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5월 31일
[계간만화] 저작권 법 속의 도서대여권
의원 발의된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이 출판계, 특히 만화와 장르문학에 미치는 파장이 지대하여 그 관심은 대여권 논의 과정 중 최극점을 달렸다.
혹자는 필자가 대여권 도입을 역행하는 적장(敵將)으로 비난하는 이도 있으나 대여권 도입의 염원과 개정안의 결과는 동일하지 않다. 나는 개정안을 반대한 것이지 대여권 도입을 반대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간단한 사실조차 전달되지 않는 만화판의 우매함이 생경스럽기도 하다.
아래 글은 이번 저작권법 전면 개정과 관련하여 몇 군데 잡지사에서 청탁받은 원고 중 하나로 잡지가 발행되는 순서로 게재한다. 1차 매체는 [계간만화] 봄 호이다. 원문이라 오프라인 매체의 편집에서 일부 변형될 수도 있어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으나 논지는 같다.
2005. 3. 29.
주 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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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의 도서대여권
주모씨
한국의 출판만화는 서점, 그리고 만화방과 대여점을 통해 독자를 만난다. 이러한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의 존재는 한국과 일본만의 특수한 경우이다. 2004년 ‘문화 소비자 조사’에서 만화 소비자의 89%가 대여시장을 통해 만화를 소비하지만 대여점의 이득이 만화가에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89%로 발표됐다. 이처럼 상반된 현실이 도서대여권 논쟁의 배경이다.
개정안의 도서대여권 적용
도서대여권의 법제화 움직임은 만화가를 중심으로 5년 전부터 시도됐다. 2001년 만화가협회(이하 ‘만협’)가 주관하고 문화관광부(이하 ‘문관부’)가 후원한 <만화산업 대토론회>와 2002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이 주최한 <출판만화산업 중장기 발전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는 대여시장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발표로 다양한 의견의 기초를 제공했다. 이후 2003년 ‘콘진’과 ‘만협’이 공동 의뢰한 <만화저작권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로 법제화 움직임이 구체화되어 2004년 가을까지 문관부와 업계는 간담회를 통한 법적 제도도입을 논의해 왔다. 즉, 정부 입법으로 추진되던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추진하는 의원 입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2005년 3월 8일, 세 의원이 주최한 <저작권법 전문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도서대여권이 신설 조항으로 발표됐다. 개정안의 내용은 <개정안 조문 비교표>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제20조(배포권)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지닌다.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당해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이를 계속하여 배포할 수 있다.
제47조(도서대여에 대한 보상) ① 제20조 단서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인쇄의 방법으로 발행된 도서를 대여하는 자는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당해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법적인 조항을 쉽게 풀이한다면, 만화책을 서점에서 소비자가 구입한 뒤 그 책을 친구에게 선물하거나 다른 이에게 되팔 수도 있지만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는 업소는 문관부 장관이 정한 일정 금액을 작가에게 일괄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상금을 정하고 징수할 것인지는 개정안이 아니라 시행령에 포함된다.
개정안의 한계-작가는 대여 가부를 선택할 수 없다.
이 개정안이 알려진 것은 2월 중순부터 나온 언론보도였다. 만화계는 지금까지 문관부와 협의한 내용-만화작가의 시장 선택권 부여-이 담긴 개정안일 것으로 예상하여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3월 4일 문관부 저작권과 간담회를 통해서 알려진 개정안은 만화계의 요구나 제도 도입의 목적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혼란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선 대여시장의 취급 도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서 중 일일만화는 만화방에만 유포되고 성인만화는 대부분 만화방에만 유통된다. 무협과 환타지 소설은 만화방과 대여점에 대부분 유통되며 일부가 서점에서도 팔린다. 일반 소설은 만화방이 취급하지 않으며 대여점과 서점이 취급한다. 코믹스는 대여시장과 서점이 모두 취급하지만 대여점용 코믹스만화가 서점용보다 많다. 결국 대여와 판매가 혼합되어 문제가 발생하는 분야는 코믹스만화의 일부와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이런 대여시장의 도서 분포를 개정안은 ‘도서’라는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 적용한다. 작가의 시장 선택권은 없다. 대여를 금지하거나 허락하는 것과 무관하게 모든 만화와 도서를 대여허락한 뒤 작가는 약간의 보상금을 받으라는 것이 법의 해법이다. 이것은 법의 ‘일반화 원칙’인데 세세한 원칙이 아니라 일반적인 원칙을 규정하는 것을 말한다. 즉, 만화나 장르문학이나 소설 등으로 세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법 원칙에 맞지 않으므로 도서로 일반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 원칙과 만화시장의 차이는 다양한 문제를 지닌다. 만화작가나 소설가 중에 대여시장에 작품을 공급하기를 원하는 작가의 수가 그렇지 않은 작가보다 많다. 그럼에도 개정안은 일반화 원칙에 의해 일괄 징수를 하겠다는 법이다. 그러니 작가단체도 작가의 선택권이 없이 전체를 대여금지 도서로 규정한 이 개정안을 반대한다.
