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6월 01일
[코코리뷰] 만화방을 힘들게 하는 것들
아래 취재 내용은 1999년에 작성한 글이다.
2004년 1월, <만화 저작권 법 개정>과 관련하여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만화산업팀과 회의를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어려움이 가중된 것 이외에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부 사실 내용은 변화됐지만 수정 없이 5년 전의 원문 그대로 게재한다.
1999년이라는 시간적 기준을 상기하시길.
2004. 1. 5.
주 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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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 중의 변방' 만화방 이야기
만화방을 힘들게 하는 것들
한 만화웹진 사이트에서는 지금 해묵은 '대여점 논쟁'이 한창이다. 현역만화가인 박무직 씨나 김준범 씨까지 가세한 이 논쟁은 옆에서 보기에 꽤 가열차다. 논쟁의 주제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연 대여점은 한국만화 최대의 적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이루어지고 있다. 논객들마다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데, 한 필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대여점이나 만화방 주인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부분을 담고 있다.
'시장과 소비자를 동일시하고 만화대여점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행위가 줄어들어 시장의 파이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너무 편협하다고 봅니다. 시장의 창출은 전적으로 시장의 논리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만화대여점을 마녀사냥하시는 분들도 시장의 논리정도는 아시겠지요....(중략)....소비자가 만화를 사봐야만, 만화대여점이 없어져야만 만화가 생존할 수 있다는 논리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무 편협합니다. 오히려 만화대여점이라는 시장적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은 안하시는지...'
만화대여점을 옹호하고 있다기 보다는 대여점을 반대하는 측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는 것에 가까운 이 필자의 말은, 만화대여점이 없어진다고, 과연 사서보는 만화문화가 정착되겠느냐는 것을 의문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러 분석들이나 팩트들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상 누구도 대여점이 사라진다고 해서 사서보는 만화시장이 곧바로 열린다고는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대여점이 없어진 이후에는 출판만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작가들의 경쟁이나, 출판사들의 마케팅 전쟁이 불 붓기 시작할 것이고, 이로 인해 한국만화의 질적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주장들이 더 설득력 있다. 그렇다면 하나의 의문이 남는다. 어쨌든 대박의 신화는 없다지만, 그리고 비록 불황의 골이 점차 깊어져 가지만, 또한 그리 크리 않지만, 꽤 안정적인 돈을 다수에게 보장하는 대여점 구조에 대해서 작가들은 정말로 반대를 할 것이며, 출판사도 반대를 할 것인가. 이 문제에 답하기 전에 작가나 출판사들은 자신의 경쟁력과 돈을 머리속에서 일단 먼저 고민을 해볼 문제다.
만화방의 고민-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편의상 만화방으로 통칭해서 부를 만화대여점과 만화대본소는 현재 고민중이다. 바로 '간판을 내릴 것인가 말것인가'가 2001년 만화방 업주들의 고민인 것이다.
2001년 2월, 간행물윤리 위원회 기획조사실 담당자가 추정하는 도서대여점의 수는 4,000여개, 대본소는 2,500개다. 초록배매직스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박창석씨는 판매부수를 기초로 도서대여점은 대략 6,000여개, 소위 성인만화 대박작품인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나 '도시정벌' 등의 판매부수를 기초로 할 때 대본소는 2,500개로 추정하고 있다. 대본소 만화 작가 H씨와 Y씨가 추정하는 대본소의 수는 2001년 5월 말 기준 3,400개처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2001년 3월 현재, 박봉성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5권 판매량이 약 10,000권에 이르는 것 등, 제반사정을 볼 때 대본소를 포함한 만화대여시장은 9,000~10,000개로 추정해볼 수 있다.
사실, 1997년까지 간행물윤리위원회, 한국도서류서비스업협회, 문화관광부, 출판사, 총판들이 만화방과 도서대여점의 수를 자체 집계를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집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도서대여점을 일종의 사양산업으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본소를 비롯, 대여점의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대본소를 뺀 대여점의 수는 대략 12000여개에 이르던 97년에 비해 40~50%가 감소한 것이다. 숫제 골목마다 한 개가 있던 시대에서 지금은 구역을 삥돌아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분석들이 이미 이루어졌기 때문에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만화가 기반으로 삼는 주타깃층은 청소년들인데 이들의 PC방으로 대거 이동, 난립에 따른 경쟁심화 등이 주요하게 논의되었었다.
