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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간담회 - 비하인드 스토리

紙上中繼-7/13. ‘역동적’(?)인 저작권법 개정 간담회

너무나 역동적인 논의 테이블, “만화계는 살아 있다!”


(이 글은 참석자들의 인터뷰 과정으로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여 지상 중계한다.)
(내용 구성에 도움을 주신 두 분의 참석자 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상황 및 배경

지난 2004년 6월 30일, 코엑스 컨퍼런스센터 402호에서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정책 현안 점검]이라는 대주제로 세미나가 있었다.
http://www.copyright.or.kr/copy/bbs_view.asp?bbs_type=N&ca=5&se=1&no=2004061700000001&gotopage=&search=&select=

그 중 제 1주제가 ‘도서 및 영상저작물에 대한 대여권의 도입 여부’였는데 다른 2-4주제와 달리 만화계에서 초미의 관심꺼리였다. 주제발표를 한 손경한 변호사의 결론은 ‘법적으로 도입 필요한 사안이지만 업계에서 도입 방식을 모색해 보라’는 방향이었다.
이 날 세미나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의 비하인드 스토리로 다뤘으니 생략한다.

제1주제 발표에서 만화계 합의가 필요했으나 세미나 모양새는 영 그게 아니었다. 주먹만 오가지 않았을 뿐 확실하게 편이 나뉘어져 있었다. 이에 분위기 좋게 진행하려던 주관 부서는 반대 의견을 더 들어야 했고 한편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정책 결정과 도입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에서 의견 수렴회가 열리게 됐다.


#막전(幕前)

의견 수렴 절차로 개최된 회합의 이름은 [저작권법 개정 간담회]이다. 이 간담회가 열린 장소는 문화관광부 5층 제2회의실.
흔히 방송에서 보이는 것처럼 나무 테이블이 ‘ㅁ’자 형태로 배치되어 각 테이블에 마이크가 있는 그런 분위기이다. 이 회의실로 가자면 1층 로비에서 신분 확인을 통해 초청자인지 잡상인인지를 선별하여 엘리베이터를 탄다. 검찰청처럼 까다롭진 않지만 그런 과정이 있기에 사전에 회의 주관 부서가 로비 직원에게 참석자를 알려 주고 출입 관리를 하게 한다.
간담회 초청을 받은 사람들은 그런 까닭에 미리 몇 사람이 모일지 알고 갔다. 그런데 회의장 분위기, 살벌 비슷했단다.

1시 30분(본 간담회는 2시부터임)에 도착한 참석자는 회의실 한 쪽에 양복으로 통일한 건장하고 분위기 우아하지 않은 6-7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어 당혹했다고 전한다. 회의실을 잘못 찾은 줄 알았을 정도였으니 그 분위기야 미루어 짐작된다.

그래도 복도 안내판에는 분명히 회의 장소로 화살표 되어 있으니 잘못 찾았을 리 없다. 그렇게 헛기침 시간이 지나고 주관 부서인 저작권과 과장이 회의 전 자리 배치에 한마디 하게 된다.

(어감을 살려 재구성함)
담당 과장: “저, 거기 앉아 계신 분들은 누구신지...?”
양복맨들: “아, 아~ 우리는 사단법인 영상유통협회 회장직무대행을 모시고 함께 참석한 전국 지부장 대표들이요. 오늘 이 모임...”
담당 과장: “아, 저... 오늘 간담회 초청자 명단에 미리 포함된 분들도 아닌데 이렇게 자리를 차지하시고 앉아 계시면 어떻합니까? 대표분 한 분만 계시고 나머지 분들은 나가 주세요.”
그 사람들: “아니, 여기가 무슨 비밀 회담도 아니고 말야...(이하 골목 분위기 나는 말들) ...그러니 우리도 여기에서 듣고 발언하겠다.”
담당 과장: “(우! 띠발)...정 그러시다면 그럼 뒤의 참관석으로 옮겨 주시기 바랍니다.”
(우르르~ 잠시 의자 뒤로 빼고 자리 정리)

이렇게 막전 상황이 전개됐다. 지상 중계라 그 역동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몇 줄 대사로 처리함을 참으로 안타깝게 여기는 바이다.


