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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만화]숫자로 본 2004년 만화계

아래 글은 [계간만화](2004 겨울 호)에서 만화계 1년을 정리하는 원고 청탁에 그동안 식상했던 방식을 숫자로 달리 뽑아본 글이다.
주관적인 글이라 몇 부분에서는 빠진 사안도 있어 아쉽지만 그 온전한 이유는 과문함으로 돌린다.

2004. 12. 25.
주 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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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에세이 ㅣ 2004년 만화계 정리

숫자로 보는 2004년 만화계




매년 연말이 되면 각 분야에서 그 해의 ‘10대 뉴스’나 ‘키워드'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의 만화계 뉴스에서 세부 키워드가 변화되기도 했지만 큰 흐름은 대동소이했다. 만화의 산업적 성장과 다양한 모색, 그리고 출판만화 침체와 창작여건의 제자리걸음이다. 출판만화의 어려움은 해외진출로 포장되어 활로를 모색하게 했고 온라인만화시장을 대안인 듯 바라보게 했다. 언론의 보도에서는 만화를 둘러 싼 다양한 제도 개선이 보도되어 도서대여권을 포함한 저작권이 도입되거나 만화유통이 혁신되고 심의제도를 개선하게 되는 한해로 바라보게 했다. 그러나 2003년 12월과 2004년 12월은 별달리 달라지거나 개선된 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1년이란 기간은 짧은 것이 아니어서 새로운 변화들이 없지는 않다. 그 변화들 중에 만화계의 관심도와 의미 부여가 가능한 것을 40여 개 정도 선별하여 숫자로 나타냈다. 몇 년간 유사한 주제들로 정리된 식상함에서 탈피하고 보다 구체적인 숫자를 통해 살펴보고자 했다. 어떤 사건의 정리나 의미를 기억하고 정보를 구분함에 있어서 숫자는 기호로서의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 단, 이 자료들은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의 의뢰를 거치지 않았기에 주관적일 수 있는 제한이 있음을 밝혀 둔다.



[숫자로 본 2004년 만화계]

0

<무가 매체의 등장>-무료만화잡지인 즐김(Zlgim)이 4월에, 만화콘텐츠를 60% 이상 게재하는 무료일간지 데일리 줌(Daily Zoom)이 6월에 창간됐다. 빌려보기와 공짜만화 인식이 만연된 배경 중에 등장한 무료매체는 만화계의 논란을 불러왔다. 그러나 매체가 무료이지 만화저작물 이용이 무료가 아닌 구조로 만화계에서는 그 매체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받아 들였다. 현재 ‘데일리 줌’은 총 80억 원이 투자됐고 ‘즐김’은 신인 데뷔의 경로로서 광고 수주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편, <제도 변화의 제자리걸음>도 이 숫자에 포함된다. ‘만화유통 혁신’과 ‘만화저작권’ 문제 등, 제도 변화를 위한 몇 차례의 공청회와 세미나, 토론회, 연구보고서가 발표된 한 해였지만, 아직까지도 제도 변화는 없다.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못하는 관련 행사로 그쳐 공방만 지속되고 있다. 만화계에서는 염원하는 제도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1

<만화관련 1회 시상식들>-올해 몇 개의 신설된 만화관련 상들이 만화계의 그늘에서 한 줄기 햇살로 작용하기도 했다. 부천 만화상 1회 수상자 허영만(식객) 작가, 시카프 어워드 1회 만화부문 이두호 작가가 선정됐고 최초의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만화부분이 포함되어 1회 수상자로 마정원 작가가 뽑혔다. 이 중 중앙일간지에서 연재된 [식객]과 신춘문예 포함은 만화의 위상에도 일정한 의미를 보여 주었다. 만화의 산업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만화문화의 사회적 격상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양대 축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이다.