또한 개정안은 일괄 징수를 위한 방식으로 대여 횟수에 따른 징수방식을 마련했고 이를 위한 대여시장 전산망 구축, 상설 단속반 운영한다고 한다. 단속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이 신고하면 조사를 하게 되는 친고죄를 부분 폐지하였는데 이는 작가가 대여시장을 원하더라도 대여점이 보상금을 내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형사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을 보는 시각들
개정안이 도입된다면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예상은 업계의 우려를 불러왔고 결국 만화계 전체가 반대의 의견을 내고 있다. 물론 업계의 의견은 도서대여권이 아니라 이번 개정안의 ‘보상청구권이라는 법적 방식’을 의미한다. 공청회 발제를 위한 의견 수렴 결과는 아래(저작권자와 인접권자 일부의 찬성)와 같다.
일일만화만 취급하는 시골의 만화방은 물론 모든 업소는 무조건 작가에게 보상금을 내야하고 상설 단속반의 지속적인 단속 대상이 된다. 또한 대여시장의 거대상품인 일본만화의 경우에도 보상금을 징수하여 일본 작가에게 전해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만화방과 대여점은 현재보다 급속한 폐업이 예상된다. 이미 시장에서 위축되어 있는 만화방과 대여시장이므로 전체 취급상품의 일괄적 대여보상금 지출이라는 환경 변화는 그 영향력이 간단치 않다. 대여시장의 붕괴는 아직도 판매시장으로 옮겨갈 마땅한 구상도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시장을 사라지게 한다. 만화작가의 생존을 위해 도입하려는 법이 오히려 만화작가들의 시장을 급격하게 사라지게 한다.
유일한 찬성-출판협회
이런 까닭에 개정안을 찬성하는 입장은 결국 서점과 일반출판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출판협회뿐이다. 출판협회가 주장하는 대여시장 규제 이유는 책의 판매가 줄어든다는 것인데 한국 출판 분야에서 문제가 되는 만화와 장르문학의 판매량은 3,6%에 불과하다. 일반 소설이 문제라고 해도 실상은 베스트셀러 작품들이 대여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황이어서 전체 책 판매가 줄어든다는 근거는 부분적 상황이다. 전체적인 책 판매의 불황은 2004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도서 구매 자체가 위축된 것이 배경이다. 즉, 초중고 학생부터 성인까지 월 평균 도서구입비는 15,500원에 불과하며 그 중에서도 3,6%에 불과한 금액이 만화와 환타지 소설 구매에 쓰인다. 나머지 금액은 학습참고서나 베스트셀러에 집중되어 있다. 이 4% 미만의 시장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전체를 일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대여권 도입의 본질적 필요성
그러나 앞에 열거한 산업적 이유로도 더 큰 문제는 산업적 영향이 아니라 본질적 개념에 있다. 그것은 현 시장 상황에서 작가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는 사례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책이 서점에서만 팔리기를 원하고 그럴 경우 더 많이 판매될 책이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시장은 대여를 원치 않는 작가의 선택과 무관하게 대여가 되고 그 이득이 환원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저작재산권 침해이다. 이에 해당하는 작가가 다섯 명이라고 해도 산업적 규모가 작은 것이지 저작물 이용이 왜곡된 것은 변함이 없다. 이런 경우 소수는 단지 숫자적 표현이지 무시될 이유는 아니다. 그래서 산업적 규모가 작고 대상 작가가 소수이더라도 작가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만화계는 법이 그 개념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법제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개정안을 통해 확인했듯이 법은 몇 가지 한계를 지닌다. 우선 앞서 설명한 ‘일반화 원칙’에 의해 만화의 다양한 유통과 창작 형태를 구분할 수 없다. 단지 ‘도서’로 포함될 뿐이다. 어떤 이들은 세부 시행령에 단서를 달아 만화의 다양한 형태별로 예외를 두면 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도서대여권이 이미 배포권의 예외 규정이고 기존의 대여권 인정 분야인 ‘음반’과 ‘컴퓨터 프로그램’에 크기를 맞추려면(형평성) 만화가 아니라 도서로 갈 수밖에 없다. 또한 법은 ‘상호주의 원칙’에 의해 한국이 도서대여권을 만들면 도서대여권이 법에 규정된 나라의 도서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즉, 일본만화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대여문제의 핵심을 이루는 코믹스 만화시장에서 일본만화의 비율은 70%를 기록한다. 이 집계 의미는 결국 대여권을 만들어 일본만화가에게 보상금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게 한다. 일본 작가라고 해서 보호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현실적 충돌이다.
