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5월 31일
[영점프] 하나씩 이루어 간다는 것
'하나씩 이루어 간다는 것'
-문화 발전은 순차적이다-
많이 바란 것도 아니다.
어떤 목적들은 그 방법의 선택에 따라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목적들은 이루어 가는 과정이 물리적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그림1) 상식이지만 결실은 계절을 지나야 맛 볼 수 있는 결과물인 것과 같다. 그러하다면 우리 만화계가 바라는 결실은 무엇인가. 만화계가 바라는 결실은 과도한 욕심이 아니었다. 그저 소박하게 자기가 그리고 싶은 만화를 그릴 수 있고 그 창작의 결과와 사회적 인식이 정당하게 돌아오기를 바랐다. 이전까지 그 목적은 늘 있어 왔지만 그 곳으로 가는 걸음은 더디게 전진했다. 그러나 희망은 언제나 있듯이 올 해 들어 몇 가지 들려 온 변화의 의미는 그 곳으로 가고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게 된다. 1월부터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의 소식을 먼저 들춰본다.
두터운 만화작가의 구조
1월 1일, 작년에 한 권이라도 만화책을 출판한 프로 작가의 수는 몇 명일까? 일일만화와 교양학습만화를 제외하면 548명(도표 참조)에 이른다(자료출처-yearbook). 단행본 출판을 프로 작가의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 만화작가의 층은 그리 얇지 않다는 증거이다. 물론 53.3%인 292명이 단 한 권만 출판했고 7권부터의 90여 권의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작가는 1%에 불과하다.
게다가 올해 1월 17일 단행본 출간으로 국내 최연소 작가가 등장한 것은 하나의 상징이다. 부천의 수주초등학교 5학년인 기새림 양(그림2)은 이제 12세이다. 3학년 때 창작 캐릭터 '꼬불이'를 개발했고 그를 바탕으로 그려낸 [자장면을 먹은 꼬불이](그림3)가 이번에 출간되어 당당한 작가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 여파는 미미하지만 만화사에 한 줄을 차지할 뉴스이다. '둘리'를 뛰어 넘을 야무진 꿈을 가진 소녀 작가에서부터 원로 작가에 이르기까지 골고른 연배의 작가층은 특히 대만의 만화가들이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러한 우리 작가의 골고른 분포층은 발전 가능성의 기반이 된다.
앙굴렘의 우리 만화
1월 23일, 만화 축제의 최고 권위를 지니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앙굴렘시(그림4)에서 개최된 축제의 주인공은 한국의 만화였다. 30년 역사의 이 축제에서 특별전으로 본다면 일본의 망가와 미국의 코믹스, 그리고 우리 만화가 같은 대우를 받은 셈이다. 일본이 '망가 특별전' 때 4명의 작가로 구성한 것과 비교해 19명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됐고 그들에게는 신기할 수도 있는 모바일 만화로 인터넷 강국의 잇점을 충분히 드러내기도 했다.
그들에게 알려진 우리 만화라고는 일본 만화 출판에 포함되어 선 보였던 이현세 작 [아마겟돈]과 [엔젤 딕](그림5)뿐이었는데 이번 전시회로 우리의 만화 위상이 많이 개선되었다. 우리 만화가들은 작품에 싸인을 해 주며 모바일 만화의 설명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 망가와는 다른 만화적 연출과 그림으로 인기를 끈 [아색기가]류의 만화는 출판 계약이 진행되기도 했다. 물론 아직도 그들이 열광하는 것은 망가이다. [아키라]를 만든 '오토모 가츠히로'(그림6)의 강연회에 밀려든 인파는 망가의 뿌리깊은 영향력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에피소드이다.