이와 동시에 <안시 페스티발 1등>에 우리 만화영화 [오세암]이 선정되어 세계에서 인정받았다. [마리이야기] 등에 이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창작애니메이션의 작품성을 재확인하는 한 해였다. 좋은 작품에 상업적 성공이 수반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다.

또한 만화잡지 <허브>의 창간은 [오후]의 폐간 직후 창간되어 이십대를 겨냥했는데 개념적으로 국내 유일의 성인잡지로 분류할 수 있다. ‘성인’과 ‘만화잡지’라는 두 가지 의미는 현재까지도 우리 만화의 실상을 엿보게 하는 몇 가지 키워드 중 하나이다. 그 명맥이 단종되지 않고 이어짐에 감사할 정도이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 벌어진 <외설만화 논란>도 화제였다. 일본만화의 표현 수위와 허용 기준은 국내 심의 수준이나 사회적 허용도보다 파격적인 것이 일반적 상황이다. 그러나 올 해 일본에서 ‘성인용’으로 표시되어 유통되던 만화 [밀실]은 첫 외설 판결을 받았다. 중요한 것은 이 판결의 결정문에서 ‘만화는 사진보다 자극이 심하다’는 문장이다. 국내에서는 이를 두고 심의 기준의 악화를 우려하는 소동이 있기도 했다.

끝으로 <평창 둘리박물관>은 단일 만화작품을 주제로 한 최초의 박물관이다. 주민등록증 획득, 4D 애니메이션 등 둘리의 최초 시도들은 계속되고 있다.




1.5

<세계 문화콘텐츠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문화콘텐츠 시장의 급속한 성장은 전 세계의 국가적 사업지향으로 자리하게 한다. 현재 미국 40%, 일본이 10%를 점유하고 있고 한국은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국가적 관심은 이제 효율성을 검토해야 할 단계이다.



2

<적극적인 만화독자의 활동>-만화영화 주제가에 대한 독자의 사랑으로 시작된 ‘만화인의 노래’가 2회를 맞아 시상 준비에 들어갔다. 올해 초에는 ‘제2회 독자만화대상’에 [마린 블루스]가 선정되는 등 그 영향력과 참여도는 점차 증대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독자의 만화사랑은 한국 만화의 희망이 되고 제도권 내의 시상이 갖는 제한적인 틀을 보완해 주는 순기능을 갖는다. 꾸준히 개선되는 매 회의 내용들에 의하여 향후 확대 발전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2회 창작만화 공모전>은 한국만화가협회가 작년부터 시행한 공모전으로 정부의 ‘우수만화 창작 지원’과 함께 다양한 데뷔 경로 제공과 신인 육성이라는 취지에서 참여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만화계는 데뷔의 어려움보다는 중견으로 성장하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이다. 또한 <광주시의 문화산업 육성>은 부천시에 이어 두 번째로 선포된 ‘문화산업육성 도시’이다. 2007년까지 467억 원 투자하는 프로젝트인데 정부의 문화 클러스터 정책과 별도로 문화의 관심 증대와 산업적 가치의 이해가 높아졌다는 반증이다. 이런 움직임들이 실제적으로 문화 혹은 만화의 육성에 기여하도록 만화계는 고민해야 한다.




3

<만화의 날>-올해로 3회를 맞는 이 행사에서는 명동을 ‘만화의 거리’ 선포하고 다양한 축제가 기획됐다. 그러나 11월 3일이 만화의 날로 제정된 의미를 아는 이들에게는 축제의 이면에 가려진 만화 저작권 침해 우려도 컸으며 만화인 전체의 날로 자리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일부의 축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만화의 날’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이 해결되어야 한다.