공청회 이후,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 개정안은 ‘공청회 추가 실시’의 원칙만 세웠을 뿐 신설되는 도서대여권 조항의 ‘폐기/수정/통과/유보’는 결정된 바 없다.
짧은 입법 일정과 개정안 공청회의 전체 의견이었던 도입 반대는 그 동안 관심 있게 지켜 본 많은 만화인들과 장르문학계를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했다. 도입 반대라면 ‘이대로 그냥 가자는 것이냐’ 혹은 의원 발의로 통과된다면 ‘과연 누가 살아남을까’라는 고민이다. 법은 도서대여권의 적용에 만화계의 요구를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고 법이 아니면 무엇으로 제도를 도입해서 현실을 개선할 것이냐는 딜레마이다.
그러나 만화계 일각에서 현재의 상황을 ‘마지막 기회’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번 공청회의 300개 좌석이 모자랄 만큼 관련 단체들의 관심은 최고조였다. 법이 통과되면 그 영향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작가와 출판사, 유통과 시장, 그리고 소비자에게 모두 나타난다. 그런데 부정적 영향을 예상하는 것이 압도적인만큼 대안 마련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므로 작가의 권리를 보호하고 시장의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이 업계에서 제안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그 대안의 밑그림은 마련되어 있다.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얼개만 소개한다면, 대안의 기본 전제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자유롭게 시장 선택을 할 권리를 지니며 선택의 원칙은 근본적으로 작품이 가장 많이 팔릴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서점에만 파는 것이 유리한 작품은 대여시장이 취급하지 않도록 하고 대여점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은 그대로 하면 된다. 물론 서점에서 팔다가 판매 효과가 상실되는 시점에서 대여시장에 추가 판매를 하는 작품도 있을 수 있다. 특수한 경우에는 작품을 대여하기 위해 추가 지불을 하더라도 대여시장이 구매할 작품도 있을 수 있다. 이 다양한 선택은 국가나 법이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정하면 된다.
현재 업계가 구상한 이 콘티가 완성작품이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즉, 한국 만화계를 포함한 관련 문화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살 길을 만들어 나갈지 혹은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할지는 이제 우리에게 달렸다. 우리란 작가와 출판사, 유통, 시장을 포함한다. 이들은 원래 함께 뭉쳤어야 할 입장들이다. 서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잘되면 나도 잘되는 관계이다. 그 당연한 인식을 같이 해야 살 길을 스스로 만들 수 있고 미래에도 우리 만화의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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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글)
현재 추가 상황을 설명하자면, 만화계와 장르문학이 효과적인 도서대여권 도입을 위해 실제적인 노력이 미흡하며 이러한 진행 추세라면 의원 측에서는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에 도서대여권 부분을 제외하고 국회에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이 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http://www.culturenews.net/read.asp?title_up_code=501&title_down_code=004&article_num=3438
민간합의안, 정부 발의안, 의원 발의안이라는 세 가지 경로를 다 이용하지 못하고 냄비처럼 언론 보도가 있을 때만 바글거린 만화계에서 남은 길은 그냥 이렇게 흘러가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각자의 몫이다.
