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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팔뜨기 만화판

사시(斜視)가 판치는 세상, 만화판을 똑바로 봅시다.


아직은 뭘 몰라서 그런지 만화판의 일이나 모임에 참여하다보면 생뚱맞은 일들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 황당함의 대부분은 만화를 보지 않고 다른 곳을 바라보는 시선들 때문이다.



에피소드 1.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민간 차원의 ‘한국만화살리기 운동’을 지원하고자 마련한 이벤트가 있다.
중앙일보에서 지면 하나를 전체 할애하여 한국만화 특집을 게재하고 그 하단부에 좋은 우리 만화 콘텐츠를 홍보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고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는 일주일 간 토론방을 개설해 주고 기획 글이 게시되고 관련 배너를 달아 줄 계획이다.
이를 추진하는 예산도 이미 4천만 원이 배정되었고 빠르면 2월에 실시될 사항이다.

이 계획을 듣는 만화계의 두 단체...가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그거 헛 돈이야. 그런 돈 있으면 우리 단체 지원부터 해 달라”

물론 1회성 이벤트로 한국만화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우리 만화가 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진행하는 콘진의 담당 과장인 박성식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이벤트 지원은 이러한 캠페인이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 예증 사례로 시도되는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지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결정됩니다. 그러나 어렵다는 데 이런 것이라도 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에피소드 2.

정부의 만화 진흥 정책을 1년이 경과한 지금, 그 내용을 되돌아보는 자리에서 어떤 단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패널의 질문 요지는 이런 것이었다.
“한국만화를 살려야 한다. 정부의 사각지대(死角地帶)는 우리 단체가 해결한다. 그 해결 방안 중 이번에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우리는 현재 많은 준비를 해 왔다. 이러한 시장 진출을 정부는 지원해 줘야 한다. 또한 만화계의 사람을 직접 지원할 수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만화단체의 지원을 통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 단체가 우리다.”
이러한 발언과 관련하여 물론 문화관광부의 담당은 아무런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그 발언을 듣는 나 자신은 더 화끈거렸다.
왜 엄한 소리였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해외 시장 개척이라는 멋진 문장이지만 그 속 내용이 중국에 만화방과 총판 모집을 통해서 다시 한번 일판 시장의 영화를 누려보겠다는 것이어서 그런 것일까?




에피소드 3.

만화계의 대정부 요구에서 늘 반복되는 것은 명분상 투자 규모가 아니라 청소년 보호법의 개정, 심의 제도의 개선 등 창작 여건의 변화였다. 오죽하면 만화계가 정부를 성토할 때 외치는 소리가 '돈 필요 없다. 맘대로 그릴 수 있게 건드리지나 말아다오' 일까? 정부가 돈을 준다는데도 이런 소리가 나온다. 이런 외침에 정부는 당혹스러워 한다. '아니 준다는데도 왜 난리야?'라는 심사일 터이다.
그러나 실제에서 이러한 외침은 공허하고 중요하다는 분야는 외면당하기가 십상이다.
즉, 외형 위주, 결과 중심의 정부 사업계획에 딴지를 걸지만 결과적으로 만화계에서 관심을 쏟고 참여하고자 애를 쓰는 부분은 역시 그 부분들(돈이 몰리는 사업들)이 우선이다.
그 결과, 만화판의 첨예한 입장 차이가 거의 없고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관련법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하자고 촉구하는 목소리에 대한 응답은.....없다.

왜? 돈이 별로 안 떨어지는 사업이니까.




이러한 사시 현상은 만화판에 깊이 관여할수록 어렵지 않게 사례 수집이 가능하다. 그 반복되는 사례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 만화를 바라본다는 시선들이 다른 곳을 향해 있음을 알게 하며 이것이 사팔뜨기 만화판의 현재이다.
사시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엉망진창 만화판을 그대로 볼 수 없을 것이나 사시이기에 속 편하게 볼 수 있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만화로 먹고 사는 사람과 단체들이 만화를 위해서 나섰노라고 말들 한다. 그렇다면 '시각교정'부터 먼저 받으시길 권한다. 뒷통수를 보면 만화를 또렷이 보고 있는 듯 하지만 앞에서 보면 사시인 경우는 이제 그만!



2004. 2. 3.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06/01 00:40 | 딴지 거는 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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