4

<신문만평 수난>-문화일보 이재용 화백의 만평이 4회 누락된 사건은 여전히 창작과 편집권에서 첨예한 대립을 낳았다. 10월 5일, 7일, 18일, 29일에 걸쳐 누락된 만평이 독자적 창작이냐 언론의 부수적 존재냐에 대한 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나마 문화일보가 재발 방지를 노조에 약속한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만평에 대한 시각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편, 그동안 방치되어 있던 <코믹스 투데이>가 정리됐다. 2000년 온라인 만화의 최대 사이트에서 4년 만에 코믹 플러스에 인수됐다. 그러나 기존 채무는 ‘코믹스 투데이’ 사업자 측에 존속되어 있어 문제에 연루된 작가와의 해결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콘텐츠 제공자였던 작가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되는 업계 인식은 지금도 필요하다.




7

<부천만화축제>-다양한 만화관련 축제들이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판만화만을 고집하는 축제로 벌써 7회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부천시는 만화산업육성의 모델 도시로 선정되어 현재도 600억 프로젝트 등 의욕적인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부천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지닌 축제임에도 출판만화 중심의 의욕적인 축제라는 점에서 부천에 대한 만화계의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독자만화대상’처럼 활성화된 독자 운동과 달리 <독자 운동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한 사례도 있다. 7월 7일, ‘만화사랑 만화사보기 운동’ 사이트가 자진 폐쇄됐다. 적극적 독자 운동과 대비된 사례로 한국 만화의 정당한 상식을 홍보했던 이 모임과 작가단체들의 연대였던 ‘한국만화 살리기 운동’의 유명무실을 보면 운동의 구체성과 계획, 그리고 현실적 대안의 부재는 한국만화가 아직 회생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8

<경향신문의 ‘펀’>-국내 일간지 중 경향신문이 5월 20일자 토요일 판에 최초의 만화섹션을 만들었다. 매주 목요일 8면으로 발행되는 ‘펀FUN’은 신문매체와 결합한 주간만화잡지와 같다. 각 분야에서 제 위치를 잡고 있는 16명 내외의 만화가들이 매주 자신의 작품을 연재하고 만화잡지 독자를 압도하는 국민 다수의 신문 독자를 수용자로 포함하고 있다. 단순히 지면 확보라는 차원을 넘어 만화문화의 산업적 만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10

<일판 작가 판도>-올 해, 대본소용 시리즈 만화를 신작으로 출간하는 작가들은 ‘박봉성, 황성, 야설록, 사마달, 하승남, 이재학, 고행석, 김성모, 김성동, 장현’ 작가까지 10명이다. 이 중 김성모, 김성동, 장현 작가는 올 해 진입한 경우로 예전과 다른 동기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 진입이 성공을 위한 시도라기보다 현상 유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경우가 크다.

오프라인의 한 축인 일판만화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웹진 창간 붐>과 맞닿아 있다. 올 해 ‘다음’의 웹진 <주간 만화중심>을 비롯하여 ‘엠파스’의 <만화엔진>, ‘넷마블’의 웹진 3종인 <코믹 스타킹>, <코믹 2040>, <옴므파탈> 등이 붐을 주도했고 김준범 작가의 <엑스타투> 등 1인 유료 웹진까지 가세하여 10여 종의 온라인 만화잡지가 창간됐다. 오프라인 잡지매체의 불황이 불러온 반작용으로 해석되나 웹진의 성공 사례는 아직 찾기가 어렵다.

한편 <10억 원의 시카프>로 불리는 이 축제는 2003년부터 10년 간 매해 10억 원을 서울시가 지원한다. 그 두 번째 행사가 올해 열렸는데 점차 만화에서 애니메이션 중심의 축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어 만화가 소외된 ‘SIAF’로 보인다.




16

<드라마 ‘풀 하우스’>-16부작 드라마로 방송된 [풀 하우스]의 열풍이 한 해를 휩쓸었다.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만화 원작의 재 흥행, 소설 출간, 캐릭터 계약 등은 물론 사상 유래 없는 5대 포털 동시 연재 서비스로 [풀 하우스 2]가 발표되고 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의 성공이 원작과 드라마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재확인하게 했다. 회당 이용요금이 300원이라 작품의 질적 담보와 상업적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

<중단된 천억 원의 신화>-천억 원 이상의 파생산업을 이끌고 있는 원작만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총 20권이라는 출판기획조차 채우지 못하고 18권에서 중단됐다. 저작권 관리 실태는 문화와 산업의 양 축을 확대 발전시키는 기본적 조건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와 저작권 이용자는 일방의 이득이 아니라 서로의 이득을 추구해야 할 쌍방의 입장이다.