#각 입장의 발표 내용

한국만화출판협회, 한국출판문화협회, 한국영상협회, 한국출판연구소,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전국만화방연합회, 한국문화콘텐츠대여업협회, 한국영상음반유통업협회,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연구원, 담당 사무관 및 과장)

간담회에 초청된 주체들은 위와 같으나 실제 참석자는 막전 상황에서 알듯이 달랐다.
만출협 1명. 출협 1명, 영상협회 1명, 출판연구소 1명, 문학저작권협회 1명, 전만연 1명, 문대협 1명, 저심의 3명, 영유협 7명...
덧붙여 최초 초청대상에서 제외된 저작권자 입장은 사전 확인을 통해 초청자에 포함됐다. 그래서 우리만화연대 1명.

따라서 11명 간담회 자리 배치(이거 준비하는 쪽에서는 신경 써야 한다. 단체와 이름을 적어 테이블에 올려 둬야 하고 음료수라도 머리수에 맞게 사다가 세팅해 둬야 한다.)가 17명의 자리 차지와 음료수 재공급으로 엉망이 된 저작권과의 심기 불편은 ‘울화성(鬱火性) 뒷골저림’과 ‘구갈(口渴)’, ‘수족진동(手足振動)’을 유발했으리라 짐작된다. 단지 의자와 음료수 때문에 울화가 치밀지는 않았겠지만 여하튼 저작권과는 스스로 ‘처방전’(?)을 끊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했음이 그 증거이다. 그 처방전 내용은 막후(幕後)로 넘긴다.

각 입장 별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저작권 임원선 과장
“간담회는 국제 협약에 의한 논의이며 오늘 이 자리에서 결론 도출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여권 추가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히는 자리. 간담회는 계속해서 진행될 것.”

-만출협 박낙희 국장
“일본이 법제화 후에도 상당기간 유예했듯 우리도 일본과 같이 법제화 후 상당기간 유예를 둬야 함.”

-출판연구소 백원근 선임연구원
“일본에서 6개월 간 업소를 직접 운영하여 판매와 대여를 실험한 결과, 판매량은 감소하고 3만 번의 대여가 기록됨. 또한 일본은 공공대여권 도입으로 200억 원의 국가 예산을 책정. 일본은 현재 자국 저작권만을 보호” 주1)

-만화가 우만연 김종범 사무국장
“저작권 징수, 이중판형, 책값상승을 원하지 않으며 논의되지도 않은 부분. 다만 작가로서의 권리와 자존심을 살리고 싶을 뿐. 대여 업계에 피해를 주지 않고 서로 win-win하기를 기대함”

-영상협회 유남준 사무국장
“VHS는 현재 90%이상이 대여시장으로 판매되고 10% 정도가 교육용으로 셀-스루 시장에서 판매. DVD는 비디오테이프와 달리 판매용으로 제작되고 있는 만큼 이중가격제로 이원화되기를 바람”

-출협(저작권법 개정에 ‘도서대여권 도입’ 의견을 제시하여 논의를 촉발시킨 입장)
“권리자 보호가 없이 양질의 창작물이 나올 수 없으므로 당연히 저작권은 보호. 대여권 도입으로 시장의 붕괴를 바라지 않음. 일례로 복사 업소에서 받는 금액은 상징적 금액만을 징수함” 주2)

-문학저작권협회 조성열 사무국장저작권
“보상료는 통상 10%이내로 적용됨. 노래방 업소에 저작권료를 징수 할 때 시장 붕괴 우려를 주장했지만 현재 상황이 반증”

각 입장의 주장은 위의 내용으로 요약됐지만 그 사이 사이에 오간 맛깔스럽고 역동적인 장면들을 다 담지 못했음을 밝혀 둔다.
판매와 대여를 구분해도 시장에서 단속하기 어렵다는 딴지, 장황하게 자신들의 단체를 자랑하다가 면박을 당한 이야기, 논의의 참여도를 자랑하다가 엄한 소리로 밝혀진 부분들은 ‘오프 더 레코드’이다.

입장 발표 후 저작권과에서는 법 개정에 각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말로 간담회를 정리했다. 회의 도입부에 밝혔듯이 이 간담회는 일회성이 아니기에 내달 27일에 2차 모임이 정해졌다.

그리고 저작권과의 자가 치료법(?)을 발표했는데 2차 간담회에는 참석자를 미리 확정하는 것은 물론 발표할 내용을 문서로 사전에 제출하고 그 내용을 각 입장들이 공유하고 그 내용을 토의하는 것으로 방식을 진일보시켰다. 논의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서 긍정적인 시도이다. 그러나 그 속내에 1차 간담회에서 치민 울화를 또 겪지 않으려는 자가 처방전으로도 보인다. 온전히 내 짐작이지만.


