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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화]출판만화 침체를 권하는 사회

ㅣ 특집 ㅣ 2004년 한국 만화계를 돌아본다
출판만화시장의 침체를 권하는 사회


주 모씨




한국만화시장은 ‘호전 VS 침체’의 근거가 공존한다. 올해 초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만화산업 경기지수는 ‘107’(‘약간 호전’의 의미) 포인트였다. 게다가 만화수출 전망지수는 ‘140’이었다. 출판계 전체의 성장률에서도 만화는 상위의 기록을 보이며 작년 전체 출판시장규모에서 만화는 ‘학습참고서-아동-문학’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반기에 들어서자 만화의 해외 수출이 연이어 보도되고 올해 예상액은 600만 달러를 상회하게 됐다. 2001년의 69만 달러, 2002년의 179만 달러, 2003년의 5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수출 증가는 지속적이며 폭발적이다. 이를 근거로 만화에서도 한류 열풍이 분다고 보도되고 있으며 외부에서는 만화산업 성장이 ‘호전’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호전 VS 침체' 엇갈린 분석

그럼에도 만화계 내부의 지난 몇 년은 ‘침체’라는 단어를 간판으로 삼고 있다. 이 외부의 ‘시선’과 내부 ‘체감’의 차이는 만화라는 범위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볼 때, 출판 시장 1, 2위를 다투는 학습참고서와 아동에 부합된 기획만화 시장의 거대한 성장은 만화의 성장과 같다. 전체 한국출판시장 1조 6천억 원 중에 10종의 대형 아동용 기획만화작품 규모만 합산해도 2천억 원이 넘는다. 게다가 신문과 만화의 밀월이 지속되고, 만화 원작의 영화와 드라마 성공도 만화의 성장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내부에서 말하는 만화란, 정서적으로 ‘출판만화 단행본’을 뜻한다. 범위 인식의 차이는 전년의 대한민국만화대상에 [마린블루스]가 선정되고 독자만화대상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이자 만화대상에서 ‘출판’이란 개념을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볼 멘 소리도 나왔다. 외부에서 볼 때는 만화작품인데 내부에서는 한국 만화의 대표로 불인정하는 감정과 상충된 것이다. 물론 모두 만화가 맞지만 만화시장의 정서에서는 출판만화단행본이 주류임을 나타낸 에피소드이다.

내부적 시선에 의한 국낸 만화시장의 어려움은 연초부터 감지되고 있었다. 한국만화만 출간하는 회사들의 만화 포기와 합병, 그리고 주요 출판사의 ‘30억 부도설’은 봄부터 지금까지 유효하다. 다만 국내 만화의 공멸을 두려워해 추가 투자되는 상황이다. 2003년에 신작을 출간하던 유명 작가들이 올해 보이지 않는 것은 중국에서 하청 만화 작업을 하면서 자기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번역만화를 함께 출간하는 만화출판사들은 올 해 서점영업의 강화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기존의 대여시장 축소를 대치하지도 못했고 판매시장으로의 진입 가능성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공사’의 만화사업 축소와 그에 따른 잡지의 폐간, [천국의 신화] 단행본 중단은 상징적인 침체 근거로 꼽힐 수 있다. 일부 성인만화작가가 쇠퇴기로 분류된 대본만화시장에 뛰어 든 이유가 프로덕션의 유지를 위한 고육책인 것도 같은 근거이다.





저작권 침해는 만화산업 침체의 중요 요인

출판만화가 산업적 성공을 거두려면 두 가지 틀을 극복해야 한다. 하나는 출판만화 시장만 목표로 하는 것, 그리고 국내 시장만 고려하는 것이다. 전자는 원작산업화이고 후자는 정서가 유사한 세계만화문화권으로의 진출이다. 이를 위한 전제 혹은 병행 조건은 저작권의 올바른 적용이다. 만화문화가 산업으로 만개하기 위한 저작재산권의 이용허락은 중요한 수단이자 권리가 된다. 올해 불거진 문화일보 이재용 화백의 만평 삭제 사건, 만화관련 축제들의 애니메이션 및 게임 중심화, 정치 패러디 만화의 수난 등과 함께 만화저작권의 침해는 만화산업 침체의 요인 중 중요한 위치를 지닌다. 올해 불거진 주요 사례를 보자.