20

<노래하는 돌>-한국만화계가 근대만화에 접어든 이후 어느 덧 반세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로 우리 만화의 복간이란 장르가 흔해지기도 했고 특정 작가에 대한 ‘헌정 평론서’들이 출간되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김혜린 데뷔 20주년 기념 단편집 [노래하는 돌]이 출간됐다.

한국 만화의 성장은 <부산코믹월드>의 20회 행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꾸준하게 활동하는 아마추어 만화인들의 행사로 문화적으로 부산은 서울과 또 다른 진보성을 갖기도 한다. 한편 ‘서울 코믹’은 올 해 37회 행사를 개최했다.




28

<러브콘서트>-작년에 이어 두 번째 ‘러브 콘서트’에 참여한 만화작가들은 28명이다. 강풀 작가가 대표로 주관한 이 행사는 만화작가들의 사회참여 의미도 돋보이고 음울한 현실에서 한 순간 표출된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석정현과 고필헌 등의 파격적인 모습은 만화작가들에게 내재된 대중적 스타성을 돌아보게도 한다. 우리 만화계의 스타 키우기 움직임에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사건이기도 하다.

한편 <가수 정여진>씨는 만화영화 주제가만 28년 째 불러 제1회 ‘만화인의 노래’에서 독자가 뽑은 최고의 가수상을 받았다. 또한 춘천 애니메이션 축제에는 김국환 씨 등 만화영화 주제가를 오래도록 부른 이들을 불러 기념의 자리를 갖기도 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과 노래는 늘 함께 어울려 갈 수 있다. 더 많은 것들을 어깨동무하면서.




30

<허영만 작가의 산행>-데뷔 30주년을 맞은 허영만 화백은 ‘만년 2위 작가’로 자칭 타칭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꾸준한 작품 활동의 결과로 올 해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 만화대상의 2개 부문 석권까지 이어진 올해의 행보는 [식객] 이후의 작품을 여전히 고대하게 한다. 세계의 고봉을 등정하는 그의 행보처럼 꾸준한 걸음과 뚜렷한 지향점이 있다는 것은 한 분야의 대가가 되려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조건이 된다.




31

<문화예술인의 극빈자 분류>-문화관광부가 지난해 8∼10월 문학, 미술, 사진, 음악, 국악, 무용, 연극, 영화, 대중예술 등 10개 분야 예술인 1,947명을 대상으로 우편 혹은 면접 조사한 ‘2003년 문화예술인 실태’에 따르면 창작활동과 관련한 월수입이 전혀 없다는 예술인이 31(30.9)%였다. 20만 원 이하라고 답한 예술인 17.8%를 포함하면 절반(48.7%)은 극빈자로 살아간다. 예술가는 배고플 수도 있지만, 배고파야 예술인인 것은 편견이다.




36

<둘리의 지속적인 생명력>-만화의 파생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둘리]를 이용한 어린이 미용실에서는 36개월 미만의 유아 커트인 경우에는 ‘희동이 커트’라 적고 있다. 한국 만화계에서는 ‘둘리’의 장수에 두 가지 시선이 있다. 국민 캐릭터로의 성장을 대견해 하는 시선과 여전히 ‘둘리’에 업혀 있는 만화캐릭터 시장의 안쓰러움이다. 그래서 최규석의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가 갖는 의미는 평범하지 않다.