1972년에 만화 작가, 출판업자 등이 주도하여 발표한 '천만개의 영상'이라는 전시회에 자극받은 시 당국이 1974년부터 정식 명칭인 '앙굴렘 국제 만화페스티벌'로 첫 축제를 열었다. 이 때만해도 지역의 행사였는데 이로부터 8년 뒤에는 프랑스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 후 전시 작품이 미국에서도 반향을 불러와 프랑스 만화의 미국 수출이 이루어지고 앙굴렘은 만화문화의 상징적인 메카가 됐다. 우리의 시카프가 올해부터 10억 씩 10년간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발전은 자본의 문제로만 결정이 되지 않는다. 행사의 규모에 걸맞는 질적인 성장이 뒷받침되야 한다. 그것이 관계자와 작가의 몫으로 남아 있지만 그 여력이 되는 자본의 유입은 이루어졌다.
이현세의 경우
1월 24일, 대법원에서 이현세 작가의 [천국의 신화]가 무죄로 확정 판결을 받았다. 물론 이 판결의 요지가 작가의 주장을 받아들여 청소년에게 음란한 만화가 아닌 작품이라고 명확히 밝힌 것은 아니다. 다만 작가에게 적용됐던 미성년자 보호법 제2조가 위헌 결정이 났기 때문에 검사의 상고가 기각되어 결과적으로 무죄가 된 것이다. 그것도 '검사 상고 기각'이라는 단 여섯 단어로 표시됐다. 이 부분은 지난 6년간 창작 의욕마저 상실하고 법정에 들락거린 작가가 가장 허탈해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화계에서는 원래의 항소 사유였던 '창작의 자유'가 법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로 보려 한다. 감정적으로 동조되는 해석이다. 반면 아직도 본래의 목적이었던 창작 자유는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다만 청보법 이전의 악법이 확실하게 정리되었다는 진일보된 상황임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의 정형모 기자는 '만화강국 대한민국이 되기 위한 시련'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일련의 사태로 구성된 비상대책 위원회는 발전적 해체를 선언(그림7)하면서 '모든 작가들은 이번 판결을 시점으로 우리들의 창작품이 더욱 가치 있는 문화로 사랑 받을 수 있도록 창작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 연구에 거는 기대
2월 14일, 언론에 보도된 만화 저작권 관련 소식은 현재 만화계의 최대 이슈인 대여권 문제를 다뤘다. 대여체제 상황이 우리 만화계 침체의 원인 중 하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그 동안의 논의는 일부에서만 제기되어 왔고 실무적인 진전은 답보 상태였다. 이전의 칼럼에서 다뤘듯이 올해의 주요 관심사는 문화콘텐츠진흥원이 '만화 저작권 연구'를 의뢰하여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그 세부적인 연구 결과가 당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요술방망이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대여체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보 전진인 것은 분명하다. 기존의 대여점 철폐(그림8)나 완전 서점 유통의 강제화 등은 그 실현 가능성이 낮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창작품의 유통과 그 결과의 공정한 배분이라는 당위성은 언제나 상위의 정당함이다. 게다가 구매 문화의 진입은 작가의 창작 의욕이 고취되고 작품의 질적 상승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여진다. 게다가 만화잡지 시장의 성장도 예견된다. 빌려 보는 문화에서는 만화 정보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었다. 투자 위험도가 낮기 때문인데 사서 보기 위해서는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현재 그 정보 전달의 역할을 대부분 소유하는 것이 잡지 매체인 것이다.
다만 저작권 연구의 결과로 대여에 따른 이득 분배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할 때 대여 횟수에 따른 방안보다는 서점용과 대여용의 시차 구분이나 대여용 도서정가 구분 적용 등의 방향이 되었으면 한다. 초기투자비용이 저렴하고 제도의 시행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안은 법적인 뒷받침만 된다면 당장의 출판물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대여유통의 업체들도 구조 조정이 되어야 한다. 언제나 문제의 초점은 이것이다. 만화란 작가에게는 생명이고 유통업 종사자에게는 대부분 선택사항이라는 것이다.
출판만화산업발전협의회 의결 사항
2월 7일, 문화부 회의실에서 지난해 11월에 결성된 이 협의회가 1차 회의를 가졌다. 이 협의회는 국내 출판만화와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가 각자의 특성을 살려 역할을 분담하고 조율함으로써 중복된 투자와 낭비를 막자는 데 합의했다. 12개 기관 및 단체(그림9)가 참석한 이 결정은 긍정적인 결과들을 기대하게 한다. 지금까지의 외형 위주의 지원 내역이 실제 만화계에 필요한 효율적 투자로 이어지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국내 만화 산업의 침체를 반전하기 위해서 전략의 수립이나 그의 실행 기관이 전문화된 사업을 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중복되는 진행들이 많았다. 그것이 효율적인 분담으로 협력이 이루어지므로 정책의 시행이 보다 효과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다.
