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 로그인  


작가 복거일의 만화예찬

'卜鉅一'의 만화 예찬

복거일(卜鉅一/1946-)을 아십니까?
소설가로 등단해 시와 평론 분야에까지 자신의 필력을 떨치며 문단이나 사회적인 화두도 가끔 던지는 작가, 복거일.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소설 [碑銘을 찾아서:京城, 쇼우와 62년]로 등단한 뒤 작품으로 [목성 잠언집], [캠프 세네카의 기자촌], 시집 [오장원의 가을], [나이 들어가는 아내를 위한 자장가], 평론집 [자유주의 정당의 정책] 등을 발표했다.
그의 등단은 화제가 됐었는데 당시는 관례였던 新春文藝나 문예지 추천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단행본을 내며 등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문단에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김병익, 김현, 김치수 등이 중심이 된 [문학과 지성] 동인들이 추천을 했다는 점에서 당시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이 작품 하나로 문단에서는 [대체 역사(alternative history) 소설]이라는 신종 용어가 등장했는데, 그 용어를 만든 이는 작가 자신이다.

그가 던지는 화두는 세간에서 화끈한 호응을 얻는다. 왜냐하면 일반론을 거스르거나 역적으로 몰릴 말들을 하기 때문이다. 그 예가 자유주의 논쟁, 쌀 시장 개방 지지, 친일 문제 의식 변화, 대통령 수입론, 그리고 영어 공용화 제기까지. 이런 궤적은 그를 아우 사이더로 평가하게 한다.

그에게는 외동딸이 있는데 이름이 복은조(卜恩照)이다. 이 딸이 만화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 딸 때문에 작가의 집 거실 책장엔 문단의 중견으론 드물게 만화책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문학 서적과 동일하게 자리하고 있는 게 신선하다.
물론 은조가 좋아해서 만화가를 시킬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은조가 원하는 방향이 만화가 아니라 일러스트레이션 분야라 딸이 평생을 걸만한 분야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만화라면 몰라도. 그래서 딸에게 좀 더 공부하고 생각해 보고 결정하자고 했단다.
이런 과정에서 딸의 판단을 돕기 위해 많은 만화책들을 사 주었는데 90년대 초만 해도 이런 만화를 사주는 아빠 자신을 주변에서는 미쳤다는 표현까지 하며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그 딸이 커서 이번에 연세대학교 이과대학에 입학했다. 입시를 볼 때 어문이 어려웠는데 은조는 지문을 읽고 빨리 이해하는 데 만화의 덕을 크게 봤다고 말했단다. 결국 상위 1등급에 속하는 실력 발휘를 했다.

이런 이야기 끝에 복거일은 이렇게 말한다.
'글과 비교해서 만화로 전달하는 내용이 짧은 시간에 굉장히 많아요. 시각과 글을 동시에 쓰니까. 지식을 섭취하는 속도가 빠르더라고요. 정보 전달력에 있어서 사람이 주로 눈으로 봐야 하지 않습니까. 그림으로 보면 그림에 담겨 있는 정보량이 굉장히 많거든요. 우리가 텔레비전을 켜자마자 장면이 나오면 이게 코미디다 시트콤이다 아니면 스릴러다 딱 알지 않습니까? 저 사람은 악한이냐 아니냐를 알고 장소가 미국이냐 한국이냐를 딱 한 번에 알지 않습니까. 이걸 책으로 하면 그 정보가 몇 페이지가 되는 양인데 딱 한 번에 전달을 해줍니다. 정보전달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만화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해요.'

우리 나라에서 만화의 위치는 참으로 초라하다. 내부에서야 예술이니 산업이니 말하지만 문화계에서 만화의 자리는 말석(末席)이다. 그러니 인터넷 서핑 중에 복거일 작가의 이런 짧은 멘트 한 줄에 움찔거리며 반가움으로 그 말을 인용하고 싶어지나 보다. 꼭 매맞고 집에 들어 온 아이가 '너 괜찮니?'라고 말하는 형의 소리에 참았던 눈물이 나듯이.
11월은 만화의 날 행사가 있는 달이다. 이 행사조차 청보법에 반대하는 시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의견의 결과인데 매 년 그 행사의 진행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어린이 만화대회 같은 표피적인 것과 두 번째는 만화인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벌어지는 성토의 내면적인 진행이다. 두 번째의 행사에서는 대안 찾기보다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양상이 두드러 지는데 이런 모습은 만화의 나약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만화가 제대로 발전하고 제대로 인정이 되면 달라질 것이다. 매맞고 들어 온 아이의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는 게 아니라 골목에서 툭탁거릴 때 제대로 한번 싸우려고 들 듯이.(끝)



인용)윗 글은 <월간조선 2002.07.03 [金成東의 인간탐험] '時流에 반역하는 자유주의 論客'卜鉅一> 인터뷰 기사의 일부를 발췌 인용했습니다.


2002. 9/30
주 모씨

by 쥬피터 | 2005/05/31 23:26 | 만화의 권리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jumosee.egloos.com/tb/19650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aerycrow at 2005/05/31 23:31
대체 역사(alternative history) 소설은 SF소설계에서 그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비명을 찾아서 서문에서도 복거일씨가 소개했듯이요. 따라서, 복거일씨가 만들었다는 말은 그 책 서문도 안읽었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역시 조선 패밀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가다가 반가운 이름이 보여서 몇자 적고 갑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