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5월 31일
[영점프] 망가 따라가지 마라
'망가는 망가일 뿐 따라하지 말자!'
-일본만화시장 침체의 의미-
지하철에서 이제 만화를 버리지 않는 일본
'오타쿠(おたく)'의 대부로 통하는 '가이낙스'의 창업자 오카다 토시오는 일본의 만화잡지를 오타쿠의 시선으로 '라면집의 <메거진>, 만화연구회의 <선데이>, 선반의 <점프>'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각 잡지의 특성을 말한다. 즉 '폭주족 이야기나 스포츠 취향의 기사가 많은 <소년 매거진>은 라면집에서 주로 읽히고, 도시 감각의 매니아를 상대하는 <소년 선데이>는 고등학교 만화서클, 잡다한 <소년 점프>는 지하철 선반에 버려진다'는 뜻이다.
이 중에 '선반에 버려지는 만화잡지'란 말은 전설처럼 들리는 일본 만화출판의 양적 규모가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를 상징하는 문구가 됐다. 우리는 그와 유사한 경험을 스포츠 신문을 보고 나서 지하철 선반에 그대로 버리는 것으로 체감한다. 몇 백원하는 신문의 저렴성과 구독의 용이성 등이 가능하게 한 결과이며 이런 일본의 만화잡지 시장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동경의 순환선인 '야마노테 라인(山水線)'에 버려지는 잡지는 일본의 공원에서 쉽게 습득할 수 있었던 연애소설이 사라진 것처럼 극히 드문 일이 되어 버렸다.(그림1-지하철의 만화광고들) 이는 일본 출판 관계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드래곤 볼]과 [슬램덩크]의 대박으로 하나의 잡지 발행부수가 600만부를 넘던 호황기의 추억일 뿐이다.
흔들리는 만화왕국 일본
만화왕국이라는 말은 출판물 중에서 만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말과 같다. 즉 전체 판매액수의 23%, 판매부수의 38%를 차지하는 망가가 1995년의 호황을 지나 2000년까지 6천억원이 감소했다. 잘 나가던 일본의 만화출판계가 호황을 지나 어렵다는 것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일본 출판만화가 독자에게 이르는 과정의 몇 가지를 보니 느낌은 구체화된다.
-만화잡지의 위축
1995년 13억 4,300만부의 발행부수는 2001년 기준으로 10억 2,100만부로 줄었다.(그림2-도표) 잡지 시장의 위축은 과거에 완결된 작품만을 전문으로 재연재하는 <죠&휴마>라는 잡지의 등장으로 정점을 이룬다. 복간 출판이 아니라 재 연재이다. 또한 300만부가 넘는 잡지는 고단샤의 <주간소년 매거진>과 슈에이샤의 <주간 소년점프> 2종뿐이다. 물론 순위상 100등인 쇼가쿠간의 'FEEL YOUNG'이라는 잡지라도 10만부가 발행되는 건 아직 저변이 튼실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화서점(서점과 중고 유통망)
일본의 장점 중 하나는 방대하고 조직적인 판매 시장이다. 이 시장의 첨병은 곳곳의 만화서점(그림3-판매서점들)이며 만화를 제외하고 서적을 취급하는 곳은 다른 분야의 전문서점뿐이다. 이러한 여건을 우리는 부러워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을 개탄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 서점들도 도시의 중심권에서 변두리 지역으로 이전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업종의 점포로 매매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역시 일본도 만화서점의 자리에 젊은이들이 즐기는 관심 문화의 점포가 들어서고 있으며 그것은 게임과 영상문화에 집중되어 있다.
