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 로그인  


[우리 만화] 지구촌은 한국만화에 열광하나?

“지구촌은 '한국만화'에 열광하나?”

-제3차 문화콘텐츠산업포럼


주 모씨




가을 비 내리던 지난 10월 1일, [창작산업으로서의 만화, 애니메이션 발전방안]이라는 주제로 <제 3차 문화콘텐츠산업포럼>이 열렸다. 만화 교육 커리큘럼이나 애니메이션 교육 방안도 다루어졌지만 단연 관심을 끈 내용은 ‘만화의 원작산업화’였다. 흔히 이야기되는 ‘OSMU’보다 광의(廣義)이며, 만화산업의 체질개선과 발전전략의 키워드로 ‘원작산업화’가 제기됐다. 당연히 해외 시장의 ‘만화 브랜드’ 위상과 관련된 토론으로 전개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최근 언론 보도의 시각은 포럼의 발제와 동일하다. 우선 몇 가지 최근 기사를 보자.

<지구촌 출판계를 달구는 한국만화들>(중앙일보 2004-10-2)이라는 기사에서는 미국 시장의 ‘만화 호평’이나 ‘라그나로크’(이명진) 100만부 해외 판매, 센트럴 파크 미디어(CPM) 사의 ‘Manhwa’ 브랜드 사용 등을 들어 지구촌 출판계를 달군다고 제목을 달았다. <지구촌 곳곳 한국만화 휘날린다>(경향신문 2004-8-15)에서도 ‘망가’가 아닌 ‘만화’ 브랜드로 한국만화가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고 했으며, <유럽시장 잡아라... 한국만화 총공세>(한국경제 2004-10-6), <만화(Manhwa) 브랜드, 유럽시장 본격 공략>(전자신문 2004-10-6)의 기사에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이 일본의 ‘망가(manga)’와 차별화된 ‘만화(Manhwa)’를 독자 브랜드로 내세워 독일과 프랑스에서 잇달아 ‘한국만화 로드쇼’를 연다고 전했다. 또한 <‘선녀강림’ 등 한류, 美시장서 바람>(연합뉴스 2004-9-15)은 영화, 게임, 캐릭터 등 미국 시장에서의 우리 문화콘텐츠가 선전하고 있다고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언론 보도는 표제에서 한국만화가 자체 브랜드로서 지구촌을 “달구고”, “휘날린다”라고 전한다. 이러한 제목들은 만화가 해외 수출 수치에서 기록할 만한 결과를 보이고, 소개 의미가 아니라 공개경쟁을 통한 해외로 진출한 몇 년 전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일상적이 되었다. 그 시작은 <샌디에고는 지금 한국만화 열기로 가득>(콘텐츠진흥원 2003-7-20)이라는 기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 혹은 포럼과 달리 만화출판계 내부에서는 ‘과연 그렇단 말이냐?’는 시선이 표출됐다. 발제 이후 진행된 토론시간에 만화가 고경일 교수는 “원작 산업화로 가야한다면 먼저 저작권 개념이 투명해야 한다”는 전제를 주장했고 <계간만화> 발행인 이재식 대표는 “원작산업화에 모든 방향을 결집하는 것은 왜곡된 인식에 근거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들은 우리 만화계 내부에서는 이미 회자(膾炙)되었던 배경들이다. 즉, OSMU보다 확대된 개념이 원작산업화인데 OSMU 과정에서 만화원작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문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패널로 참여한 만화평론가 박석환 씨도 지적한 것으로 최근 만화가 김진, 이희정 작가가 TV 드라마 분야에서 발생한 저작권 분쟁에 휘말려 있고, 소송 가액이 국내 출판계 최대 규모라는 홍은영 작가의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런 사례들은 만화의 원작산업화 이전 단계에서도 걸림돌이 그대로 방치된 것이어서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성 방향제시라는 우려를 낳는다. 게다가 원작산업화가 손쉬운 2차 수익 발생이라는 포럼의 접근도 실제에서 반론을 제기받고 있다. 원작산업화의 성공 사례를 예로 들자면, [라그나로크]는 작가가 게임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종신 계약설까지 나올 정도로 깊게 개입한 결과이며,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정부지원방향이 아니라 우연적 결과물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해외 시장을 주요 무대로 하는 원작산업화는 해외 수출과 해외 시장반응을 주요 근거로 제시하는데 만화계 내부의 자조 섞인 분석은 ‘일본 망가의 진출에 묻어서 계약된 만화’라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 ‘망가’와 유사한 콘텐츠를 찾았고 그에 맞는 효용가치를 지녔던 ‘만화’가 계약됐다는 의미이다. 그나마도 이미 검증된 작품들로 50여 종 정도 해외 시장에 진출한 것을 두고 앞으로는 팔만한 콘텐츠도 바닥이라는 내부 의견도 제기됐다. 이런 만화계 입장에 의해서 콘진의 만화산업팀이 제시한 정책목표 중 ‘만화 해외수출 연간 10%대 성장률 유지’는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제기된 반론들은 결국 출판만화의 패러다임과 국내 시장의 제한 등을 극복하기 위해 만화원작 산업화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정책 근거에도 불구하고 너무 앞서가는 것이며 ‘위험한 올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동일한 우리 만화와 해외시장을 놓고 해석은 상이하다. 진실은 무엇일까? 우선 지난 해 게재됐던 콘진의 ‘샌디에고 코미콘’ 기사에 갖는 불신감이 작용했다. ‘한국만화 열기로 가득하다’는 샌디에고에서 한국만화를 담당했던 ‘Tokyopop’의 한국 작가에 대한 설명은 ‘famed manga creator’였다. 그러니 김강원 작가의 작품 소개도 당연히 ‘shojo manga’로 구분됐다. ‘최고의 뉴스메이커는 한국작가’라는 소리도 현지 보도에 따르면 도쿄팝 순정만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발표한 ‘Courtney Love(Kurt Cobain의 미망인)’였다. 이런 상황에서 ‘마블 코믹스’의 원작만화 영화들과 경쟁하게 됐다는 [프리스트]의 경우도 실제는 작은 규모의 ‘도쿄팝’이 미국내 영화화의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의미로 확인되어 보도와 실제의 차이는 더 컸다. 그 연장선에 지금의 언론 보도와 포럼의 발제가 있다.