107

<수치로는 만화 호전>-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밝힌 올해 만화산업의 경기지수는 ‘107’이었다. 이 포인트는 ‘약간 호전’의 의미로 게임 137.5와 비교할 수 있다. 한편 만화 수출 전망지수는 140 포인트였다. 현재 출판업계에서 만화를 보는 시선은 ‘성장’이다. 만화계 내부의 어려움을 외부에서는 이해하지 못한다. 허약한 내실보다 큰 덩치가 우선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50

<만화자료 보존>-한국만화의 개척자 고 김용환 화백의 원화 150여 점이 발견됐다. 1959년 도일한 김 화백이 도쿄 UN군사령부에서 잡지 <자유의 벗>을 위해 그린 원화들 중, 담당기자가 미국으로 가져갔던 원고를 인사동 '시간여행'의 근현대사 사료 수집가인 김영준 씨가 입수하여 국내에 공개했다. 지금까지는 부천만화정보센터에 원고 4페이지만 있었다. 한국만화 복원의 어려움은 우리 만화의 수난사와 맞닿아 있다.




600

<포켓만화의 재 등장>-문방구에서 사 보던 만화시장의 유명무실함은 아동만화의 몰락과 함께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해적판으로 일본 대형만화의 유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내 작가의 작품을 정식 계약한 600원 정가의 포켓만화가 시장에 선보였다. [붉은 매], [진짜 사나이] 등 이제 등장한 정식 판권작들은 아직 시장에서 아동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사라진 문구시장의 만화를 재가동시키고 아동의 출판만화 접근을 다시 모색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포켓만화의 최고 인기 소재가 ‘마술’ 기법을 소개한 만화라는 것은 시사점이 크다.

한편 <600만 불의 만화>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 만화의 해외 수출 확대는 그 배경과 예측에 이견이 있지만 수치상으로는 괄목할 만하다. 2001년의 69만 달러, 2002년의 170만 달러, 2003년의 500만 달러를 이어 올 해에는 600만 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다.




853

<출판만화의 디지털 옷 입기>-이상무 작가의 전 작품 254종 853권을 디지털로 완전 복원. 코믹플러스에서 추진한 이 사업은 단순한 온라인 스캔만화 서비스와 달리 ‘사라져 가는 우리 만화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떼거리로 몰려 간 출판만화의 스캔서비스와는 조금 의미부여가 다른 행보이다. 종이의 유한성과 디지털의 무한성이 상충되지 않는 긍정적 교집합을 찾아야 한다.




1,700

<만화가게의 위축>-현재 만화방으로 불리는 대본업소의 수는 총판 자체 집계에 따르면 1,700여 곳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만화가게’라는 골목 문화는 이미 사라졌으며 지금 있는 것은 만화방과 만화카페이다. 도서대여점의 수는 비디오 대여를 겸하는 곳을 포함하여 9천 여 곳으로 잠정 집계한다. 그러나 ‘전국 대여점 외무 연합’이 11월에 출발할 때 그 결성 인원이 200여 명인 것과 실제 구매기능을 유지하는 곳으로 추정한다면 개설 점포의 60%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1,500,000

<정치 패러디 만화 수난>-정치인의 얼굴을 합성한 포스터 등 패러디 물 20여 점을 만든 혐의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된 대학생 ‘신상민’ 씨에게 선고된 벌금은 150만 원이었다. 당시 신문만평과의 형평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지만 그보다는 패러디 만화를 감싸지 못하는 시각에 대한 질타가 더 컸다. 웃음조차 감싸지 못하는 시대의 소심함이 오히려 우습다.




2,000,000

<신 암행어사>-한일 양국에서의 판매 부수 2백 만 권을 돌파하고 만화영화로도 개봉되어 화제를 뿌리고 있는 ‘신 암행어사’는 대중적 인기를 몰고 있다. 당당하게 일본에서 검증받은 우리 작가의 진검 실력이란 점에서 그 의의는 크다. 반면 일본 출판사가 저작권을 갖고 출간한 작품이 ‘대한민국 만화대상’의 인기상 후보라는 점은 여전히 논란이다.




