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5월 31일
[우리 만화] 수상작으로 본 한국만화의 흐름
수상작으로 본 한국만화의 흐름
주 모씨
국내의 만화상으로 한국만화의 흐름을 가늠하기가 가능해 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초기의 만화관련 상은 한국만화의 흐름이나 대중과의 호흡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특정 목적에 의해 주어진 계도성 시상이었다. 1988년부터 1996년까지 진행된 ‘YWCA 우수만화상’이 어린이에게 계몽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만화들을 선정한 것이 그 예이다. 따라서 시상작 선정의 범위와 개념이 ‘만화’ 매체의 다양한 틀거리를 담보하고 제한적 의미가 아닌 전체 수용자의 교감을 반영한 최근의 시상이 분석의 유효범위이다. 흐름은 만화상의 세부 부문의 변화, 그리고 실제 수상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기의 만화상 부문은 단순하게 ‘우수만화’라는 포괄적 의미로 주어졌으며 1990년대까지도 저작, 출판, 공로 부문에 그치다가 후반기에 들어 대상과 신인상이 추가됐다. 특이할 부문 신설은 20세기 끝자락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캐릭터 애니메이션 만화대상’이라는 이름을 세분화화고 대상을 격상시킨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이하 ‘출판만화대상’)은 1999년(9회)에 ‘스토리상’을 신설하여 [먼데이맨](조은하 작)을 선정했다. 2000년(10회)에는 ‘학습만화상’ 신설하여 [우리 천연기념물 어디 있나요](서영수 작), 2002년(12회)에 ‘인기상’ 부문 신설로 [열혈강호](전극진/양재현 작), [아색기가](양영순 작)가 동시 수상했다. 폭발적인 변화는 2003년(13회)로 특별상 [만화로 보는 재즈 역사 100년](남무성), 복간 만화상 [풀 하우스](원수연)를 비롯하여 관련서적, 장편과 단편부문 분리, 인디/언더 상, 온라인 상, 시사풍자 상으로 나타났다.
2002년에 추진된 ‘독자만화대상’은 그 수상 부문에 있어서 기존의 정통 시상들과 차별적이었다. 장편과 단편부문의 분리를 포함하여 시사풍자와 온라인만화를 먼저 도입했다.
관련 만화상의 세부 부문의 변화는 시대의 흐름을 이끈 자료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만화계에서 일어난 변화를 뒤따른 자료임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결론은 명쾌하다. 우리 만화가 어린이용 만화라는 인식의 결과가 초기 만화 관련 수상작으로 나타났다면 이후의 상에 포함된 다양한 세부 시상 부문들처럼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다고 볼 수 있다. 세부 부문에 직접 대입한다면, 스토리 작가의 중요성과 위상이 높아졌고, 학습만화 시장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만화계의 새로운 파이 역할을 한다. 만화매체의 중요한 척도 중 하나는 역시 대중과 호흡하는 매체이고 어린이용 만화에서 탈피한 전 연령대의 매체임이 인기상 신설로 반영됐다. 또한 복간만화의 붐, 관련 서적의 역할, 단편 만화 및 온라인 만화의 급성장, 인디/언더 만화의 독자적 영역 확보도 드러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세부 부문의 변화와 맞물려 선정 작품의 목록 역시 1990년대 말부터 우리 만화의 흐름을 담고 있다. 권선징악 메시지로 전래 동화와 유사한 명랑만화 위주로 한정된 1980년대는 1990년대의 작품성 위주의 선정작으로 조금 확대되어 진행됐다. 이 시기까지도 선정 작품들은 우리 만화의 흐름을 포괄하지 못하고 제한적 의미(시상주체의 개념 설정 범위 내)로 나타났다.
세부 부문의 변화와 동일하게 흐름을 내포할 수 있는 작품들이 등장한 것은 역시 1999년부터이다. 만화 창작의 스토리 중요성과 현재 한국 만화의 스토리 역량 부족이 맞물린 스토리 만화상이 그 신호탄인데 조은하와 김세영, 그리고 윤인완이 수상했다. 다만 이 부문이 이후에 제외된 것이 현재 한국 스토리 작가의 부재함을 웅변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그리 현실과 유리되어 있지 않다.
또한 [빙하에서 살아남기]와 [만화과학사 신문] 등이 선정된 학습만화 부문이 현재까지 유효한 변화이다. 다만 학습만화상은 이전부터 주요 출판상을 독식하다시피 한 전례가 있다. 1990년대 전반에 걸쳐 ‘출판만화 대상’의 ‘출판상’ 부문 수상 결과는 [만화로 보는 현대과학의 세계], [학습만화 세계의 역사], [허풍이의 세계여행], [교양학습만화 조선왕조 500년], [만화로 보는 박물관], [슈퍼 삼국지]로 이어졌다. 이것이 2000년부터 ‘학습만화상’으로 독립한 것은 제 자리를 잡은 변화이다.