지구촌은 한국 만화에 열광하지 않는다. 다만 지구촌에 한국 만화를 알려야 할 당위성은 열정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샌디에고 코미콘에서 ‘만화’ 브랜드가 아니라 ‘망가’ 브랜드에 묻혀 계약됐다면 지금은 새로운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서 만화와 관련하여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회사는 '도쿄팝'이다. 그러나 '망가'와 달리 '만화 브랜드'로 차별화를 시도한 'CPM'사는 '도쿄팝'의 4배 규모를 지닌 회사이다. CPM사는 미국에 확산된 ‘망가’와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만화’ 브랜드를 들고 나섰다. 발제를 한 콘진의 박성식 과장은 “서구의 3대 만화대국인 이태리, 프랑스, 영국의 서점에는 독립적으로 '만화 코너'가 개설되어 있으며 이제 해외 수출이라고 할 만한 시도가 시작된 것은 2년 정도였다”는 것을 들어 희망적인 기대치가 아니라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재확인했다. 또한 팔 것이 없다고 주장한 출판업계의 또 다른 의견을 들어 “계속 창작되는 만화의 질적 수준을 볼 때 오히려 5년은 더 팔 것이 있다”고 반론했다.




기본적으로 만화를 둘러싸고 서 있는 거인(巨人)들에 주목해야 한다. 그 거인들은 2차 원작산업시장이든 해외 시장이든 만화매체의 장점이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국내 판매 시장과 대여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은 미봉책(彌縫策)이다. 머리 파마해서 세우면 키가 5cm는 커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아이가 점프를 그만큼 더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근본적 해결책과 미봉책의 차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것은 '우리 시장의 협소함'이고 이는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하고 우리 만화가 살려면 너른 세상으로, 만화를 기반으로 한 널려있는 돈줄들로 뻗어 가야 한다. 그것이 만화의 원작산업화 개념이고 이는 저작권 개선을 포함하여 충분한 인프라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달성될 모습이다.

이제 시작이다. 작가 혼자 용쓰거나 정부 혼자 지원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만화’ 브랜드에 연관된 각 입장이 동일한 시각과 이해를 갖고 한 발씩 움직여야 한다. 물론 현실에선 ‘대원’과 ‘서울’이라는 두 출판사를 거론하게 된다. ‘리딩 컴퍼니’로서.(끝)





2004. 10. [우리만화] 제 17호.

by 쥬피터 | 2005/05/31 21:40 | 칼럼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jumosee.egloos.com/tb/19614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