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5월 31일
[아이큐점프] 힙합, 그리고 프리즈
HIPHOP & Freeze.
-김수용의 [힙합] 완결에 붙여
주모씨
작년 가을, 전세훈 작가와 함께 김 작가를 만났을 때 작품의 마무리를 슬쩍 물었다. 당시 6년이란 연재 기간 때문에 작품의 이야기 전개와 무관하게 일부에서는 ‘끝내야 할 때를 지났다’는 지적이 있었고 장기간 반복된 마감으로 펑크 작가 순위에도 오른 작가의 건강이 염려되기도 했다. 스톱 모션같은 ‘파핑’도 여전히 잘하지만 나온 배를 어쩌랴. 그랬더니 “대만 대회로 태하가 우승할 때”라고 했다. 그렇게 7년 간 화제를 불러 온 [힙합]이 완결됐다.
작가는 지금껏 많은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호기심으로 건네는 ‘댄서 출신 만화가’라는 호칭에 대해 “한 때는 만화 그리는 댄서였지만, 지금은 만화가다”라는 말로 입장을 정리했다. [나간다 우라팡] 이후 두 번째로 발표된 그의 [힙합]이 인기를 얻자 힙합 유행의 덕분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물론 무관하지는 않다. 그러나 ‘시류’란 준비하지 않는 사람에겐 강 건너 잔치일 뿐이다. 댄서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낼 사람이 흔했다면 [힙합]은 운수 좋은 작품이다. 그러나 댄스 만화를 그리려 춤을 배운 사람이 없었기에 만화 [힙합]은 시류에 편승한 운 좋은 작품이 아니다.
쉽게 상상은 안 되지만 작가의 춤 수업은 무용학원을 하는 어머님으로 시작되어 처음엔 고전무용을 배웠다고 했다. 그 이후 마이클 잭슨에 놀라고 당시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댄스가수 박남정과 현진영에게 빠지게 된다. 결국 춤 만화를 그리기 위해 문하생 시절에 댄스 팀에 들어가게 되고 방송에도 출연하게 됐다. 결국 이 선택은 만화를 그리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댄서 출신 만화가’라니 뭘 모르는 질문이다. ‘성태하’가 무작정 시작한 힙합의 세계에서 성장했다면 작가는 작정하고 만화가로 성장했다. 그래서 ‘댄서출신 만화’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는 그의 말은 옳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연재 초기부터 드러나 있다. 작품 내적으로 만화 발전 대안의 하나인 ‘전문만화’, 그리고 내용상 ‘전문적 수준을 지키며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을 이 작품은 충족시켰다는 평가이다. 정적인 출판만화로 힙합의 소리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담아내면서 학원액션 드라마에 편중된 소년 만화를 다양화시켰다는 지적이다. 힙합은 춤이나 패션만이 아니라 문화이기에 ‘랩’은 물론 ‘비-보잉, 디제이잉, 그래피티’를 포괄한다. [힙합]이 댄스 중심이어서 비-보잉(브레이크 댄스)을 위주로 전개됐다면 최근 주목받는 최종훈의 [그래피티]는 또 다른 힙합 문화로 작가의 소재 개척이 낳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외적으로는 다양한 파생상품으로 판권이 계약되어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영화도 만들 계획이었지만 척박한 우리 시장 구조에서 변변한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결정적으로 그가 ‘우리만화 상’을 받았을 때 ‘십 수억 원 벌었냐?’는 이야기에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던 현실이 나는 더 아쉽다. 우리 만화가들이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이 당연하도록 시장이 바뀌어야 한다.
완결된 [힙합]은 오랫동안 기획됐고 연재 중에 몸이 아파 쉴 때도 관련 자료를 구하기 위해 해외를 다니기도 하는 등 철저한 준비의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게돈] 등과 함께 <아이큐 점프>의 대표작으로 보도된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시작이다. 모든 작품을 [힙합]처럼 준비하려면 인생을 작품 수만큼 살아야 하니 이것이 새로운 만화 창작에 버거움으로 작용한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새 작품이 코믹 로봇 만화라고 하니 데뷔 작품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나간다 우라팡]은 만화에 흠뻑 빠져 성장한 작가의 기억과 만화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엮어서 그린 한국 만화에 대한 ‘오마주’다. 힙합을 한 번도 춰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국제대회 동영상을 볼 기회뿐이었는데 인상적인 장면은 댄서가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멈추는 ‘프리즈(Freeze)’였다. 그러나 이 ‘정지된 몸동작’은 박수와 함께 새로운 움직임의 시작이기도 했다. 작품 완결은 작가의 ‘프리즈’다. 그리고 새 몸짓은 온전히 작가의 몫이다. 새 작품이 어떤 소재이든 이전 작품보다 더 많이 팔리는 만화가 성장의 전부는 아니다. 아이 아빠로서 물구나무 선 ‘프리즈’는 무리겠지만 그의 말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의 만화 ‘프리즈’는 계속 보여 주길 바란다.(끝)
아이큐 점프 2004년 6월 1일 자
--------------------------------
언론 보도
http://find.sportsseoul.com/article/view.asp?DBKEY=433460&startdate=20040531&enddate=20050531&date_flag=1&line_scope=5&Search_String=김수용%20@%20힙합&preQU=김수용%20@%20힙합&pg=0&search_kind=total
-김수용의 [힙합] 완결에 붙여
주모씨
작년 가을, 전세훈 작가와 함께 김 작가를 만났을 때 작품의 마무리를 슬쩍 물었다. 당시 6년이란 연재 기간 때문에 작품의 이야기 전개와 무관하게 일부에서는 ‘끝내야 할 때를 지났다’는 지적이 있었고 장기간 반복된 마감으로 펑크 작가 순위에도 오른 작가의 건강이 염려되기도 했다. 스톱 모션같은 ‘파핑’도 여전히 잘하지만 나온 배를 어쩌랴. 그랬더니 “대만 대회로 태하가 우승할 때”라고 했다. 그렇게 7년 간 화제를 불러 온 [힙합]이 완결됐다.