현재의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상작은 2000년 ‘출판만화대상’의 ‘신인상’을 동시 수상한 [채널 어니언]과 [또디]로 정통 극화만화 혹은 잡지 연재 후 단행본 출간 형태가 아닌 새로운 형식이 주류에 진입한 사례가 된다. 이 사례의 정점은 2003년을 휩쓴 [마린블루스](정철연 작)이다. ‘이것이 출판만화냐?’는 논란이 일부에서 제기될 정도로 그 형식의 파격성은 시대의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고도 남았다. ‘출판만화 대상’뿐 아니라 ‘독자만화대상’까지 거머쥔 이 작품으로 출판만화대상의 범위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될 상황이다. 형식의 변화는 이후로도 [파페포포 투게더], [스노우 캣], [순정만화] 등으로 지속되고 있다.
한편 [아색기가], [로망스] 등의 작품이 음지에서 양지로 진출한 것은 만화 독자의 저변 확대와 사라진 성인(성애만화가 아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작품을 인정한 것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 만화는 매체의 변화를 겪고 있다. 정통적인 방식이었던 잡지 연재 후 단행본을 출간하는 것이 이제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 수많은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독자와 만나는 접점은 다매체로 발달했고 이 변화를 직시하는 것이 미래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 종이만화가 소멸되지는 않겠지만 독자는 웹 매체에 환호하고 있다.
또한 만화창작의 형태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번성한 장편 스토리 만화는 이제 주류에서 벗어난 형식으로 판단된다. 그 보다는 짜임새 있는 ‘중 단편만화’가 선호되는 시대이다. 미국 시장에서 그림과 액션 중심인 ‘comic book’이 어린이용 만화로 분류되는 반면 글 혹은 스토리가 중심이 되어 작가의 주관적 메시지를 담아 비교적 페이지가 많은 ‘graphic novel’은 문학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억지 대입한다면 한국의 기획단행본 만화가 ‘그래픽 노블’의 개념에 유사하지만 문제는 서점이든 온라인이든 소비자의 다양한 접촉점에서 환영받는 만화는 이제 장편 만화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장편만화가 짜임새 없다거나 단편만화가 짜임새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으로 만화가는 메시지를 담는 짜임새 있는 단편 위주의 만화와 비교적 메시지 전달이 미미한 장편 만화의 두 방향, 그리고 어느 매체와 결합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끝)
2004. 8월호
월간 [우리만화]
주 모씨
주 모씨
국내의 만화상으로 한국만화의 흐름을 가늠하기가 가능해 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초기의 만화관련 상은 한국만화의 흐름이나 대중과의 호흡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특정 목적에 의해 주어진 계도성 시상이었다. 1988년부터 1996년까지 진행된 ‘YWCA 우수만화상’이 어린이에게 계몽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만화들을 선정한 것이 그 예이다. 따라서 시상작 선정의 범위와 개념이 ‘만화’ 매체의 다양한 틀거리를 담보하고 제한적 의미가 아닌 전체 수용자의 교감을 반영한 최근의 시상이 분석의 유효범위이다. 흐름은 만화상의 세부 부문의 변화, 그리고 실제 수상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기의 만화상 부문은 단순하게 ‘우수만화’라는 포괄적 의미로 주어졌으며 1990년대까지도 저작, 출판, 공로 부문에 그치다가 후반기에 들어 대상과 신인상이 추가됐다. 특이할 부문 신설은 20세기 끝자락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캐릭터 애니메이션 만화대상’이라는 이름을 세분화화고 대상을 격상시킨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이하 ‘출판만화대상’)은 1999년(9회)에 ‘스토리상’을 신설하여 [먼데이맨](조은하 작)을 선정했다. 2000년(10회)에는 ‘학습만화상’ 신설하여 [우리 천연기념물 어디 있나요](서영수 작), 2002년(12회)에 ‘인기상’ 부문 신설로 [열혈강호](전극진/양재현 작), [아색기가](양영순 작)가 동시 수상했다. 폭발적인 변화는 2003년(13회)로 특별상 [만화로 보는 재즈 역사 100년](남무성), 복간 만화상 [풀 하우스](원수연)를 비롯하여 관련서적, 장편과 단편부문 분리, 인디/언더 상, 온라인 상, 시사풍자 상으로 나타났다.
2002년에 추진된 ‘독자만화대상’은 그 수상 부문에 있어서 기존의 정통 시상들과 차별적이었다. 장편과 단편부문의 분리를 포함하여 시사풍자와 온라인만화를 먼저 도입했다.