중고만화유통의 대표적 상징인 '만다라케'(그림4)와 '북오프'의 경우, 만다라케는 아직 그 중고만화의 메카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간을 중고만화화 시키는 북오프는 조금 둔화되고 있다. 이것은 독자에게 구입한 작품의 외형을 가공하는 단계에서 2차 저작권이 문제가 되어 운영상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만화에 대한 관심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다른 인기 문화로 이전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절묘한 대안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망가 카페
대여점은 없지만 일본에도 만화방은 꽤 있다.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망가 카페 업체인 'GERAGERA'는 신주쿠 중심가에만 6곳의 업소를 관리하고 있다.(그림5) 인터넷 이용을 겸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만화콘텐츠를 보는 곳이다. 시간제 개념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시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다만 우리와 달리 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하여 문제가 될 정도가 아니다. 최근에는 'e-comic'이라는 업체도 생겨나 출판 만화와 디지털화 된 만화를 한 곳의 빌딩(그림6)에 모아놓고 서비스하고 있다.
-온라인 만화
일본의 관심은 인터넷보다는 이동통신과 만화의 결합에 치우쳐 있다. 일본의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브로드밴드의 가입자가 500만명 정도인 반면 이동전화 가입자는 8,000만명에 이르고 있는 여건이 중요한 요인이다. 더구나 가입자 중 75%가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일본 만화계의 관심을 이동전화에 집중하게 했고 이 시장은 '반다이 네트워크'가 주도하고 있다. 오프라인(출판) 만화의 상대적 개념인 온라인 만화는 아직 전자북의 형태가 주류를 이룬다. 오히려 인터넷에서는 캐릭터와의 결합이 두드러진다.
일본 출판사들의 고민과 모색
침체일로의 일본 만화가 2001년에 판매량의 소폭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는 1999년부터 출간된 '염가판' 시리즈 작전의 결과였다. 쇼가쿠간이 주도한 이 시장은 '빅 코믹스'라는 장르로 형성됐는데 신간의 1/3 가격으로 편의점을 공략해 판매량의 회복을 주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북오프(신고서점)'와 맞물려 신간 판매량의 저하를 가져왔다. 당장의 매출 증가를 노린 전략이 결국엔 만화 출판의 걸림돌이 됐다.
이에 대응하는 일본 출판계는 구조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출판사, 유통회사, 서점이 합병, 제휴, 협력관계로 구체화되고 IT산업과의 연계 또한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전자서적 판매 사이트인 '전자문고 PABURI'의 출발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와 같은 문화적 이유로 출판만화로의 승부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만화를 보는 습성이 '종이를 넘기며 보는 것이 제격'이라는 오래된 관습 때문이다.
만화의 망가탈바가지 쓰기
일본이 어렵다는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다만 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만화, 즉 '망가'를 산업적 모델로 따라가는 우리 만화에 대한 우려이다.
지금 세계 만화정보의 70% 이상이 유통되는 앙굴렘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세번째 주빈국(Guest of Honor)으로 초대받은 나라가 한국이다. 지금까지 해외 만화페스티벌에서 한국 만화는 망가였다. 그 이유는 우리가 대만무협만화나 프랑스, 미국의 만화를 보면 망가가 아닌 것(그림7)을 아는데 한국만화를 보는 외국의 시각에서는 대부분이 일본 만화와 구별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있다. 이것은 일제 강점기 이후 갑자기 다가온 근대시기에 한국만화가 신문에 있어서는 유럽의 만화를, 만화책은 일본의 방식을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만화 단행본의 장편 서사구조나 잡지 연재 후 출판이라는 관행, 심지어는 작화와 연출에까지 일본풍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매순간에 진행되어 왔다. 그 답습의 결과로 일부의 작품은 대사를 제외한 그림만으로는 망가와 만화의 구별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어쩌면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망가가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가는 지금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일본이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중앙일보 경제연구소가 펴낸 [그래도 우리는 일본식으로 간다?]라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의 문제 의식은 '1990년대 초까지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을 풀어 보자는 것이다. 만화산업으로 보자면 [드래곤 볼] 이후 대작의 부재와 기존의 작품에 안주한 결과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게임에 밀려 일본 출판만화의 침체를 낳았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다만 탄탄한 출판만화시장으로 아직은 절박감이 우리보다 덜하다는 차이는 있다. 만화,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환타지 산업의 천국인 일본을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 행태였는데 이제 일본의 침체로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할 이유가 뚜렷해졌다. 앞에 뛰는 사람을 따라 가는 데 그 사람이 물로 뛰어든다면 같은 길로 뛰어서는 안되지 않는가?
