차 원작산업시장이든 해외 시장이든 만화매체의 장점이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국내 판매 시장과 대여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은 미봉책이다. 머리 파마해서 세우면 키가 5센티는 커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아이가 점프를 그만큼 더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근본적 해결책과 미봉책의 차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것은 '우리 시장의 협소함'이다. 여기에서 시장이라 함은 공간적 개념이기도 하지만 추상적 개념이기도 하다. 국내 출판시장의 크기는 물론 출판만화책으로만 벌어 들일 수 있는 돈의 한계를 뜻하기도 한다. 그러자면 너른 세상으로, 만화를 기반으로 한 널려있는 돈줄들로 뻗어 가야 한다. 그것이 만화의 원작산업화 개념이다.
지금까지는 '망가'에 묻어서 조금 팔렸더라도, 그나마 있는 작품들도 떨이가 됐을지라도 그 방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제 시작이다. 작가 혼자 용쓴다고 될 일도 아니며 정부 혼자 돈 민다고 될 일도 아니다. '만화 브랜드'에 연관된 각 입장이 동일한 시각과 이해를 갖고 한 발씩 움직여야 한다.(이렇게 말하지만 현실에선 역시 '대원'과 '서울'이라는 두 출판사를 거론하게 된다. 리딩 컴퍼니로서.)


'지구촌을 달구는 한국만화들'은 현실의 제목으로는 과하다.
그러나 '지구촌을 달구는 한국만화들'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라면 타당하다.


2004.10.3 .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06/01 20:55 | 딴지 거는 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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