관련 만화상의 세부 부문의 변화는 시대의 흐름을 이끈 자료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만화계에서 일어난 변화를 뒤따른 자료임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결론은 명쾌하다. 우리 만화가 어린이용 만화라는 인식의 결과가 초기 만화 관련 수상작으로 나타났다면 이후의 상에 포함된 다양한 세부 시상 부문들처럼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다고 볼 수 있다. 세부 부문에 직접 대입한다면, 스토리 작가의 중요성과 위상이 높아졌고, 학습만화 시장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만화계의 새로운 파이 역할을 한다. 만화매체의 중요한 척도 중 하나는 역시 대중과 호흡하는 매체이고 어린이용 만화에서 탈피한 전 연령대의 매체임이 인기상 신설로 반영됐다. 또한 복간만화의 붐, 관련 서적의 역할, 단편 만화 및 온라인 만화의 급성장, 인디/언더 만화의 독자적 영역 확보도 드러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세부 부문의 변화와 맞물려 선정 작품의 목록 역시 1990년대 말부터 우리 만화의 흐름을 담고 있다. 권선징악 메시지로 전래 동화와 유사한 명랑만화 위주로 한정된 1980년대는 1990년대의 작품성 위주의 선정작으로 조금 확대되어 진행됐다. 이 시기까지도 선정 작품들은 우리 만화의 흐름을 포괄하지 못하고 제한적 의미(시상주체의 개념 설정 범위 내)로 나타났다.
세부 부문의 변화와 동일하게 흐름을 내포할 수 있는 작품들이 등장한 것은 역시 1999년부터이다. 만화 창작의 스토리 중요성과 현재 한국 만화의 스토리 역량 부족이 맞물린 스토리 만화상이 그 신호탄인데 조은하와 김세영, 그리고 윤인완이 수상했다. 다만 이 부문이 이후에 제외된 것이 현재 한국 스토리 작가의 부재함을 웅변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그리 현실과 유리되어 있지 않다.
또한 [빙하에서 살아남기]와 [만화과학사 신문] 등이 선정된 학습만화 부문이 현재까지 유효한 변화이다. 다만 학습만화상은 이전부터 주요 출판상을 독식하다시피 한 전례가 있다. 1990년대 전반에 걸쳐 ‘출판만화 대상’의 ‘출판상’ 부문 수상 결과는 [만화로 보는 현대과학의 세계], [학습만화 세계의 역사], [허풍이의 세계여행], [교양학습만화 조선왕조 500년], [만화로 보는 박물관], [슈퍼 삼국지]로 이어졌다. 이것이 2000년부터 ‘학습만화상’으로 독립한 것은 제 자리를 잡은 변화이다.
현재의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상작은 2000년 ‘출판만화대상’의 ‘신인상’을 동시 수상한 [채널 어니언]과 [또디]로 정통 극화만화 혹은 잡지 연재 후 단행본 출간 형태가 아닌 새로운 형식이 주류에 진입한 사례가 된다. 이 사례의 정점은 2003년을 휩쓴 [마린블루스](정철연 작)이다. ‘이것이 출판만화냐?’는 논란이 일부에서 제기될 정도로 그 형식의 파격성은 시대의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고도 남았다. ‘출판만화 대상’뿐 아니라 ‘독자만화대상’까지 거머쥔 이 작품으로 출판만화대상의 범위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될 상황이다. 형식의 변화는 이후로도 [파페포포 투게더], [스노우 캣], [순정만화] 등으로 지속되고 있다.
한편 [아색기가], [로망스] 등의 작품이 음지에서 양지로 진출한 것은 만화 독자의 저변 확대와 사라진 성인(성애만화가 아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작품을 인정한 것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 만화는 매체의 변화를 겪고 있다. 정통적인 방식이었던 잡지 연재 후 단행본을 출간하는 것이 이제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 수많은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독자와 만나는 접점은 다매체로 발달했고 이 변화를 직시하는 것이 미래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 종이만화가 소멸되지는 않겠지만 독자는 웹 매체에 환호하고 있다.
또한 만화창작의 형태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번성한 장편 스토리 만화는 이제 주류에서 벗어난 형식으로 판단된다. 그 보다는 짜임새 있는 ‘중 단편만화’가 선호되는 시대이다. 미국 시장에서 그림과 액션 중심인 ‘comic book’이 어린이용 만화로 분류되는 반면 글 혹은 스토리가 중심이 되어 작가의 주관적 메시지를 담아 비교적 페이지가 많은 ‘graphic novel’은 문학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억지 대입한다면 한국의 기획단행본 만화가 ‘그래픽 노블’의 개념에 유사하지만 문제는 서점이든 온라인이든 소비자의 다양한 접촉점에서 환영받는 만화는 이제 장편 만화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장편만화가 짜임새 없다거나 단편만화가 짜임새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으로 만화가는 메시지를 담는 짜임새 있는 단편 위주의 만화와 비교적 메시지 전달이 미미한 장편 만화의 두 방향, 그리고 어느 매체와 결합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끝)
2004. 8월호
월간 [우리만화]
주 모씨
# by | 2005/05/31 21:20 | 칼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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