만화의 길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성 중 하나인 무국적성은 일본의 전략이다. [바람계곡 나우시카]처럼 그 배경(그림8)이 일본인지 유럽인지 모호하게 설정해서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제작되는 콘텐츠에 일본을 드러내지 않고 가능하면 많은 인종의 어린이를 쉽게 접근시키려는 의도이다. 반면에 다른 시각도 있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우리만화의 공통점은 단 하나이다. 그것이 일본의 만화와 다른 우리만의 무언가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선호하는 작가군이 두 부류로 나뉜다. 먼저 오세호, 이희재, 방학기, 이두호, 이재학 같은 망가와 다른 한국적 시대극화(그림9), 그리고 양영순, 김연서, 박흥용, 이유정, 홍승우 등이 신 화풍(그림10)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런 무국적성에 대치되는 '신토불이 딜레마'는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앙굴렘에서 보여지는 '19인전'에 이들의 일부가 포함된 것은 당연한 출발이다.
신토불이를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는 또 있다. 망가는 이미 전세계에 자기의 자리를 잡고 터주 노릇을 할만큼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굳이 유사한 상품으로 승부할 이유는 없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틈새 시장이든 신시장의 개척이든 이 전략은 우리 만화에도 적용된다. 이 말은 창작자에게 작가주의를 따라야 한다는 이상론이 아니라 남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기본을 말함이다.
우리가 일본의 망가에서 배울 것은 그 산업적 모델이 아니라 사회적인 만화 인식 부분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20세기 인물에 주저없이 '데츠카 오사무'를 1등으로 추천하는 문화적 차이는 의미있는 목표이다. 인식의 변화와 산업적 발달은 두 마리의 토끼가 아니라 두 바퀴임을 공감하길 원한다.(끝)
2003년 1월 21일
영점프 4호
주 모씨.
-일본만화시장 침체의 의미-
지하철에서 이제 만화를 버리지 않는 일본
'오타쿠(おたく)'의 대부로 통하는 '가이낙스'의 창업자 오카다 토시오는 일본의 만화잡지를 오타쿠의 시선으로 '라면집의 <메거진>, 만화연구회의 <선데이>, 선반의 <점프>'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각 잡지의 특성을 말한다. 즉 '폭주족 이야기나 스포츠 취향의 기사가 많은 <소년 매거진>은 라면집에서 주로 읽히고, 도시 감각의 매니아를 상대하는 <소년 선데이>는 고등학교 만화서클, 잡다한 <소년 점프>는 지하철 선반에 버려진다'는 뜻이다.
이 중에 '선반에 버려지는 만화잡지'란 말은 전설처럼 들리는 일본 만화출판의 양적 규모가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를 상징하는 문구가 됐다. 우리는 그와 유사한 경험을 스포츠 신문을 보고 나서 지하철 선반에 그대로 버리는 것으로 체감한다. 몇 백원하는 신문의 저렴성과 구독의 용이성 등이 가능하게 한 결과이며 이런 일본의 만화잡지 시장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동경의 순환선인 '야마노테 라인(山水線)'에 버려지는 잡지는 일본의 공원에서 쉽게 습득할 수 있었던 연애소설이 사라진 것처럼 극히 드문 일이 되어 버렸다.(그림1-지하철의 만화광고들) 이는 일본 출판 관계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드래곤 볼]과 [슬램덩크]의 대박으로 하나의 잡지 발행부수가 600만부를 넘던 호황기의 추억일 뿐이다.
흔들리는 만화왕국 일본
만화왕국이라는 말은 출판물 중에서 만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말과 같다. 즉 전체 판매액수의 23%, 판매부수의 38%를 차지하는 망가가 1995년의 호황을 지나 2000년까지 6천억원이 감소했다. 잘 나가던 일본의 만화출판계가 호황을 지나 어렵다는 것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일본 출판만화가 독자에게 이르는 과정의 몇 가지를 보니 느낌은 구체화된다.