#막후

문화관광부 5층에서 주차장에 이동하기까지 진행된 막후 보너스.
이전에도 몇 번의 사례가 있지만 이 날도 영유협은 대본/대여시장의 대표가 되려는 시도를 했다. 주3)
자신들이 사단법인이라는 것과 자신들의 업적(온전히 주장에 의한 것이지만), 청와대부터 정부 각 부처에 미친 자신들의 영향력을 운운하면서 분과로 영입하려는 시도이다.

단체명이 ‘영상음반유통업협회’이고 협회 정관에도 도서대여점이나 만화방에 관한 규정도 없는 곳에서 만화계의 시장을 대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여 별로 따질 맘도 들지 않는다. 그러니 사단법인이면서 총회 구성요건이 안되어 회장 선출을 못하고 직무대행으로 있는 것을 따지고 싶지도 않다. 그 화려하게 자랑한 업적을 객관적으로 확인해 보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머쓱함을 또 따지고 싶지도 않다. 각 입장별 1인이 나온 자리에 여럿이 둘러싸서 말하는 권고를 우정어린 대화로 담아 둘 마음도 없다.

이 모든 것을 배제하더라도 ‘한국 만화 안보기 운동’이란 문장을 추호(秋毫)의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곳을 만화계 대표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을 넘어 미친 짓이다. 그러니 그 날 직접 그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들의 감정은 어땠을 지 안 봐도 시네마스코프다.

그 여파인지 확인 할 수는 없지만 분과 회유를 받은 관련자 한 사람은 새벽까지 술 마시고, 논의의 중심이란 말에 울화가 치민 또 한 사람은 간담회 뒷날 연락도 안 됐다. 하루 쉰다는 전갈만 받았다.



#epilogue

다음 간담회는 처방전(?)에 의해 문서로 제출되어야 한다. 그 내용은 대여권에 도서를 추가로 도입한다면 그 ‘권리의 내용과 행사 방식’을 어찌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다.
즉, 대상이라 함은 ‘일반도서, 만화, 영상’과 ‘국내, 국외’를 따지자는 것이고, 권리라 함은 ‘보상청구, 배타적 권리’를 말한다. 또한 기간이라 함은 ‘소급적용’의 적용 여부이며 행사 방식이란 ‘개별, 단체’를 따지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에는 아직도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단체와 출판단체, 그리고 작가단체에 동일한 의견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정리는 다음으로 남겨 둔다.


이성적으로 합의가 안 된다면 이런 역동적(?)인 과정이 불필요하지는 않다. 만화계는 그래서 불타올라야 한다.(끝)



주1) 서점에서 대여코너를 동시에 운영한 결과, 권수에 상관없이 대여 기록이 3만회에 이르렀다는 결과가 일본에서 보고되었음.
또한 일본의 대여권은 일본 작가의 작품만 대상으로 개정됨. 이는 저작권 관련 국제 협약 중 ‘베른’ 협약에서는 내국민 보호에 의해 문제되지 않으나 이후 국제적으로 논의되는 ‘트립스 협약’에서는 상호주의 원칙에 의해 문제 발생 소지가 있음. 다만 도서에 대한 대여권 적용이 발생하는 국가가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선 법제화를 하면서 자국 저작권자를 보호했기에 후발 법제화 국가인 한국도 한국 작가만을 보호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음.
공공 대여권의 200억 원 책정 부분은 도서관의 공공 대여에 대한 보상비용으로 일본이 예산 배정한 20억 엔을 말하는 것임. 공대권에도 일본 작가의 작품만 대상이 되어 보상 지원됨.

주2) 현재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되어 있는 복사 인쇄업소들에 출판협회는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있다. 학술서적과 원서의 경우 판매와 실제 사용량이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바 그 이유는 한 권을 대량 복사하여 제본해 주는 복사인쇄업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출판 저작권법에서는 출판물의 저작권 침해 판단범위를 ‘5,000권’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 징수는 복사 업소로부터 건별 저작권료 징수가 아니라 업소별 일정 금액 산정 및 징수 방식으로 시행 중이다.

주3) 영유협에 일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만화방과 도서대여점이 가입한 것이 확인됐다. 그리고 협회 연혁에도 나와 있지만 ‘도서분과’를 설치한 것도 맞다. 그런데 그것이 전국의 만화대본대여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요건은 아니다. 만화대본대여와 도서대여시장을 대표하려면 이름부터 고쳐야 하고 정관도 그에 맞아야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전체 시장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역량과 신뢰이다. 그것은 사단법인이라는 외양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비공개 조직으로 전체인양 부풀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릇이 되면 자연히 물은 고인다.


2004. 7. 15.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06/01 03:35 | 만화의 권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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