작가는 지금껏 많은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호기심으로 건네는 ‘댄서 출신 만화가’라는 호칭에 대해 “한 때는 만화 그리는 댄서였지만, 지금은 만화가다”라는 말로 입장을 정리했다. [나간다 우라팡] 이후 두 번째로 발표된 그의 [힙합]이 인기를 얻자 힙합 유행의 덕분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물론 무관하지는 않다. 그러나 ‘시류’란 준비하지 않는 사람에겐 강 건너 잔치일 뿐이다. 댄서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낼 사람이 흔했다면 [힙합]은 운수 좋은 작품이다. 그러나 댄스 만화를 그리려 춤을 배운 사람이 없었기에 만화 [힙합]은 시류에 편승한 운 좋은 작품이 아니다.
쉽게 상상은 안 되지만 작가의 춤 수업은 무용학원을 하는 어머님으로 시작되어 처음엔 고전무용을 배웠다고 했다. 그 이후 마이클 잭슨에 놀라고 당시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댄스가수 박남정과 현진영에게 빠지게 된다. 결국 춤 만화를 그리기 위해 문하생 시절에 댄스 팀에 들어가게 되고 방송에도 출연하게 됐다. 결국 이 선택은 만화를 그리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댄서 출신 만화가’라니 뭘 모르는 질문이다. ‘성태하’가 무작정 시작한 힙합의 세계에서 성장했다면 작가는 작정하고 만화가로 성장했다. 그래서 ‘댄서출신 만화’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는 그의 말은 옳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연재 초기부터 드러나 있다. 작품 내적으로 만화 발전 대안의 하나인 ‘전문만화’, 그리고 내용상 ‘전문적 수준을 지키며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을 이 작품은 충족시켰다는 평가이다. 정적인 출판만화로 힙합의 소리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담아내면서 학원액션 드라마에 편중된 소년 만화를 다양화시켰다는 지적이다. 힙합은 춤이나 패션만이 아니라 문화이기에 ‘랩’은 물론 ‘비-보잉, 디제이잉, 그래피티’를 포괄한다. [힙합]이 댄스 중심이어서 비-보잉(브레이크 댄스)을 위주로 전개됐다면 최근 주목받는 최종훈의 [그래피티]는 또 다른 힙합 문화로 작가의 소재 개척이 낳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외적으로는 다양한 파생상품으로 판권이 계약되어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영화도 만들 계획이었지만 척박한 우리 시장 구조에서 변변한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결정적으로 그가 ‘우리만화 상’을 받았을 때 ‘십 수억 원 벌었냐?’는 이야기에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던 현실이 나는 더 아쉽다. 우리 만화가들이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이 당연하도록 시장이 바뀌어야 한다.
완결된 [힙합]은 오랫동안 기획됐고 연재 중에 몸이 아파 쉴 때도 관련 자료를 구하기 위해 해외를 다니기도 하는 등 철저한 준비의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게돈] 등과 함께 <아이큐 점프>의 대표작으로 보도된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시작이다. 모든 작품을 [힙합]처럼 준비하려면 인생을 작품 수만큼 살아야 하니 이것이 새로운 만화 창작에 버거움으로 작용한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새 작품이 코믹 로봇 만화라고 하니 데뷔 작품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나간다 우라팡]은 만화에 흠뻑 빠져 성장한 작가의 기억과 만화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엮어서 그린 한국 만화에 대한 ‘오마주’다. 힙합을 한 번도 춰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국제대회 동영상을 볼 기회뿐이었는데 인상적인 장면은 댄서가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멈추는 ‘프리즈(Freeze)’였다. 그러나 이 ‘정지된 몸동작’은 박수와 함께 새로운 움직임의 시작이기도 했다. 작품 완결은 작가의 ‘프리즈’다. 그리고 새 몸짓은 온전히 작가의 몫이다. 새 작품이 어떤 소재이든 이전 작품보다 더 많이 팔리는 만화가 성장의 전부는 아니다. 아이 아빠로서 물구나무 선 ‘프리즈’는 무리겠지만 그의 말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의 만화 ‘프리즈’는 계속 보여 주길 바란다.(끝)
아이큐 점프 2004년 6월 1일 자
--------------------------------
언론 보도
http://find.sportsseoul.com/article/view.asp?DBKEY=433460&startdate=20040531&enddate=20050531&date_flag=1&line_scope=5&Search_String=김수용%20@%20힙합&preQU=김수용%20@%20힙합&pg=0&search_kind=total
# by | 2005/05/31 20:23 | 칼럼 | 트랙백 | 덧글(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다만, 우리나라 만화 작품군에서 특정한 분야의 전문적 소재를 다룬 작품이 아직은 많지 않은 상태라 '힙합'이 갖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의 물방울'이나 '식객'이나 흔치 않은 소재를 이야기로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를 만화로 접한 뒤 선무당 수준이지만 와인과 한국의 맛을 주절거릴 수 있는 행복을 느낀 사람이 꽤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처럼 힙합이 지금은 흔하지만 처음 이 만화가 나올 땐 지금보다 더 소수들의 문화였었죠. 여하튼 특정한 분야의 세계를 다룬 만화에 약간의 정이 더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