만화의 제자리 찾기
위에 열거한 일련의 상황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이것들이 과정이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다소 과격한 말처럼 만화의 제자리 찾기도 하늘에서 뚝 떨어져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은 행동이라도 지속적으로 있어야 하고 문제 제기는 당연히 선행되어야 한다.
목표와 몽상의 차이는 과정의 있고 없음이다. 현재의 위치가 불합리하고 왜곡되어 있다고 위축되어 절망하는 것은 최하의 선택이다. 미래의 올바른 위치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밟아야 할 단계가 있고, 그 계단을 하나씩 디디고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또 복권의 1등 당첨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즐거운 상상을 하는 사람들도 먼저 복권 구입이라는 과정을 당연히 밟는다.(그림10) 비교가 적절치 않더라도 의미는 분명하다. 한국출판만화의 미래를 희망으로 그리자면 오늘 해야할 일들이 당연히 있다.
문화는 한 순간에 성립되지 않는다.
선진국이라는 기준이나 문화라는 의미는 강제적으로 성장시키기 어렵다. 그만큼 과정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것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언론에서 흔히 사용하는 '졸부'의 개념을 대입하면 된다. 부자 인간이 되었다고 해서 교양있는 인간이 되었다는 말이 아닌 것처럼 외형적으로 세계 만화 시장의 3위 국가라는 위상이 만화 문화의 3위 자리를 공유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와 관계자, 독자가 만화 문화의 제대로 된 공유를 하기 위해서는 올해 들어 벌어지는 이러한 단계를 하나씩 이루어 가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만화가 점점 더 성장해 갈 것이라고 믿는다.(끝)
영점프 6호(23회)
주 모씨
-문화 발전은 순차적이다-
많이 바란 것도 아니다.
어떤 목적들은 그 방법의 선택에 따라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목적들은 이루어 가는 과정이 물리적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그림1) 상식이지만 결실은 계절을 지나야 맛 볼 수 있는 결과물인 것과 같다. 그러하다면 우리 만화계가 바라는 결실은 무엇인가. 만화계가 바라는 결실은 과도한 욕심이 아니었다. 그저 소박하게 자기가 그리고 싶은 만화를 그릴 수 있고 그 창작의 결과와 사회적 인식이 정당하게 돌아오기를 바랐다. 이전까지 그 목적은 늘 있어 왔지만 그 곳으로 가는 걸음은 더디게 전진했다. 그러나 희망은 언제나 있듯이 올 해 들어 몇 가지 들려 온 변화의 의미는 그 곳으로 가고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게 된다. 1월부터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의 소식을 먼저 들춰본다.
두터운 만화작가의 구조
1월 1일, 작년에 한 권이라도 만화책을 출판한 프로 작가의 수는 몇 명일까? 일일만화와 교양학습만화를 제외하면 548명(도표 참조)에 이른다(자료출처-yearbook). 단행본 출판을 프로 작가의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 만화작가의 층은 그리 얇지 않다는 증거이다. 물론 53.3%인 292명이 단 한 권만 출판했고 7권부터의 90여 권의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작가는 1%에 불과하다.
게다가 올해 1월 17일 단행본 출간으로 국내 최연소 작가가 등장한 것은 하나의 상징이다. 부천의 수주초등학교 5학년인 기새림 양(그림2)은 이제 12세이다. 3학년 때 창작 캐릭터 '꼬불이'를 개발했고 그를 바탕으로 그려낸 [자장면을 먹은 꼬불이](그림3)가 이번에 출간되어 당당한 작가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 여파는 미미하지만 만화사에 한 줄을 차지할 뉴스이다. '둘리'를 뛰어 넘을 야무진 꿈을 가진 소녀 작가에서부터 원로 작가에 이르기까지 골고른 연배의 작가층은 특히 대만의 만화가들이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러한 우리 작가의 골고른 분포층은 발전 가능성의 기반이 된다.
