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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점프] 미유키와 소유진

미유키가 소유진?
-대중문화 속의 만화 위치-





또 재발 된 표절 시비

요즘 SBS 게시판이 뜨겁다. 이 달 3일에 첫 방송이 나간 드라마 [라이벌](극본 진수완, 연출 이창한)이 표절 시비 도마에 올라 네티즌들의 의혹 제기로 도배되고 있다. 네티즌들의 주장은 드라마의 설정이 일본 만화 [해피](URASAWA Naoki/SHOGAKUKAN/1994)(그림1-[해피]/한국판)와 같다는 것이고 극작가의 주장은 판권을 계약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문제는 좀 더 심각하다. 판권 계약에 대한 설명이 천 건이 넘는 질의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언론의 보도대로라면 작가는 원작이라는 만화를 보지 않았고, 다만 표절 의혹이 들만큼 유사성이 많아 사후에 판권을 계약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표절의 쟁점들

표절 시비의 개략적인 증거는 내용의 유사성이다. 즉, 캐릭터의 설정(그림2-드라마 캐릭터)이나 이야기 전개의 내용이 같다는 것인데 전체의 구성은 매우 유사하다. 다만 테니스가 골프로 바뀐 것이라는 혹평도 있다.
먼저 두 작품의 간단한 설정은 이렇다. 주인공이 빚을 갚기 위해 프로 스포츠를 시작하고 실력과 인기가 있지만 못된 라이벌의 견제를 받으나 능력 있는 남자의 도움으로 성공한다. 이렇게 보면 사실 유사하지 않은 작품이 드물다. 원래 이런 구조는 동화에서도 흔한 전형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에피소드를 보면 전형성의 결과로 보기가 어렵다. 빚을 받아야 하는 사채업자가 주인공을 돕는다는 설정, 프로 입문에 실패한 남자가 도우미 배역을 맡고 라이벌의 화려한 조건이 흡사하다. 심지어는 첫 회의 경우 주인공을 훼방하기 위해 화장실 문 앞에서 공을 쏟는 징크스의 이야기마저 나온다. 이쯤 되면 표절 시각을 나무랄 수가 없다.

만화의 대중문화 넘나들기

문화 컨텐츠의 다양한 변주 가능성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예전에도 만화 소재 이용은 자연스럽게 시도됐다. 정식 드라마 계약 작품은 허영만, 이현세 작가의 작품([미스터 Q], [폴리스])이 있었고 [명랑소녀 성공기]는 [꽃보다 남자]의 각색 드라마였다. 영화로는 [공포의 외인구단], [비천무]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만화와 영화가 동시에 기획되기도 한다. [화산고]나 [친구](그림3-두 작품)의 경우가 그렇다. 연극과 오페라로 만화가 전개되기도 했다. 문제는 표절보다 만화의 소재가 다른 예술문화 장르로 변환되는 우리 나라의 현실이다.

문학과 미술, 영화와 연극, 만화와 음악 등은 경계를 헐고 같은 이야기의 다른 표현을 즐긴다. '어느 것이 우월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동등한 입장에서 자기의 특색에 맞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각적, 청각적 기호를 버무려 대중에게 의미를 전달한다. 이 기본적인 개념에서 우리의 현실은 만화가 문화예술인가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혹은 만화도 대중 문화의 영역에서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는가의 의문이다.
특히 작년에는 우리 만화의 현실을 보여 주는 사례가 몇 있었다. 영화에서는 만화 [차카게 살자](그림4-[차카게 살자])의 아이디어가 영화 [두사부일체]에 도용됐다는 시비가 있었고 게임에서는 [리니지] 시비가 있었다. 대중문화에서 만화의 컨텐츠, 혹은 이야기가 다른 대중문화로 확산되는데 만화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만화를 본다구요? 하하하^^'라니...

만화는 최근까지도 저급한 것으로, 어린이의 소일거리로, 불량한 것으로 매도됐다. 문화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된 이후 우리 나라에서 만화도 문화 상품으로 승격되는 외형적 변화를 맞았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아직도 만화를 그린 전력을 감추고 싶은 미술가나, 만화 소재를 차용한 것을 감추고 싶은 작가들이 있다면 만화는 아직 당당하게 자리 잡지 못한 것과 같다.
이런 현실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만화는 천덕꾸러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던 최근까지의 사회적 분위기, 자신들의 창작품 권리 찾기가 미숙한 만화계, 원작 보호를 위한 제도적의 미흡 등이 그렇다. 이런 연유로 대중문화 속에서 만화 깔보기는 아직도 남아 있다. 그 돌출은 지난 MBC 프로그램의 만화 비하 소동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제 모습 찾기

만화가 문화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이제 논의꺼리가 아닌 현실이다. 산업적으로 프랑스가 농업을 포기하고 만화산업을 선택한 '우루과이 라운드'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예술적으로도 글과 그림이 결합된 만화 장르가 궁극적으로 시각상징어의 전체를 장악할 것이라는 '매클루드(Scott McCloud)'의 주장은 타당한 근거를 지닌다. 박재동작가는 그의 저서(그림 5-[만화! 내사랑])에서 '대중문화로 당당하게 자리잡은 만화'라고 8년 전에 기술했다. 그러나 우리 나라 만화가 산업적 위치 상승에 보조를 맞춰 문화 예술의 위치에서 동등한 신분상승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중문화로서의 만화, 예술로서의 만화, 현실의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만화의 위치와 가치 찾기는 만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위상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탤런트 소유진이 '미유키와 달리 전 이렇게 표현하고 싶었어요'라고 당당히 말하는 인터뷰가 기다려진다.

2002. 8.
영점프

by 쥬피터 | 2005/05/31 18:20 | 칼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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