-만화잡지의 위축
1995년 13억 4,300만부의 발행부수는 2001년 기준으로 10억 2,100만부로 줄었다.(그림2-도표) 잡지 시장의 위축은 과거에 완결된 작품만을 전문으로 재연재하는 <죠&휴마>라는 잡지의 등장으로 정점을 이룬다. 복간 출판이 아니라 재 연재이다. 또한 300만부가 넘는 잡지는 고단샤의 <주간소년 매거진>과 슈에이샤의 <주간 소년점프> 2종뿐이다. 물론 순위상 100등인 쇼가쿠간의 'FEEL YOUNG'이라는 잡지라도 10만부가 발행되는 건 아직 저변이 튼실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화서점(서점과 중고 유통망)
일본의 장점 중 하나는 방대하고 조직적인 판매 시장이다. 이 시장의 첨병은 곳곳의 만화서점(그림3-판매서점들)이며 만화를 제외하고 서적을 취급하는 곳은 다른 분야의 전문서점뿐이다. 이러한 여건을 우리는 부러워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을 개탄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 서점들도 도시의 중심권에서 변두리 지역으로 이전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업종의 점포로 매매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역시 일본도 만화서점의 자리에 젊은이들이 즐기는 관심 문화의 점포가 들어서고 있으며 그것은 게임과 영상문화에 집중되어 있다.
중고만화유통의 대표적 상징인 '만다라케'(그림4)와 '북오프'의 경우, 만다라케는 아직 그 중고만화의 메카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간을 중고만화화 시키는 북오프는 조금 둔화되고 있다. 이것은 독자에게 구입한 작품의 외형을 가공하는 단계에서 2차 저작권이 문제가 되어 운영상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만화에 대한 관심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다른 인기 문화로 이전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절묘한 대안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망가 카페
대여점은 없지만 일본에도 만화방은 꽤 있다.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망가 카페 업체인 'GERAGERA'는 신주쿠 중심가에만 6곳의 업소를 관리하고 있다.(그림5) 인터넷 이용을 겸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만화콘텐츠를 보는 곳이다. 시간제 개념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시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다만 우리와 달리 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하여 문제가 될 정도가 아니다. 최근에는 'e-comic'이라는 업체도 생겨나 출판 만화와 디지털화 된 만화를 한 곳의 빌딩(그림6)에 모아놓고 서비스하고 있다.
-온라인 만화
일본의 관심은 인터넷보다는 이동통신과 만화의 결합에 치우쳐 있다. 일본의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브로드밴드의 가입자가 500만명 정도인 반면 이동전화 가입자는 8,000만명에 이르고 있는 여건이 중요한 요인이다. 더구나 가입자 중 75%가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일본 만화계의 관심을 이동전화에 집중하게 했고 이 시장은 '반다이 네트워크'가 주도하고 있다. 오프라인(출판) 만화의 상대적 개념인 온라인 만화는 아직 전자북의 형태가 주류를 이룬다. 오히려 인터넷에서는 캐릭터와의 결합이 두드러진다.
일본 출판사들의 고민과 모색
침체일로의 일본 만화가 2001년에 판매량의 소폭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는 1999년부터 출간된 '염가판' 시리즈 작전의 결과였다. 쇼가쿠간이 주도한 이 시장은 '빅 코믹스'라는 장르로 형성됐는데 신간의 1/3 가격으로 편의점을 공략해 판매량의 회복을 주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북오프(신고서점)'와 맞물려 신간 판매량의 저하를 가져왔다. 당장의 매출 증가를 노린 전략이 결국엔 만화 출판의 걸림돌이 됐다.
이에 대응하는 일본 출판계는 구조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출판사, 유통회사, 서점이 합병, 제휴, 협력관계로 구체화되고 IT산업과의 연계 또한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전자서적 판매 사이트인 '전자문고 PABURI'의 출발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와 같은 문화적 이유로 출판만화로의 승부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만화를 보는 습성이 '종이를 넘기며 보는 것이 제격'이라는 오래된 관습 때문이다.