앙굴렘의 우리 만화
1월 23일, 만화 축제의 최고 권위를 지니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앙굴렘시(그림4)에서 개최된 축제의 주인공은 한국의 만화였다. 30년 역사의 이 축제에서 특별전으로 본다면 일본의 망가와 미국의 코믹스, 그리고 우리 만화가 같은 대우를 받은 셈이다. 일본이 '망가 특별전' 때 4명의 작가로 구성한 것과 비교해 19명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됐고 그들에게는 신기할 수도 있는 모바일 만화로 인터넷 강국의 잇점을 충분히 드러내기도 했다.
그들에게 알려진 우리 만화라고는 일본 만화 출판에 포함되어 선 보였던 이현세 작 [아마겟돈]과 [엔젤 딕](그림5)뿐이었는데 이번 전시회로 우리의 만화 위상이 많이 개선되었다. 우리 만화가들은 작품에 싸인을 해 주며 모바일 만화의 설명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 망가와는 다른 만화적 연출과 그림으로 인기를 끈 [아색기가]류의 만화는 출판 계약이 진행되기도 했다. 물론 아직도 그들이 열광하는 것은 망가이다. [아키라]를 만든 '오토모 가츠히로'(그림6)의 강연회에 밀려든 인파는 망가의 뿌리깊은 영향력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에피소드이다.
1972년에 만화 작가, 출판업자 등이 주도하여 발표한 '천만개의 영상'이라는 전시회에 자극받은 시 당국이 1974년부터 정식 명칭인 '앙굴렘 국제 만화페스티벌'로 첫 축제를 열었다. 이 때만해도 지역의 행사였는데 이로부터 8년 뒤에는 프랑스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 후 전시 작품이 미국에서도 반향을 불러와 프랑스 만화의 미국 수출이 이루어지고 앙굴렘은 만화문화의 상징적인 메카가 됐다. 우리의 시카프가 올해부터 10억 씩 10년간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발전은 자본의 문제로만 결정이 되지 않는다. 행사의 규모에 걸맞는 질적인 성장이 뒷받침되야 한다. 그것이 관계자와 작가의 몫으로 남아 있지만 그 여력이 되는 자본의 유입은 이루어졌다.
이현세의 경우
1월 24일, 대법원에서 이현세 작가의 [천국의 신화]가 무죄로 확정 판결을 받았다. 물론 이 판결의 요지가 작가의 주장을 받아들여 청소년에게 음란한 만화가 아닌 작품이라고 명확히 밝힌 것은 아니다. 다만 작가에게 적용됐던 미성년자 보호법 제2조가 위헌 결정이 났기 때문에 검사의 상고가 기각되어 결과적으로 무죄가 된 것이다. 그것도 '검사 상고 기각'이라는 단 여섯 단어로 표시됐다. 이 부분은 지난 6년간 창작 의욕마저 상실하고 법정에 들락거린 작가가 가장 허탈해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화계에서는 원래의 항소 사유였던 '창작의 자유'가 법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로 보려 한다. 감정적으로 동조되는 해석이다. 반면 아직도 본래의 목적이었던 창작 자유는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다만 청보법 이전의 악법이 확실하게 정리되었다는 진일보된 상황임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의 정형모 기자는 '만화강국 대한민국이 되기 위한 시련'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일련의 사태로 구성된 비상대책 위원회는 발전적 해체를 선언(그림7)하면서 '모든 작가들은 이번 판결을 시점으로 우리들의 창작품이 더욱 가치 있는 문화로 사랑 받을 수 있도록 창작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 연구에 거는 기대
2월 14일, 언론에 보도된 만화 저작권 관련 소식은 현재 만화계의 최대 이슈인 대여권 문제를 다뤘다. 대여체제 상황이 우리 만화계 침체의 원인 중 하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그 동안의 논의는 일부에서만 제기되어 왔고 실무적인 진전은 답보 상태였다. 이전의 칼럼에서 다뤘듯이 올해의 주요 관심사는 문화콘텐츠진흥원이 '만화 저작권 연구'를 의뢰하여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그 세부적인 연구 결과가 당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요술방망이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대여체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보 전진인 것은 분명하다. 기존의 대여점 철폐(그림8)나 완전 서점 유통의 강제화 등은 그 실현 가능성이 낮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창작품의 유통과 그 결과의 공정한 배분이라는 당위성은 언제나 상위의 정당함이다. 게다가 구매 문화의 진입은 작가의 창작 의욕이 고취되고 작품의 질적 상승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여진다. 게다가 만화잡지 시장의 성장도 예견된다. 빌려 보는 문화에서는 만화 정보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었다. 투자 위험도가 낮기 때문인데 사서 보기 위해서는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현재 그 정보 전달의 역할을 대부분 소유하는 것이 잡지 매체인 것이다.