이러한 사양화에 대해 만화방업주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일단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는 '대형화'이다. 그것은 이용자의 가장 큰 불만사항이자, 대여점이 스스로를 상품화하는 부분이 신간 구비의 양과 질이기 때문에, 그것을 포괄하는 규모의 경제학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어차피, 망할 업소들은 망했고, 남은 업소들은 작은 규모지만 시장의 파이를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대형화에 긍정적인 것이다. 특히 대본소는 대여점에 비해 대형화에 더욱 적극적이다. 90년에 이루어진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조사는 30평 이하가 93%였지만, 현재는 연대앞 옛날 독수리다방에 새로 새워진 빌딩에 있는 대본서 처럼 50평 이상의 대형매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형화와 함께, 대본소들은 고급화도 추구하고 있다. 좌석은 불편한 나무의자에서 크고 안락한 소파로 바뀌고, 별도의 편의시설(수면실, 사워실)까지 배치한 대본소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본소의 경우 운영방식에서도 어느 정도의 차이들을 보이는데 대략 그것을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지역밀착만화방: 도서대여점의 대체개념으로 25평 미만의 소형매장들로서, 일일만화보다는 코믹스 단행본과 성인용 만화를 주로 취급하며, 대여 위주로 순정/무협/환타지 소설/잡지 등을 비치하고,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여 배달을 하기도 한다.
▶광역만화방: 주로 역세권이나 신촌등지에서 보이는 50평 이상의 대형매장이 운영하는 형태로서,신간구입이 100%에 근접한다. 일일매출 규모도 35만원 이상, 월수익 6백만으로 추정된다.
▶복합만화방: 만화+PC방/만화+비디오샾/만화+부가서비스 등이 혼합된 운영형태로, 역시 50평이상의 대형매장에서 주로 운영된다. 법적으로 2종의 영업허가가 인정되지 않음으로 1종으로 우선 허가를 받은 후 관계기관 등의 실사에서는 '다른 1종은 부가적인 서비스일뿐이다'고 설명하면서 넘어간다.
만화방의 고민 '살기도 힘든데, 역적이라니'
대체로 만화방 업주들은 만화대여점이나 대본소를 만화역적으로 모는 견해에 대해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어려워지는 자신들의 생업에 대한 비난에서 기인한 감정적인 반응을 걷어내면 '단물 다 빨아먹고, 이용할대로 이용한 후에 버리는 일종이 팽'이라는 배신감 같은 것도 내비치고 있다. 소위 '시작'이 어떻든, 그리고 그 시작에 의해서 시장규모가 어떻게 축소되고, 혹은 왜곡되었는지를 떠나서 현재의 작은 시장 규모 속에서 만화출판사와 대여점, 혹은 대본소의 경우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유착되어 왔었다는 혐의를 벗기 힘들다. 힘들이지 않고, 기본 판매부수를 할 수 있다는 매력에서 출판계도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몇몇 만화방 업주들은 '출판사와 작가들이 소장의 가치가 있는 만화를 얼마나 만들어내었느냐,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만화방으로 돌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만화출판계와 작가들의 지난 날을 거론하기도 한다.
만화가 박무직씨는 영화전문지 '키노'를 통해 대표적인 대여점 만화작가 김성모씨를 강력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그가 문하생 60명에 구내식당 등을 갖춘 대여점용 '만화공장'을 운영하면서 만화를 죽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대여점이나 대본소가 일차적으로 작가의 창작의욕을 앗아가는 데서 분노를 하고 있다. 대여에 의해 베스트셀러로 표현되는 출판대박이 원천적으로 가로막히고, 이로인해 권당 판매량이 최소화되고, 대여점 수에 맞춘 상한선이 미리 규정되는 것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작품성이나 작가의 질적 차이에 따른 대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박씨는 스스로 'TOON' 2권의 속표지에 ''TOON'을 비롯한 만화를 상업적 목적으로 대여하는 것은 저작권의 침해이며, 만화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행위입니다'란 경고문을 내걸기도 했다. 이외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만화방 비판은 '저작권 침해', '불건전 도서의 유통','도서 유통구조의 왜곡에 따른 출판사 매출 감소와 이로인한 도산' 등등이 있다.