만화의 망가탈바가지 쓰기
일본이 어렵다는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다만 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만화, 즉 '망가'를 산업적 모델로 따라가는 우리 만화에 대한 우려이다.
지금 세계 만화정보의 70% 이상이 유통되는 앙굴렘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세번째 주빈국(Guest of Honor)으로 초대받은 나라가 한국이다. 지금까지 해외 만화페스티벌에서 한국 만화는 망가였다. 그 이유는 우리가 대만무협만화나 프랑스, 미국의 만화를 보면 망가가 아닌 것(그림7)을 아는데 한국만화를 보는 외국의 시각에서는 대부분이 일본 만화와 구별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있다. 이것은 일제 강점기 이후 갑자기 다가온 근대시기에 한국만화가 신문에 있어서는 유럽의 만화를, 만화책은 일본의 방식을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만화 단행본의 장편 서사구조나 잡지 연재 후 출판이라는 관행, 심지어는 작화와 연출에까지 일본풍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매순간에 진행되어 왔다. 그 답습의 결과로 일부의 작품은 대사를 제외한 그림만으로는 망가와 만화의 구별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어쩌면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망가가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가는 지금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일본이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중앙일보 경제연구소가 펴낸 [그래도 우리는 일본식으로 간다?]라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의 문제 의식은 '1990년대 초까지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을 풀어 보자는 것이다. 만화산업으로 보자면 [드래곤 볼] 이후 대작의 부재와 기존의 작품에 안주한 결과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게임에 밀려 일본 출판만화의 침체를 낳았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다만 탄탄한 출판만화시장으로 아직은 절박감이 우리보다 덜하다는 차이는 있다. 만화,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환타지 산업의 천국인 일본을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 행태였는데 이제 일본의 침체로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할 이유가 뚜렷해졌다. 앞에 뛰는 사람을 따라 가는 데 그 사람이 물로 뛰어든다면 같은 길로 뛰어서는 안되지 않는가?
만화의 길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성 중 하나인 무국적성은 일본의 전략이다. [바람계곡 나우시카]처럼 그 배경(그림8)이 일본인지 유럽인지 모호하게 설정해서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제작되는 콘텐츠에 일본을 드러내지 않고 가능하면 많은 인종의 어린이를 쉽게 접근시키려는 의도이다. 반면에 다른 시각도 있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우리만화의 공통점은 단 하나이다. 그것이 일본의 만화와 다른 우리만의 무언가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선호하는 작가군이 두 부류로 나뉜다. 먼저 오세호, 이희재, 방학기, 이두호, 이재학 같은 망가와 다른 한국적 시대극화(그림9), 그리고 양영순, 김연서, 박흥용, 이유정, 홍승우 등이 신 화풍(그림10)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런 무국적성에 대치되는 '신토불이 딜레마'는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앙굴렘에서 보여지는 '19인전'에 이들의 일부가 포함된 것은 당연한 출발이다.
신토불이를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는 또 있다. 망가는 이미 전세계에 자기의 자리를 잡고 터주 노릇을 할만큼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굳이 유사한 상품으로 승부할 이유는 없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틈새 시장이든 신시장의 개척이든 이 전략은 우리 만화에도 적용된다. 이 말은 창작자에게 작가주의를 따라야 한다는 이상론이 아니라 남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기본을 말함이다.
우리가 일본의 망가에서 배울 것은 그 산업적 모델이 아니라 사회적인 만화 인식 부분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20세기 인물에 주저없이 '데츠카 오사무'를 1등으로 추천하는 문화적 차이는 의미있는 목표이다. 인식의 변화와 산업적 발달은 두 마리의 토끼가 아니라 두 바퀴임을 공감하길 원한다.(끝)
2003년 1월 21일
영점프 4호
주 모씨.
# by | 2005/05/31 18:40 | 칼럼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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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새로운 사실.
[영점프] 망가 따라가지 마라 그렇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었다. 다시 느꼈다. 난 일본의 만화를 부러워하고있다. 그래서 지금 꼬숩다.-_- 근데; 정말 나 무지했구나.(버엉-) 아아..여기 좋은 이글루같다. 적어도 나한테는....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