2005. 3. 29.
주 모씨.
혹자는 필자가 대여권 도입을 역행하는 적장(敵將)으로 비난하는 이도 있으나 대여권 도입의 염원과 개정안의 결과는 동일하지 않다. 나는 개정안을 반대한 것이지 대여권 도입을 반대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간단한 사실조차 전달되지 않는 만화판의 우매함이 생경스럽기도 하다.
아래 글은 이번 저작권법 전면 개정과 관련하여 몇 군데 잡지사에서 청탁받은 원고 중 하나로 잡지가 발행되는 순서로 게재한다. 1차 매체는 [계간만화] 봄 호이다. 원문이라 오프라인 매체의 편집에서 일부 변형될 수도 있어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으나 논지는 같다.
2005. 3. 29.
주 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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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의 도서대여권
주모씨
한국의 출판만화는 서점, 그리고 만화방과 대여점을 통해 독자를 만난다. 이러한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의 존재는 한국과 일본만의 특수한 경우이다. 2004년 ‘문화 소비자 조사’에서 만화 소비자의 89%가 대여시장을 통해 만화를 소비하지만 대여점의 이득이 만화가에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89%로 발표됐다. 이처럼 상반된 현실이 도서대여권 논쟁의 배경이다.
개정안의 도서대여권 적용
도서대여권의 법제화 움직임은 만화가를 중심으로 5년 전부터 시도됐다. 2001년 만화가협회(이하 ‘만협’)가 주관하고 문화관광부(이하 ‘문관부’)가 후원한 <만화산업 대토론회>와 2002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이 주최한 <출판만화산업 중장기 발전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는 대여시장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발표로 다양한 의견의 기초를 제공했다. 이후 2003년 ‘콘진’과 ‘만협’이 공동 의뢰한 <만화저작권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로 법제화 움직임이 구체화되어 2004년 가을까지 문관부와 업계는 간담회를 통한 법적 제도도입을 논의해 왔다. 즉, 정부 입법으로 추진되던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추진하는 의원 입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2005년 3월 8일, 세 의원이 주최한 <저작권법 전문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도서대여권이 신설 조항으로 발표됐다. 개정안의 내용은 <개정안 조문 비교표>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제20조(배포권)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지닌다.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당해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이를 계속하여 배포할 수 있다.
제47조(도서대여에 대한 보상) ① 제20조 단서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인쇄의 방법으로 발행된 도서를 대여하는 자는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당해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법적인 조항을 쉽게 풀이한다면, 만화책을 서점에서 소비자가 구입한 뒤 그 책을 친구에게 선물하거나 다른 이에게 되팔 수도 있지만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는 업소는 문관부 장관이 정한 일정 금액을 작가에게 일괄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상금을 정하고 징수할 것인지는 개정안이 아니라 시행령에 포함된다.
개정안의 한계-작가는 대여 가부를 선택할 수 없다.
이 개정안이 알려진 것은 2월 중순부터 나온 언론보도였다. 만화계는 지금까지 문관부와 협의한 내용-만화작가의 시장 선택권 부여-이 담긴 개정안일 것으로 예상하여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3월 4일 문관부 저작권과 간담회를 통해서 알려진 개정안은 만화계의 요구나 제도 도입의 목적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혼란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선 대여시장의 취급 도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서 중 일일만화는 만화방에만 유포되고 성인만화는 대부분 만화방에만 유통된다. 무협과 환타지 소설은 만화방과 대여점에 대부분 유통되며 일부가 서점에서도 팔린다. 일반 소설은 만화방이 취급하지 않으며 대여점과 서점이 취급한다. 코믹스는 대여시장과 서점이 모두 취급하지만 대여점용 코믹스만화가 서점용보다 많다. 결국 대여와 판매가 혼합되어 문제가 발생하는 분야는 코믹스만화의 일부와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이런 대여시장의 도서 분포를 개정안은 ‘도서’라는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 적용한다. 작가의 시장 선택권은 없다. 대여를 금지하거나 허락하는 것과 무관하게 모든 만화와 도서를 대여허락한 뒤 작가는 약간의 보상금을 받으라는 것이 법의 해법이다. 이것은 법의 ‘일반화 원칙’인데 세세한 원칙이 아니라 일반적인 원칙을 규정하는 것을 말한다. 즉, 만화나 장르문학이나 소설 등으로 세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법 원칙에 맞지 않으므로 도서로 일반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 원칙과 만화시장의 차이는 다양한 문제를 지닌다. 만화작가나 소설가 중에 대여시장에 작품을 공급하기를 원하는 작가의 수가 그렇지 않은 작가보다 많다. 그럼에도 개정안은 일반화 원칙에 의해 일괄 징수를 하겠다는 법이다. 그러니 작가단체도 작가의 선택권이 없이 전체를 대여금지 도서로 규정한 이 개정안을 반대한다.