사실상 이같은 비판은 만화로만 국한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 만화대여가 도서대여점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결국, 대여점 일반에 대한 비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런 비판에 대해 '왜 저렴한 독서기회를 빼앗느냐'는 실리적 반대에서, '공공 도서관은 물론 도서관 보유장서가 절대적으로 적은 현실이 개선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당분간 도서대여점은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다소 분석적인 반대의견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저작권 침해의 소지부분도 대여권료 형태로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방안등도 제안되면서, 도서대여점 업체의 개선을 주장하는 견해나 방안도 있다.
물론 '해볼테면 해봐라, 과연 만화방이 없다면, 대체 몇 권이나 팔릴지 보자'라는 반응도 있다. 다소 감정적으로 들리지만, 감정의 꺼플을 벗기고 보면, 사실 장담할 수 없는 문제다. '대여'라는 행위에 독자들은 익숙해 있을 뿐더러 그것이 사실 독자의 양적확장을 가져온 가장 중요한 매개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서 볼 수 있는 만화가 나오고, 또 그런 문화가 형성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 지에 대해서도 장담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만화경쟁력에서 일본만화에 한참을 뒤진다고 할 때, '서점에서의 한국만화가 얼마나 팔릴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어 보인다. 결정적으로 사서보는 만화문화라고 할 때, 서점이 포괄해 줄 수 있는 만화의 권수가 몇 종이냐는 것이다. 교보나 영풍 등 대형서점에서 취급하는 만화는 소위 '급'이 있는 인기작가들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 할 때, 결국 만화시장이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만화방을 나오며
그러나 만화방에 대해 사회적으로 폄하시하는 분위기는 이런 논의와는 별개로 만화방 업주들의 고민이다. 사실상, 변방 중의 변방이 대본소이고, 대여점이라고 할 수 있다. 소자본 창업이라는 상술에 기반한 말을 걷어내며, 실상 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적 인식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이러한 분위기가 만화방 문화가 만화를 말아먹는다는 극단적 인식을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만화방 업주들은 밝히고 있다.
결국, 만화방 업주들은 현재적 고민은 '어떻게 살아남는가'이다. 물론 전쟁터의 그것처럼 '너죽고 나사는 식'의 생사결단 식은 아니다. 사양길이라지만, 모든 대본소나 대여점을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 완전히 없어질 수도 없는 일이다. 대형화와 고급화, 전문화 추세 등을 통해 변화된 조건에 맞는 업계의 자구책은 계속 만들어질 것이고, 그것에 입맛들린 소비층도 계속 형성되어질 것이다.
문제는 오히려 다른 데에 있어 보인다. 만화판의 공적으로 어느 사이엔가 리스트에 오르고, 또한 그것이 근거없는 생트집만은 아니고 보면, 만화방 업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정말 우리가 한국만화를 망치는 주범인가'라는 의문일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산업적이나 문화적 분석과는 다른 극히 개인적이거나 심리적인 문제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사실상 대세라는 것은 항상 그런 부분에 대해 둔감하기도 하다.
사실, 만화방 탐방길이 유쾌하지 않았던 것은 이리저리 찾아다니던 날의 더위 때문만은 아니다. 만화방을 둘러싼 논쟁에서 무언가가 빠져있다는 찝찝함 때문이다. 혹은 누군가가 짜논 그물에서 만화계 전체가 허우적 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느닷없는 의문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왜 한국만화의 앞길을 논하는 자리에 정부는 빠져있는 것인가. 거기다 돈 쓸어담기에 바빴던 대형출판사들도 왜 꿀먹은 벙어리인가. 이 물음 만큼은 잘 해독이 안된, 그런 탐방길이었다.