34,000,000

<의적 장길산 분쟁>-황석영 작가가 만화 [의적 장길산]을 34,000,000원에 손해배상 청구했다. 역사적 근거를 토대로 재창조되는 문화 콘텐츠는 표절과 재해석에 있어서 끊임없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자성과 투명한 사회적 기준의 준용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 역사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작품은 대중의 수용 태세를 감안하여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한다.




11,000,000

<소문과 진상>-[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확인된 판매 부수는 천백만 부였다. 그러나 많게는 2천만 부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만화유통의 전근대적인 시스템으로 판매부수를 알아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일반적 상황에서 이번 수치의 공개는 많은 창작자를 무기력하게 했다.




100,000,000

<최고가 수출>-강풀의 [순정만화]가 한국 단행본 만화사상 최고의 금액인 1억 원에 일본 ‘소학관’ 출판사와 계약됐다. 현재까지 그 대상은 제한적이지만 일본시장이 한국 만화를 구하기 위해 방문한다는 변화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이 만화는 영화 등 파생문화로도 확대되고 있다. ‘똥’으로 대변되는 엽기 만화가에서 변신한 강풀 작가가 개척한 ‘장편 웹 카툰’ 시도가 좋은 성과를 이루어 내고 있어 고무적이다.




20,000,000,000

<유통손실 문제>-국내 만화시장의 연간 유통 손실액은 2백억 원이다. 이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관련 사업이 추진 중이나 업계의 복지부동이 만만치 않다. 왜냐하면 외부의 수치기준으로는 손실액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부분이 유통업체들의 생존자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화산업의 큰 틀에서 보면 개선 부분으로 분류되어야 맞다는 것을 현실에 적절히 접목해야 유통 혁신을 진행할 수 있다.




200,000,000,000

<아동용 만화단행본 활황>-학습만화를 포함한 아동용 서점 단행본 시장의 추정치는 베스트셀러 10종으로만 집계해도 2천억 원 이상이다. 한국 출판시장 1조 6천억 원에 비교한다면 적지 않은 시장이다. 이 시장의 확산은 아동용 만화단행본이 곁길이 아니라 대안이라는 말까지 불러 왔다. 실제로 무명 만화가뿐만 아니라 문정후, 이희재, 박산하 등 유명작가들도 대거 참여했고 일본의 유사 분야 종수가 20여 종인데 비해 우리는 300-400여 종이나 출간됐다. 이 성장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극화만화의 기획력 부재와 달리 철저한 기획에 의한 출판물이기 때문이다.





2004년은 여전히 노을처럼 잔잔하다. 긍정적으로 아동만화시장이 외형을 키워주고 온라인 웹진이 창간되어 매체가 증가하고 중앙일간지로 만화가 진입하거나 해외 시장에서의 호평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만화계의 주류 시장은 방향성을 상실하여 침체되어 있으며 제도와 구조의 변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아직도 어디로 가야할 지 찾고 있는 중이라 그 발걸음은 방향성을 찾을 수 없이 좌충우돌하고 있거나 당장 살기위한 한 걸음 옮기기로 치중되어 있다. 게다가 대중문화 간의 다양한 교류에서도 만화의 저작물 위치는 각광받는 듯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 홀대받기도 한다.

이제 만화계는 연말의 뉴스를 정리할 때가 아니라 뉴스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만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새롭게 해야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고민들이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 노력이 없다면 2004년 12월 31일과 새해 1월 1일은 그저 ‘자고 난 다음 날’일 뿐이다.



2004. 12. 25.
주 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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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오기 수정.

#28 항목의 가수 정여진씨의 내용과 관련하여, 매체 인쇄에는 '제2회'로 나갔는데 '제1회'가 맞습니다.

by 쥬피터 | 2005/05/31 22:15 | 기고/발표/연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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