또한 개정안은 일괄 징수를 위한 방식으로 대여 횟수에 따른 징수방식을 마련했고 이를 위한 대여시장 전산망 구축, 상설 단속반 운영한다고 한다. 단속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이 신고하면 조사를 하게 되는 친고죄를 부분 폐지하였는데 이는 작가가 대여시장을 원하더라도 대여점이 보상금을 내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형사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을 보는 시각들
개정안이 도입된다면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예상은 업계의 우려를 불러왔고 결국 만화계 전체가 반대의 의견을 내고 있다. 물론 업계의 의견은 도서대여권이 아니라 이번 개정안의 ‘보상청구권이라는 법적 방식’을 의미한다. 공청회 발제를 위한 의견 수렴 결과는 아래(저작권자와 인접권자 일부의 찬성)와 같다.
일일만화만 취급하는 시골의 만화방은 물론 모든 업소는 무조건 작가에게 보상금을 내야하고 상설 단속반의 지속적인 단속 대상이 된다. 또한 대여시장의 거대상품인 일본만화의 경우에도 보상금을 징수하여 일본 작가에게 전해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만화방과 대여점은 현재보다 급속한 폐업이 예상된다. 이미 시장에서 위축되어 있는 만화방과 대여시장이므로 전체 취급상품의 일괄적 대여보상금 지출이라는 환경 변화는 그 영향력이 간단치 않다. 대여시장의 붕괴는 아직도 판매시장으로 옮겨갈 마땅한 구상도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시장을 사라지게 한다. 만화작가의 생존을 위해 도입하려는 법이 오히려 만화작가들의 시장을 급격하게 사라지게 한다.
유일한 찬성-출판협회
이런 까닭에 개정안을 찬성하는 입장은 결국 서점과 일반출판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출판협회뿐이다. 출판협회가 주장하는 대여시장 규제 이유는 책의 판매가 줄어든다는 것인데 한국 출판 분야에서 문제가 되는 만화와 장르문학의 판매량은 3,6%에 불과하다. 일반 소설이 문제라고 해도 실상은 베스트셀러 작품들이 대여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황이어서 전체 책 판매가 줄어든다는 근거는 부분적 상황이다. 전체적인 책 판매의 불황은 2004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도서 구매 자체가 위축된 것이 배경이다. 즉, 초중고 학생부터 성인까지 월 평균 도서구입비는 15,500원에 불과하며 그 중에서도 3,6%에 불과한 금액이 만화와 환타지 소설 구매에 쓰인다. 나머지 금액은 학습참고서나 베스트셀러에 집중되어 있다. 이 4% 미만의 시장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전체를 일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대여권 도입의 본질적 필요성
그러나 앞에 열거한 산업적 이유로도 더 큰 문제는 산업적 영향이 아니라 본질적 개념에 있다. 그것은 현 시장 상황에서 작가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는 사례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책이 서점에서만 팔리기를 원하고 그럴 경우 더 많이 판매될 책이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시장은 대여를 원치 않는 작가의 선택과 무관하게 대여가 되고 그 이득이 환원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저작재산권 침해이다. 이에 해당하는 작가가 다섯 명이라고 해도 산업적 규모가 작은 것이지 저작물 이용이 왜곡된 것은 변함이 없다. 이런 경우 소수는 단지 숫자적 표현이지 무시될 이유는 아니다. 그래서 산업적 규모가 작고 대상 작가가 소수이더라도 작가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만화계는 법이 그 개념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법제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개정안을 통해 확인했듯이 법은 몇 가지 한계를 지닌다. 우선 앞서 설명한 ‘일반화 원칙’에 의해 만화의 다양한 유통과 창작 형태를 구분할 수 없다. 단지 ‘도서’로 포함될 뿐이다. 어떤 이들은 세부 시행령에 단서를 달아 만화의 다양한 형태별로 예외를 두면 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도서대여권이 이미 배포권의 예외 규정이고 기존의 대여권 인정 분야인 ‘음반’과 ‘컴퓨터 프로그램’에 크기를 맞추려면(형평성) 만화가 아니라 도서로 갈 수밖에 없다. 또한 법은 ‘상호주의 원칙’에 의해 한국이 도서대여권을 만들면 도서대여권이 법에 규정된 나라의 도서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즉, 일본만화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대여문제의 핵심을 이루는 코믹스 만화시장에서 일본만화의 비율은 70%를 기록한다. 이 집계 의미는 결국 대여권을 만들어 일본만화가에게 보상금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게 한다. 일본 작가라고 해서 보호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현실적 충돌이다.