다만 저작권 연구의 결과로 대여에 따른 이득 분배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할 때 대여 횟수에 따른 방안보다는 서점용과 대여용의 시차 구분이나 대여용 도서정가 구분 적용 등의 방향이 되었으면 한다. 초기투자비용이 저렴하고 제도의 시행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안은 법적인 뒷받침만 된다면 당장의 출판물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대여유통의 업체들도 구조 조정이 되어야 한다. 언제나 문제의 초점은 이것이다. 만화란 작가에게는 생명이고 유통업 종사자에게는 대부분 선택사항이라는 것이다.
출판만화산업발전협의회 의결 사항
2월 7일, 문화부 회의실에서 지난해 11월에 결성된 이 협의회가 1차 회의를 가졌다. 이 협의회는 국내 출판만화와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가 각자의 특성을 살려 역할을 분담하고 조율함으로써 중복된 투자와 낭비를 막자는 데 합의했다. 12개 기관 및 단체(그림9)가 참석한 이 결정은 긍정적인 결과들을 기대하게 한다. 지금까지의 외형 위주의 지원 내역이 실제 만화계에 필요한 효율적 투자로 이어지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국내 만화 산업의 침체를 반전하기 위해서 전략의 수립이나 그의 실행 기관이 전문화된 사업을 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중복되는 진행들이 많았다. 그것이 효율적인 분담으로 협력이 이루어지므로 정책의 시행이 보다 효과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다.
만화의 제자리 찾기
위에 열거한 일련의 상황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이것들이 과정이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다소 과격한 말처럼 만화의 제자리 찾기도 하늘에서 뚝 떨어져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은 행동이라도 지속적으로 있어야 하고 문제 제기는 당연히 선행되어야 한다.
목표와 몽상의 차이는 과정의 있고 없음이다. 현재의 위치가 불합리하고 왜곡되어 있다고 위축되어 절망하는 것은 최하의 선택이다. 미래의 올바른 위치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밟아야 할 단계가 있고, 그 계단을 하나씩 디디고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또 복권의 1등 당첨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즐거운 상상을 하는 사람들도 먼저 복권 구입이라는 과정을 당연히 밟는다.(그림10) 비교가 적절치 않더라도 의미는 분명하다. 한국출판만화의 미래를 희망으로 그리자면 오늘 해야할 일들이 당연히 있다.
문화는 한 순간에 성립되지 않는다.
선진국이라는 기준이나 문화라는 의미는 강제적으로 성장시키기 어렵다. 그만큼 과정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것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언론에서 흔히 사용하는 '졸부'의 개념을 대입하면 된다. 부자 인간이 되었다고 해서 교양있는 인간이 되었다는 말이 아닌 것처럼 외형적으로 세계 만화 시장의 3위 국가라는 위상이 만화 문화의 3위 자리를 공유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와 관계자, 독자가 만화 문화의 제대로 된 공유를 하기 위해서는 올해 들어 벌어지는 이러한 단계를 하나씩 이루어 가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만화가 점점 더 성장해 갈 것이라고 믿는다.(끝)
영점프 6호(23회)
주 모씨
# by | 2005/05/31 18:43 | 칼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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