김준범, 심차섭 작가의 <굿데이> 관련 사건은 작가와의 계약부터 고료 지급, 작품 이용에 걸쳐 전반적으로 침해된 저작권 분쟁 사례이다. 만화저작물은 손쉽게 이용해도 되는 것처럼 계약이 진행되었고 고료는 최후의 지급 순서로 전락했으며 그 작품의 이용은 이용자 임의로 결정되었다. 이러한 전반적 침해는 특정한 사안이 아니라 관행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높여주고 있다.

홍은영 작가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현재 천억 원이 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향후로도 그 성장 규모를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1차 목표인 출판만화 20권 완결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미 사실관계로 드러난 인세 편취보다 더욱 본질적 문제는 만화원작의 해외 수출이나 타 장르 변환에 있어서 철저히 출판만화가 배제되고 소외되는 것과 만화가를 ‘그림 기술자’로 매도하는 현실이다. 또한 상대의 주장처럼 대부분 관행처럼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공개되지 않은 사례들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내게 너무 사랑스런 뚱땡이]의 이희정 작가는 드라마 [두근두근 체인지](MBC)의 표절 의혹을 들어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표절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작가는 세부적인 조항을 조목조목 나열하면서 반박했다. 물론 ‘헐리우드’의 영화 스토리도 ‘36개의 이야기 구조로 되어 있다’는 말이 있지만, 표현을 대상으로 하면 그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현실적으로 만화작가의 독창적 표현과 에피소드의 차용은 수면 아래에서 더 많이 진행되고 있다. 타 문화장르에서 만화는 원작의 창고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소재 공모의 문장에서 ‘감춰진 만화를 소개해 달라’는 주문으로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표현의 표절 시비는 김진 작가의 [바람의 나라]에도 불었다. 현재 양측이 별다른 공방으로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이희정 작가의 사례처럼 만화를 힘들게 하는 올 해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김정화 작가의 [빨강 머리 앤]은 공개된 인세 편취 사건으로 합의 종료됐으며, 이성윤 작가 등이 참여한 [캘리의 만화영어]는 출판권 해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출판된 사건으로 재판 준비 중이다. 만화의 다양한 확대 발전은커녕 기본적인 출판만화저작물에 대한 재산권 침해와 인격권 침해는 아예 그 싹을 밟는 행위와 같다. 이러한 사례들은 출판만화의 산업적 침체를 당연한 결과로 낳는다.



만화 관련 주체들의 건강한 관계설정 시급

만화계에서는 최근까지도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해서 개별 대응 방식을 취했다. 그 여파가 전체에 미치는 것임에도 현실적인 구조적 약자의 입장이 작용하여 공동대응을 회피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사례들 중에는 만화계의 공동 대응 혹은 관심 집중으로 제 권리를 지켜내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고무적인 것이 아니라 당연한 변화이다.

만화계 협회 단체의 관심과 지원은 물론 만화작가들의 관심 표명은 이익단체로서의 임무이기 전에 만화산업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다. <굿데이> 신문사를 상대로 한 대응이나 <가나출판사>를 상대로 한 활동 등은 향후 체계적인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사안에 따라 대응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에 따라 만화계가 대응해야할 범위를 설정해 두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침해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고 저작권 준수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선행되었을 때 사회적인 저작권 관리 실태를 개선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저작물인 만화의 창작자와 그 이용자인 저작재산권자는 한 쪽의 이득을 위해 한 쪽이 희생하는 존재가 아니다. 양자의 긍정적 결합은 출판만화의 침체를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 조건의 충족은 만화의 장르 확대,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담보한다. 손잡아 주지 못할망정 다리를 걸어서야 되겠는가.(끝)



2004. 12. 25.
주 모씨

[월간 우리만화] 12월호(통권 제19호)

by 쥬피터 | 2005/05/31 22:07 | 칼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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