월간 코코리뷰 14호
1999년 7월 1일
주 모씨
2004년 1월, <만화 저작권 법 개정>과 관련하여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만화산업팀과 회의를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어려움이 가중된 것 이외에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부 사실 내용은 변화됐지만 수정 없이 5년 전의 원문 그대로 게재한다.
1999년이라는 시간적 기준을 상기하시길.
2004. 1. 5.
주 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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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 중의 변방' 만화방 이야기
만화방을 힘들게 하는 것들
한 만화웹진 사이트에서는 지금 해묵은 '대여점 논쟁'이 한창이다. 현역만화가인 박무직 씨나 김준범 씨까지 가세한 이 논쟁은 옆에서 보기에 꽤 가열차다. 논쟁의 주제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연 대여점은 한국만화 최대의 적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이루어지고 있다. 논객들마다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데, 한 필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대여점이나 만화방 주인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부분을 담고 있다.
'시장과 소비자를 동일시하고 만화대여점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행위가 줄어들어 시장의 파이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너무 편협하다고 봅니다. 시장의 창출은 전적으로 시장의 논리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만화대여점을 마녀사냥하시는 분들도 시장의 논리정도는 아시겠지요....(중략)....소비자가 만화를 사봐야만, 만화대여점이 없어져야만 만화가 생존할 수 있다는 논리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무 편협합니다. 오히려 만화대여점이라는 시장적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은 안하시는지...'
만화대여점을 옹호하고 있다기 보다는 대여점을 반대하는 측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는 것에 가까운 이 필자의 말은, 만화대여점이 없어진다고, 과연 사서보는 만화문화가 정착되겠느냐는 것을 의문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러 분석들이나 팩트들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상 누구도 대여점이 사라진다고 해서 사서보는 만화시장이 곧바로 열린다고는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대여점이 없어진 이후에는 출판만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작가들의 경쟁이나, 출판사들의 마케팅 전쟁이 불 붓기 시작할 것이고, 이로 인해 한국만화의 질적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주장들이 더 설득력 있다. 그렇다면 하나의 의문이 남는다. 어쨌든 대박의 신화는 없다지만, 그리고 비록 불황의 골이 점차 깊어져 가지만, 또한 그리 크리 않지만, 꽤 안정적인 돈을 다수에게 보장하는 대여점 구조에 대해서 작가들은 정말로 반대를 할 것이며, 출판사도 반대를 할 것인가. 이 문제에 답하기 전에 작가나 출판사들은 자신의 경쟁력과 돈을 머리속에서 일단 먼저 고민을 해볼 문제다.
만화방의 고민-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편의상 만화방으로 통칭해서 부를 만화대여점과 만화대본소는 현재 고민중이다. 바로 '간판을 내릴 것인가 말것인가'가 2001년 만화방 업주들의 고민인 것이다.
2001년 2월, 간행물윤리 위원회 기획조사실 담당자가 추정하는 도서대여점의 수는 4,000여개, 대본소는 2,500개다. 초록배매직스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박창석씨는 판매부수를 기초로 도서대여점은 대략 6,000여개, 소위 성인만화 대박작품인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나 '도시정벌' 등의 판매부수를 기초로 할 때 대본소는 2,500개로 추정하고 있다. 대본소 만화 작가 H씨와 Y씨가 추정하는 대본소의 수는 2001년 5월 말 기준 3,400개처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2001년 3월 현재, 박봉성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5권 판매량이 약 10,000권에 이르는 것 등, 제반사정을 볼 때 대본소를 포함한 만화대여시장은 9,000~10,000개로 추정해볼 수 있다.
사실, 1997년까지 간행물윤리위원회, 한국도서류서비스업협회, 문화관광부, 출판사, 총판들이 만화방과 도서대여점의 수를 자체 집계를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집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도서대여점을 일종의 사양산업으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본소를 비롯, 대여점의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대본소를 뺀 대여점의 수는 대략 12000여개에 이르던 97년에 비해 40~50%가 감소한 것이다. 숫제 골목마다 한 개가 있던 시대에서 지금은 구역을 삥돌아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분석들이 이미 이루어졌기 때문에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만화가 기반으로 삼는 주타깃층은 청소년들인데 이들의 PC방으로 대거 이동, 난립에 따른 경쟁심화 등이 주요하게 논의되었었다.