공청회 이후,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 개정안은 ‘공청회 추가 실시’의 원칙만 세웠을 뿐 신설되는 도서대여권 조항의 ‘폐기/수정/통과/유보’는 결정된 바 없다.
짧은 입법 일정과 개정안 공청회의 전체 의견이었던 도입 반대는 그 동안 관심 있게 지켜 본 많은 만화인들과 장르문학계를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했다. 도입 반대라면 ‘이대로 그냥 가자는 것이냐’ 혹은 의원 발의로 통과된다면 ‘과연 누가 살아남을까’라는 고민이다. 법은 도서대여권의 적용에 만화계의 요구를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고 법이 아니면 무엇으로 제도를 도입해서 현실을 개선할 것이냐는 딜레마이다.
그러나 만화계 일각에서 현재의 상황을 ‘마지막 기회’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번 공청회의 300개 좌석이 모자랄 만큼 관련 단체들의 관심은 최고조였다. 법이 통과되면 그 영향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작가와 출판사, 유통과 시장, 그리고 소비자에게 모두 나타난다. 그런데 부정적 영향을 예상하는 것이 압도적인만큼 대안 마련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므로 작가의 권리를 보호하고 시장의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이 업계에서 제안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그 대안의 밑그림은 마련되어 있다.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얼개만 소개한다면, 대안의 기본 전제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자유롭게 시장 선택을 할 권리를 지니며 선택의 원칙은 근본적으로 작품이 가장 많이 팔릴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서점에만 파는 것이 유리한 작품은 대여시장이 취급하지 않도록 하고 대여점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은 그대로 하면 된다. 물론 서점에서 팔다가 판매 효과가 상실되는 시점에서 대여시장에 추가 판매를 하는 작품도 있을 수 있다. 특수한 경우에는 작품을 대여하기 위해 추가 지불을 하더라도 대여시장이 구매할 작품도 있을 수 있다. 이 다양한 선택은 국가나 법이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정하면 된다.
현재 업계가 구상한 이 콘티가 완성작품이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즉, 한국 만화계를 포함한 관련 문화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살 길을 만들어 나갈지 혹은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할지는 이제 우리에게 달렸다. 우리란 작가와 출판사, 유통, 시장을 포함한다. 이들은 원래 함께 뭉쳤어야 할 입장들이다. 서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잘되면 나도 잘되는 관계이다. 그 당연한 인식을 같이 해야 살 길을 스스로 만들 수 있고 미래에도 우리 만화의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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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글)
현재 추가 상황을 설명하자면, 만화계와 장르문학이 효과적인 도서대여권 도입을 위해 실제적인 노력이 미흡하며 이러한 진행 추세라면 의원 측에서는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에 도서대여권 부분을 제외하고 국회에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이 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http://www.culturenews.net/read.asp?title_up_code=501&title_down_code=004&article_num=3438
민간합의안, 정부 발의안, 의원 발의안이라는 세 가지 경로를 다 이용하지 못하고 냄비처럼 언론 보도가 있을 때만 바글거린 만화계에서 남은 길은 그냥 이렇게 흘러가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각자의 몫이다.
2005. 3. 29.
주 모씨.
# by | 2005/05/31 22:41 | 기고/발표/연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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