이러한 사양화에 대해 만화방업주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일단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는 '대형화'이다. 그것은 이용자의 가장 큰 불만사항이자, 대여점이 스스로를 상품화하는 부분이 신간 구비의 양과 질이기 때문에, 그것을 포괄하는 규모의 경제학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어차피, 망할 업소들은 망했고, 남은 업소들은 작은 규모지만 시장의 파이를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대형화에 긍정적인 것이다. 특히 대본소는 대여점에 비해 대형화에 더욱 적극적이다. 90년에 이루어진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조사는 30평 이하가 93%였지만, 현재는 연대앞 옛날 독수리다방에 새로 새워진 빌딩에 있는 대본서 처럼 50평 이상의 대형매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형화와 함께, 대본소들은 고급화도 추구하고 있다. 좌석은 불편한 나무의자에서 크고 안락한 소파로 바뀌고, 별도의 편의시설(수면실, 사워실)까지 배치한 대본소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본소의 경우 운영방식에서도 어느 정도의 차이들을 보이는데 대략 그것을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지역밀착만화방: 도서대여점의 대체개념으로 25평 미만의 소형매장들로서, 일일만화보다는 코믹스 단행본과 성인용 만화를 주로 취급하며, 대여 위주로 순정/무협/환타지 소설/잡지 등을 비치하고,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여 배달을 하기도 한다.
▶광역만화방: 주로 역세권이나 신촌등지에서 보이는 50평 이상의 대형매장이 운영하는 형태로서,신간구입이 100%에 근접한다. 일일매출 규모도 35만원 이상, 월수익 6백만으로 추정된다.
▶복합만화방: 만화+PC방/만화+비디오샾/만화+부가서비스 등이 혼합된 운영형태로, 역시 50평이상의 대형매장에서 주로 운영된다. 법적으로 2종의 영업허가가 인정되지 않음으로 1종으로 우선 허가를 받은 후 관계기관 등의 실사에서는 '다른 1종은 부가적인 서비스일뿐이다'고 설명하면서 넘어간다.
만화방의 고민 '살기도 힘든데, 역적이라니'
대체로 만화방 업주들은 만화대여점이나 대본소를 만화역적으로 모는 견해에 대해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어려워지는 자신들의 생업에 대한 비난에서 기인한 감정적인 반응을 걷어내면 '단물 다 빨아먹고, 이용할대로 이용한 후에 버리는 일종이 팽'이라는 배신감 같은 것도 내비치고 있다. 소위 '시작'이 어떻든, 그리고 그 시작에 의해서 시장규모가 어떻게 축소되고, 혹은 왜곡되었는지를 떠나서 현재의 작은 시장 규모 속에서 만화출판사와 대여점, 혹은 대본소의 경우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유착되어 왔었다는 혐의를 벗기 힘들다. 힘들이지 않고, 기본 판매부수를 할 수 있다는 매력에서 출판계도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몇몇 만화방 업주들은 '출판사와 작가들이 소장의 가치가 있는 만화를 얼마나 만들어내었느냐,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만화방으로 돌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만화출판계와 작가들의 지난 날을 거론하기도 한다.
만화가 박무직씨는 영화전문지 '키노'를 통해 대표적인 대여점 만화작가 김성모씨를 강력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그가 문하생 60명에 구내식당 등을 갖춘 대여점용 '만화공장'을 운영하면서 만화를 죽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대여점이나 대본소가 일차적으로 작가의 창작의욕을 앗아가는 데서 분노를 하고 있다. 대여에 의해 베스트셀러로 표현되는 출판대박이 원천적으로 가로막히고, 이로인해 권당 판매량이 최소화되고, 대여점 수에 맞춘 상한선이 미리 규정되는 것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작품성이나 작가의 질적 차이에 따른 대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박씨는 스스로 'TOON' 2권의 속표지에 ''TOON'을 비롯한 만화를 상업적 목적으로 대여하는 것은 저작권의 침해이며, 만화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행위입니다'란 경고문을 내걸기도 했다. 이외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만화방 비판은 '저작권 침해', '불건전 도서의 유통','도서 유통구조의 왜곡에 따른 출판사 매출 감소와 이로인한 도산' 등등이 있다.
사실상 이같은 비판은 만화로만 국한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 만화대여가 도서대여점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결국, 대여점 일반에 대한 비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런 비판에 대해 '왜 저렴한 독서기회를 빼앗느냐'는 실리적 반대에서, '공공 도서관은 물론 도서관 보유장서가 절대적으로 적은 현실이 개선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당분간 도서대여점은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다소 분석적인 반대의견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저작권 침해의 소지부분도 대여권료 형태로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방안등도 제안되면서, 도서대여점 업체의 개선을 주장하는 견해나 방안도 있다.
물론 '해볼테면 해봐라, 과연 만화방이 없다면, 대체 몇 권이나 팔릴지 보자'라는 반응도 있다. 다소 감정적으로 들리지만, 감정의 꺼플을 벗기고 보면, 사실 장담할 수 없는 문제다. '대여'라는 행위에 독자들은 익숙해 있을 뿐더러 그것이 사실 독자의 양적확장을 가져온 가장 중요한 매개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서 볼 수 있는 만화가 나오고, 또 그런 문화가 형성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 지에 대해서도 장담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만화경쟁력에서 일본만화에 한참을 뒤진다고 할 때, '서점에서의 한국만화가 얼마나 팔릴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어 보인다. 결정적으로 사서보는 만화문화라고 할 때, 서점이 포괄해 줄 수 있는 만화의 권수가 몇 종이냐는 것이다. 교보나 영풍 등 대형서점에서 취급하는 만화는 소위 '급'이 있는 인기작가들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 할 때, 결국 만화시장이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만화방을 나오며
그러나 만화방에 대해 사회적으로 폄하시하는 분위기는 이런 논의와는 별개로 만화방 업주들의 고민이다. 사실상, 변방 중의 변방이 대본소이고, 대여점이라고 할 수 있다. 소자본 창업이라는 상술에 기반한 말을 걷어내며, 실상 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적 인식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이러한 분위기가 만화방 문화가 만화를 말아먹는다는 극단적 인식을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만화방 업주들은 밝히고 있다.
결국, 만화방 업주들은 현재적 고민은 '어떻게 살아남는가'이다. 물론 전쟁터의 그것처럼 '너죽고 나사는 식'의 생사결단 식은 아니다. 사양길이라지만, 모든 대본소나 대여점을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 완전히 없어질 수도 없는 일이다. 대형화와 고급화, 전문화 추세 등을 통해 변화된 조건에 맞는 업계의 자구책은 계속 만들어질 것이고, 그것에 입맛들린 소비층도 계속 형성되어질 것이다.
문제는 오히려 다른 데에 있어 보인다. 만화판의 공적으로 어느 사이엔가 리스트에 오르고, 또한 그것이 근거없는 생트집만은 아니고 보면, 만화방 업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정말 우리가 한국만화를 망치는 주범인가'라는 의문일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산업적이나 문화적 분석과는 다른 극히 개인적이거나 심리적인 문제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사실상 대세라는 것은 항상 그런 부분에 대해 둔감하기도 하다.
사실, 만화방 탐방길이 유쾌하지 않았던 것은 이리저리 찾아다니던 날의 더위 때문만은 아니다. 만화방을 둘러싼 논쟁에서 무언가가 빠져있다는 찝찝함 때문이다. 혹은 누군가가 짜논 그물에서 만화계 전체가 허우적 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느닷없는 의문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왜 한국만화의 앞길을 논하는 자리에 정부는 빠져있는 것인가. 거기다 돈 쓸어담기에 바빴던 대형출판사들도 왜 꿀먹은 벙어리인가. 이 물음 만큼은 잘 해독이 안된, 그런 탐방길이었다.
월간 코코리뷰 14호
1999년 7월 1일
주 모씨
# by | 2005/06/01 00:13 | 기고/발표/연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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